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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

우연히 만난 레전드 라프 코스터와 만담

임상훈(시몬) 2014-04-01 10:40:35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에 가면 유명한 인물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재미이론>으로 유명한 라프 코스터와 마주쳤습니다. 약속 시간 사이에 15분 정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몬


 

GDC 때는 모스코니 사우스(South) 홀에 작은 기념품 가게가 생겨. GDC 로고가 박힌 티셔츠나 가방도 있고, 게임개발 관련 책도 있지. 남문 앞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거기 들어갔지. 어, 그런데 익숙한 얼굴이 있어. 무려, 라프 코스터야! 

 

잠깐. 라프 코스터(Raph Koster)가 누구냐고? <울티마 온라인> 선임기획자, <스타워즈 갤럭시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버퀘스트 2>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거친 인물이지. 미국 온라인게임 쪽에서는 레전드야. GDC 단골 강연자고. 특히, <재미이론>(A Theory of Fun Game Design>이라는 책이 유명하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게임 쪽에서 일할 생각이라면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봐. 괜히 시드 마이어랑 김학규(한국판) 같은 사람들이 추천사 썼겠어.

 

[관련기사] 라프 코스터의 ‘좋은, 나쁜, 훌륭한 디자인’

 

 

10년 전쯤 한국에서 잠깐 인터뷰했었지. 어쨌든 이런 인물이 딱 내 눈 앞에 있는 거야. 다짜고짜는 아니고, 정중하게 익스큐~즈미 했지. 인상도 좋은 아저씨가 인사도 잘 받아주네. 물건 사고 나서 10분 정도 이야기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 약속 시간이 12분 정도 남았었거든. 괜찮대.

 

사우스홀 안의 소파로 가는 길에 참지 못 하고 물었지. 디스이즈게임 아느냐고. 안다고 하네. 자주 봤다고. 혹시 나는 알아? 모른대. 나랑 페이스북 친구라고 하니까, 아 맞아, 언젠가 본 것 같다고. ^^;;

 

[관련기사] 김학규, 빌 로퍼, 라프 코스터를 만나다

 

외국 연예인 보면 한국 기자들이 묻는 것 있잖아. 싸이 아냐? 김치 먹어봤냐?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요즘 한국 게임 좀 해봤어? 안 해봤대. 좀 미안해하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짓네. 괜스레 내가 미안하게. 예전에는 해봤는데, 요즘은 미국 인디게임을 주로 하고 있어서 한국 온라인게임 해볼 시간이 없었대. 그래도 <아키에이지> 같은 게임 뉴스는 계속 체크하고 있대. 맞아, 이 아저씨도 <리니지>에 관심이 많았거든. 송재경 같은 사람에 대해 궁금해 했었어.

 

최근 모바일게임 쪽이 막 뜨고 있는 현상에 대해 물었어. 당연하대. 온라인게임은 시간과 돈, 인력이 베리베리베리(진짜 이렇게 말했어.) 많이 든다며. 성공확률도 낮아졌고. 그래서 투자도 안 돼고. 그러니까 다들 모바일게임 만든대. 페이스북에서 경험한 게 있어서 더 빨리 쉽게 만들고 있다고. 캐주얼 유저들은 하드코어 게임 안 하니까, 캐주얼 유저가 하드코어하게 플레이할 캐주얼게임 만드는 시대가 된 거래. 앞으로 계속 그럴 거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저씨 역시 말 잘해.

 

비유하면, MMORPG는 오페라 같은 거래. 다양한 시각적, 음악적 요소들이 녹아있는 깊이있는 종합예술. 요즘 사람들은 오페라 대신 팝음악을 듣는대. 더 가볍고, 금방 소비되는 음악으로 가는데, 게임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야.

 


 

나는 한국 상황을 이야기해줬어. 뮤지컬은 여전히 인기가 있으니까. <에오스>랑 <아스타>가 잘 된 이야기. 여전히 한국과 중국에서는 MMORPG 유저가 많다고. 작년 하반기에 중국 퍼블리셔들이 한국 MMORPG 마구 사 간 이야기도 덧붙였어. 

 

그래, 중국이 요즘은 다 사버리지. 미국도 그렇대. 둘 다 웃었지. 어쨌든, 미국과 한국/중국은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둘 다 인정. 

 

모바일 쪽에서도 그래. 미국에서는 모바일 MMO가 만들어지는 것이 별로 없대. 몇 개 있었는데, 성과도 없고. 한국은 다르지. 모바일 MMO 만드는 시도들이 여럿 있으니까. 

 

미국은 서버 기술 인력풀이 무척 적대. 돈도 많이 들어가고. 그래서 못 만드는 거래. 한국은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직접 만들거나, 그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있어서 만들 수 있는 거고.

 

한국은 구글이나 애플이 30% 가져가고, 21%를 카카오가 떼어가고, 49% 가지고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나눠간다고 이야기해줬어. 미드코어/하드코어 게임 만들어서 카카오 없이, 퍼블리셔 없이 가려는 회사들이 꽤 생겨나고 있는 현상도 있고. 모바일 MMO가 만들어지는 것도 그런 밸류체인과 관련이 있다고.

 

한국엔 MMO 유저가 많으니까 가능한 이야기 같대. 미국은 힘들대. 상황이 안 좋대. 초반에 나와서 잘 되는 회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있지. 하지만 어쿼지션 코스트(Acquisition Cost, 유저 모집 비용)가 엄청 많이 든대. 매체도 없고, 플랫폼도 없고. 오로지 스토어 톱랭킹 뿐이라고. 10위 안에 올라 3주 있어도 적자인 게임도 많대. 유저 어쿼지션 코스트가 워낙 많이 들었으니까. 

 

어, 시간이 후딱 흘러가버렸네. 벌써 15분이 지났어. 이야기가 재밌는데,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다음 약속도 있으니. 쏘리, 아이 해브 투 고우. 계속 연락하며 지내자고 했어. 꼭 그러쟤. 참, 정신 없는 GDC야. 두서 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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