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개발자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을 낳고 기른 아이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게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렇게 만든 온라인게임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서비스 종료를 맞는다면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쉬움’이나 ‘씁쓸함’ 정도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일 겁니다.
‘로드무비 RPG’라는 문구를 내세워 시나리오를 강조한 <타르타로스 온라인>(이하 타르타로스)이 5년 동안의 서비스를 마치고 오는 12월 11일 막을 내립니다. 개발사인 인티브소프트는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아쉬운 마음에 유저들과 마지막 추억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유저들과 함께 엔딩을 맞이하겠다’는 거죠.
인티브소프트는 오는 20일 ‘인티브소프트와 함께하는 이벤트’를 통해 특별히 준비한 테스트 서버를 오픈합니다. 여기에는 지난 1년 동안 업데이트가 중단되며 보여주지 못했던 콘텐츠와 함께 <타르타로스>의 시즌1 엔딩이 담겨 있죠.
디스이즈게임은 부산을 찾아가 인티브소프트 이주원 대표를 만났습니다. 직접 만나 보니, 서비스 종료를 앞둔 슬픔과 함께 <타르타로스>에 담긴 애정이 그대로 느껴져 인터뷰하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인티브소프트 이주원 대표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타르타로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주원 대표: <타르타로스>는 ‘로드무비 RPG’라는 문구를 내세운 온라인게임입니다. 패키지게임 특유의 감동과 향수를 온라인게임에 담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온라인게임에서 시나리오를 강조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풀어갔나요?
시나리오를 풀어 가기 위해 예전 패키지게임의 느낌에 집중했습니다. <타르타로스>에서 캐릭터끼리 묶인 묶음을 원정대라고 하는데, 이 원정대가 마을을 지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에 맞춰 스토리가 진행되죠. 업데이트할 때도 마을을 추가하면 해당 마을을 둘러싼 시나리오와 사냥터 등이 생기는 식입니다.
그래서 업데이트 분량이 많은 게임이기도 했죠. 초창기에는 2개월에 한 번씩 업데이트했는데, 그럼에도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업데이트 분량이 많아지다 보니 업데이트 주기가 3개월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보죠. <타르타로스>의 전성기 성적은 어땠나요?
사실 국내에서는 성적이 썩 좋지 않았어요. 동시접속자 수가 가장 많을 때 4,000 명 정도였으니까요. <타르타로스>가 오픈하던 시기에 <아이온>이 오픈했고, 리치왕이 귀환했거든요. 당시에는 대작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관심을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티브소프트의 첫 게임이 <타르타로스>인데, 온라인 서비스 경험이 없어서 각종 문제에 부딪히면서 배워야 했고요. 2009년 상반기만 해도 회사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 힘든 시기를 넘어서 5년이나 서비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타르타로스>가 가진 콘텐츠에 대한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가, 2009년 말에 퍼블리셔를 통해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 일본 정식 서비스를 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동시접속자 수도 한국보다 많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스토리를 중시하는 정서나 <타르타로스>의 분위기 덕에 일본에서 나름 인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일본 서비스는 3년 정도를 했는데, 일본에서 서비스 순위 10위권에 들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일본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종료됐습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좋았는데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타르타로스> 시즌1이 끝나는 시점과 재계약 시점이 맞물려 있던 때였습니다. 그때 일본 퍼블리셔의 재계약 조건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온라인게임을 업데이트하려면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당시 계약 조건을 따르면 적자를 감수해야 했거든요. 회사의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일본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했습니다.
곧 한국 서비스도 종료하게 되는데, 마음이 무겁겠네요.
네. 지금 <타르타로스> 개발진 40명 중 20명 정도가 초기부터 개발에 참여해 온 사람들이고, 회사의 첫 게임이라 더욱 각별하죠. 당연히 서비스를 계속하고 싶지만,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할 수는 없어 부득이하게 종료하게 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퍼블리셔인 위메이드도 사업가 입장에서 수익이 안 나오는 게임에 무작정 자금을 투입하기도 힘드니까요.
서비스 종료 공지를 낼 때도 개발자들이 많이 아쉬워했어요.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최소한 시즌1 엔딩을 보여주고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한국은 1년 정도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바람에 엔딩을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아직 게임에 남아 있는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타르타로스>의 엔딩을 제대로 보여주고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저들과 함께 진정한 엔딩을 내는 이벤트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엔딩이요? 어떤 이벤트인가요?
‘인티브소프트와 함께하는 이벤트’라고 별도의 카페(//cafe.naver.com/tartarosforever)를 개설했는데, 여기서 신청한 분들에게 별도의 이벤트 서버 클라이언트가 담긴 DVD를 배포할 예정입니다. 준비한 DVD 수량이 600개인데 580장 정도를 신청받을 정도로 예상보다 반응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600명을 초과하면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라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클라이언트로 게임에 접속하면 현재 서비스 중인 버전에 없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1년 동안 업데이트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모두 담고 있죠. 2주 동안 빠르게 1년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인티브소프트가 준비한 클라이언트 DVD.
DVD 케이스에는 유저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들어 있다.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함께 게임을 즐겨준 분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패키지게임의 경우에는 엔딩을 보고 난 후에 패키지 CD라도 남잖아요?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그렇지 않아요. 서비스 종료 후에는 그 흔적이 웹밖에 남아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서비스 종료 전에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일부러 적자를 감수하면서 클라이언트가 담긴 DVD를 배송하는 거고요. 유저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도 이런 추억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온라인게임처럼 종료 공지를 올리고 끝인 결말과는 다른, <타르타로스>만의 결말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서비스 종료를 ‘결말’에 비유하다니, 시나리오를 중시하는 게임답네요.
네. 처음에는 이벤트를 준비하며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국내 서버에 남아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이벤트를 해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고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단 한 명의 유저가 오더라도 해야 하는 이벤트라고 판단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고 있어서 개발자들도 한껏 고무돼 있습니다. 이벤트 서버는 인티브소프트에서 직접 운영할 텐데, 개발사라 운영 인력이 따로 없어서 개발자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운영하게 됩니다. 물론 저도 게임에 들어가서 유저들과 마지막을 함께할 거고요.
1년 동안 업데이트하지 못한 분량을 선보인다고 했는데, 어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나요?
이벤트 서버에서는 <타르타로스>의 엔딩까지 아우르는 콘텐츠가 추가됩니다. 성우 녹음까지 된 시나리오 콘텐츠로 세 가지 엔딩을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 서비스에는 ‘아이센 마을’까지 업데이트했었는데, 그 뒤 마을인 ‘추모의 탑 마을’이 나오죠.
엔딩이 3개라고 했는데, <타르타로스>는 캐릭터가 9명 있고, 캐릭터 3명씩 한 원정대에 소속돼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3개의 원정대가 있고, 각 원정대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엔딩을 따로 만들었기 때문에 엔딩이 3개입니다.
이 외에도 챌린지 미션이라는 일종의 레이드 같은 맵이 3종 정도 더 들어가고, 일종의 전직 개념인 ‘페이즈’를 2차 ‘페이즈’까지 선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지나간 시나리오를 다시 볼 수 있는 기능도 포함했습니다.
<타르타로스>는 이벤트 서버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시나리오들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2차 ‘페이즈’ 역시 이벤트 서버에서 즐길 수 있다.
유저 입장에서는 1년 분량의 콘텐츠를 2주 동안 플레이하려면 굉장히 바쁠 것 같네요.
그래서 콘텐츠를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경험치 등을 더 많이 줄뿐 아니라 캐릭터 업그레이드 기능을 통해 처음부터 최고 레벨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운영자들이 아이템 등을 지원해주면서 빠르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심지어 이벤트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이벤트 기간을 연장할 생각도 있습니다. 마지막인 만큼, 유저 분들이 원하는 만큼 성심껏 서비스해 보고 싶어요.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하는 유저들이 ‘하루만 더’를 영원히 외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차기작 등을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들이 운영해야 하는 일이라 적절한 선에서 종료할 수밖에 없어요. 유저 분들도 이런 사정을 이해해 줄 거라 믿습니다.
1년 동안 업데이트하지 못했던 마을 등의 콘텐츠를 이벤트 서버를 통해 제공한다.
콘텐츠를 즐기기에 기간이 모자라다면 이벤트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할 계획이다.
유저에게 추억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개발사 대표의 입장에서 <타르타로스>에 얽힌 추억은 무엇이있나요?
지스타가 부산에서 열리는 만큼, 겸사겸사 유저간담회를 했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유저를 만나서 함께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었거든요. 일본에서도 서비스 1주년이 됐을 때 200 명 정도 되는 유저를 모아 소극장에서 행사를 했었습니다. 직접 게임을 하는 분들을 만나는 것만큼 각별한 추억도 없죠.
그리고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회사로 선물을 보내주는 분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막대과자의 날’이라고과자를 보내주셨더라고요. 심지어는 몰래 회사 앞에 선물을 두고 간 분도 있었고요.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가 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돈만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준다는 게 가장 큰 선물이죠. 그래서 우리도 응원해주신 분들께 선물을 드리고자 마지막 이벤트를 하게 됐습니다.
한 유저는 막대과자의 날을 맞아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타르타로스>는 한 가지 주제로 진행하는 동인 행사인 ‘온리전’이 열리기도 했다.
인티브소프트에는 유저들이 제작한 동인 상품들이 소중하게 진열돼 있다.
<타르타로스> 서비스 종료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 차기작이 있는데, 먼저 차기작부터 론칭해야 할 것 같네요. 내년 상반기쯤 론칭할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다음 프로젝트로 들어가게 될 것 같은데, 그 때 <타르타로스>의 소재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거나 아예 후속작 같은 걸 만들고 싶습니다. <타르타로스>가 이 회사의 첫 게임인 만큼, 각별한 콘텐츠거든요.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합니다.
여러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비스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게임 서비스라는 게 마치 마라톤 같아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 때마다 원동력이 된 게 유저 여러분의 응원이고, 덕분에 이런 이벤트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인티브소프트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티브소프트가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
이주원 대표는 수량이 부족해 모든 유저들에게 나눠주지 못해 추첨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타르타로스> 이벤트 서버에서 제공될 시나리오 영상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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