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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가 가볍다고? 점점 깊이 있어질 것이다”

블리자드 데이비드 킴 밸런스 디자이너

안정빈(한낮) 2013-11-16 01:59:08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목표 중 하나는 다양한 전장이에요. <스타크래프트 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3>의 유명한 지역을 전장으로 만들 생각도 갖고 있죠.”

블리자드의 한국인 개발자 데이비드 킴이 지스타 2013을 찾았다. <스타크래프트 2>의 밸런스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좋은 소리와 쓴소리를 모두 들은 그는 지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기획자를 겸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재미는 익숙한 경험과 팀워크. 그리고 다양한 전장이다. 과거 블리자드의 게임들을 추억할 수 있는 영웅들이 등장하고, 서로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분쟁의 요소를 없애 협동을 유도한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2>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익숙한 전장들도 집어 넣는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개발방식이다.

다만 체험버전에서는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를 검증받기 위해 이슈가 될 전장이나 복잡한 요소들은 일부러 제외시킨 만큼 깊이가 없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지스타 2013. 가장 ‘뜨거운 게임’으로 돌아온 데이비드 킴을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블리자드의 데이비드 킴 밸런스 디자이너


<HOS>의 목표는 익숙한 경험과 팀워크, 그리고 다양한 전장


TIG> 게임을 몇 판 해봤는데 확실히 기존 AOS게임과는 달랐다. 기획의도부터 들어보자.

AOS스타일의 게임을 기본으로 우리가 가장 재미있어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였다. 결국 다수의 영웅이 나오는 지금의 방식을 택했고, 여기서 3가지 요소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첫째는 어떤 영웅을 골랐을 때 기존에 그 영웅이 나오는 블리자드 게임의 경험을 살려주자. 두 번째는 팀워크를 중요시하자. 세 번째는 매력적인 다양한 전장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자다.


TIG>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예를 들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나오는 영웅 중에서 아서스는 <워크래프트>시리즈에서는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레이드 보스로도 등장했다. 그만큼 아서스를 다른 게임에서도 접해본 경험을 가진 유저들이 많을 거다. 유저들의 그런 경험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도 유지시켜 주자는 게 첫 목표다.

팀워크는 말 그대로다. 어느 한 명이 영웅이 되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민폐투성이 유저가 되지 않는 것. 대신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장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인기 맵이나, <디아블로>에서 나온 무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지역 등 다양한 장소를 게임에 넣을 생각이다. 다양한 전장에서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들이다


TIG> 익숙한 전장이라는 말이 솔깃하다. 지금 만드는 전장의 예를 들어 줄 수 있나?

지금은 일단 노멀한 4개의 맵만 공개했다. 아트적인 부분에서 걱정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아서스가 <스타크래프트> 맵에서 나오면 유저들은 놀랄 것이고, 그 기억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첫 시작은 일단 전장이나 영웅보다는 시스템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차차 강한(?) 전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TIG> 극단적으로 말하면 오그리마도 나올 수 있겠다.

원한다면(웃음)?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 <워크래프트>만이 아니라 <디아블로>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맵도 가능하다. 다만 지금은 4개 전장에만 집중하는 중이다.


TIG> 결국 전장을 다양하게 갖추겠다는 뜻인데, 특별히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 있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장이나 <스타크래프트 2>에서 많이 얻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장은 모든 블리자드 맵이나 전장을 합쳐 놓은 분위기다. 

물론 가능하다면 게임과 완전 다른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만의 장점이자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에서 타워디펜스게임이 한창 유행한다면 새로운 전장은 타워디펜스 규칙으로 꾸미는 식이다.


TIG>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영웅의 플레이 경험을 살려주겠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이라도 있나?

과학적인 방법은 없다. 다만 야만용사를 만든다고 하면 버전마다 야만용사의 이미지가 다른 만큼 어떤 버전을 택할 것인지. 모두 모여서 고민을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훨윈드 스킬이 야만용사의 핵심이라는 의견이 많아서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스킬들을 구현했다.


TIG> 그렇게 영웅을 구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워크래프트 3>에 있었던 영웅인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도 나왔고, 두 게임에서 역할이 완전 다른 영웅은 구현하기 까다롭다. 대표적인 영웅이 실바나스인데 <워크래프트>에서는 침묵을 거는 사일런스 애로우와 체력을 뺏는 흡혈스킬, 처치한 적이 언데드로 부활하는 다크애로우, 궁극기로 마인드콘트롤 등을 갖고 있었다.

이걸 보고 든 생각은 ‘우리가 그때는 영웅디자인을 정말 못했구나’였다. 스킬의 연관성이 하나도 없다(웃음). 물론 과거에 그랬다는 거니까. 그런 점들을 고치면서 개발이나 기획방식이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 하는 걸 확인하고 느끼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체험버전은 깊이가 빠진 버전. CBT부터 게임의 깊이를 보여줄 것


TIG>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의도적으로 보이는데?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은 몇 가지 가치를 따르는데 그중 하나가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는 어렵다’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그걸 참 잘 따르는 게임이다. 그래서인지 진입장벽이 낮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물론 베타테스트 들어가서 다시 확인해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말이다.


TIG> 반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좀 있다. 뭔가 파고드는 부분은 약하지 않을까 싶은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개발 목표 중 가장 큰 것이 깊이가 있는 게임을 만들자였다. 여기에는 영웅이나 전장도 포함된다. 전장에는 다양한 장치나 역전의 요소를 넣었고, 영웅은 2개의 특성 시스템을 통해 깊이를 가지게 될 것이다.

첫 번째 특성 시스템은 체험 버전에서 보는 것처럼 게임 내에서 레벨에 따라 3가지 특성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고 두 번째 특성 시스템은 게임 밖에서 작동한다. 아서스의 예를 들자면 내 아서스가 다른 유저의 아서스와 전혀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준비가 덜 된 만큼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단순히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게임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거다.




TIG> 게임 밖에서 작동하는 특성을 말해줬는데,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비슷한 게 있다.

조금 다를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특성 시스템은 일단 <WOW>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WOW>가 지금은 일정 레벨마다 3개의 특성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니까.

두 번째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얼마 전까지는 특성트리를 타고 나가면서 새로운 요소를 언락을 하는 방식도 고민했다. 근데 그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어울리지 않고 괜히 복잡하더라. 그래서 이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다시 고민 중이다.


TIG> 생각하고 있는 방식을 조금만이라도 말해 달라.

일단 특성은 계속 2개의 다른 시스템으로 갈 거다. 처음 접하는 유저는 게임이 쉬워야 하니까. 지금의 특성시스템처럼 일정레벨마다 선택만 하면 되는 방식이다. 대신 게임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게임 밖에서 두 번째 특성시스템을 통해서 더 많은 선택권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서는 지금 힐러다. 게임에서 첫 번째 특성을 바꿔도 힐러 역할에 딜러 기능이 좀 붙는 정도다. 하지만 두 번째 특성을 이용해서 커스터마이징을 한다면 대미지 위주의 캐릭터도 만들 수도 있다. 


TIG> 지금의 특성보다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인가?

그렇다. 확실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할 것이다.




TIG> 커스터마이징 이외의 부분에서는 어떻게 게임의 깊이를 줄 생각인가?

일단 영웅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정말 익히기 어려운 영웅도 추가할 생각이고, 전장도 마찬가지다. 쉬운 곳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전장도 있을 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팀워크의 깊이다. 전장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팀워크를 통해 전투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저주받은 골짜기 같은 경우는 공물을 모으고 저주에 걸린 적을 공격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하지만 용의 둥지에서는 타워 2개를 점령한 후 팀원 중 한 명이 용기사로 변신할 수 있다. 2개의 타워를 점령해야 하는 만큼 인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고민이 될 것이고 누가 용기사로 변신할 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 인상은 쉬워 보일 수 있으나 게임을 하다 보면 하나의 팀으로써 매 초마다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여기에 이후에는 특성을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영웅의 운영방식도 바뀌기 때문에 더 많은 깊이가 생길 거다.


TIG> 지금은 팀원이 레벨을 공유하는 방식이라 특정 유저가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기 어렵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사용하기 어려운 영웅을 선택하면 그만큼 강한 위력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리핀 조종사는 주 무기인 부메랑을 두 번을 맞추면 대미지가 오른다. 여기에 하늘을 날아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지형을 이용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게임을 혼자서 좌우하는 수준까지는 어렵고,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개인이 팀 전체를 끌어 나가는 것보다는 팀 전체가 하나가 돼서 플레이하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찾기 쉽도록 베타테스트에 들어갈 때는 어떤 영웅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지도 표시해 줄 생각이다. 


TIG> 지스타를 찾는 유저들을 위해 영웅 추천을 해준다면?

가장 쉽고 강력한 영웅은 악마사냥꾼이다. Q스킬은 단일대상 스킬, W는 광역고격스킬, E는 회피스킬이라 플레이가 익숙하다. 스킬도 모두 즉시 시전 방식이고.

다음으로 추천하는 영웅은 짐 레이너다. 짐 레이너는 E가 체력이 줄어들면 저절로 회복이 되는 패시브 스킬이다. 그래서 생존력이 높고 사용할 스킬도 2개인 만큼 조작이 쉽다. 내부에서 플레이할 때도 가장 안 죽는 영웅이 짐 레이너다. 




e스포츠는 나중. 일단 개발자부터 재미있어하는 게임으로 만든다


TIG> 내부적으로도 플레이를 많이 할 텐데 어떤 전장이 제일 재미있던가?

광산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PVP를 좋아하는데, 전장이나 투기장보다는 퀘스트하고 있으면 누가 와서 싸우고 그런 ‘최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전투’ 를 좋아한다. 광산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난다.
 

TIG> 지스타 반응을 보니까 어떤가?

되게 좋은 것 같다. 지스타만이 아니라 블리즈컨 반응도 좋아서 베타테스트가 기대된다. 첫 반응도 좋지만 게임을 해 본 유저가 피드백을 좋게 주는 것도 중요했다. 일단 시작이 좋았으니까 베타테스트도 좀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을 듯하다.


TIG> 그럼 이번 반응으로 베타테스트의 규모나 시기에 변화가 있을까?

유저들의 반응에 의해서 일정이나 규모가 바뀌는 건 없다. 대신 기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는 우리가 가장 기대되는 게임 1위 뽑혔다고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니 개발자들이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블리즈컨에서 성공적이고 지스타에서도 성공적이라니까 다들 좋아하더라.




TIG> 유저들 플레이를 보니까 어떻든가?

한국 유저들 실력이 좋다 보니까 컨트롤이나 그런 게 블리즈컨 현장에 비해서 뛰어나더라.


TIG> e스포츠 생각도 당연히 해봤을 텐데?

내부적으로도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블리즈컨에서 라이브 매치도 했고. 근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e스포츠를 생각하기 전에 재미부터 만드는 거다. 사실 e스포츠는 우리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과 파트너 등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요소가 많다. 풀어야 할 문제도 많으니까. 그런 걸 풀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TIG>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2>에 비해 후발주자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굳이 AOS게임만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게임이 그런 상황이었다. <WOW> 이전에도 뛰어난 MMORPG가 많았고. <스타크래프트> 이전에도 훌륭한 전략시뮬레이션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경쟁이라 보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게임을 만들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장르의 여러 게임이 성공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나가 잘 안 된다고 다른 게 잘되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가 하기에 재미난 게임을 만들면 게이머도 재미있게 해준다는 생각이다.




TIG> 아바투르 같은 영웅은 본진에만 머문 채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더라.

지휘관 스타일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건 팀 레벨 시스템을 택하고 나서다. 팀마다 레벨이 함께 오르니까 아예 일부 영웅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버마인드를 생각했는데 그보다 먼저 아바투르로 가기로 했다. 맵 전체적으로 우리편이 뭐하나 체크하고. 이런 부분도 재미가 있지 않나 싶어서 플레이해 보고 있다. 재미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더 깊게 들어가지 않을까?


TIG> 영웅의 종류를 어떻게 늘려나갈 생각인가?

될 수 있는 한 영웅 하나하나가 너무 다르고 다양하다 생각할 정도로 다양한 영웅을 만들려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플레이어들은 아바투르 같은 영웅은 너무 싫어한다. 반면 다른 그룹은 아바투르를 너무 좋아하고 오히려 기존 영웅은 싫어한다. 이렇게 취향이 갈라질수록 우리가 다양한 영웅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건 절대 싫어. 이건 진짜 안 해. 이런 반응이 나오면 좋은 상황이다. 물론 모두가 이 영웅은 절대 싫어. 이러면 안 되겠지만.(웃음)


TIG> 내부적으로 다른 팀에 도움을 받거나 하는 것도 있나?

아즈모단 같은 경우 기획이 막혔을 때 <디아블로 3>의 아즈모단과 전투를 만든 사람에게 가서 조언을 구하곤 했다. 이 영웅은 <디아블로 3>에서 왔으니까 디아블로팀에서 이걸 해달라 이런 건 없다. 같은 회사다 보니까 도움 주고받는 게 제일 잘돼 있는 것 같다.


TIG> 반응이 뜨거운데 기분 좋지 않나?

당장은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유저들이 게임에 좀 더 파고 들었을 때의 요소들이 정말 궁금하다. 개발팀에서는 깊이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정작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니까. 그런 점에서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베타테스트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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