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만화가가 한 명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신의 블로그에 간간히 ‘피식소리 나는’ 만화를 올리는 게 전부인 무명의 인기 블로거 였을 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국내 제 1의 검색 포탈 사이트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웹툰 작가 중 한 명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매주 올라오는 그의 만화를 보고 자지러지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만화가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어도 “라면받침으로 쓸만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뷰 좀 하자는 기자의 요청에 “마감이 너무 바쁘다”라며 약속을 2번이나 펑크 낼 정도로 근면함과 성실함(?)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마음의 소리>를 연재중인 만화가 조석 씨(24). 그런 그가 최근 JC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는 <에어로너츠>의 연재만화 <에어로백서>를 그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삼고초려(?) 끝에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데 성공했습니다.
/ (소화 잘 되는 고기가 먹고 싶은) 디스이즈게임 깨쓰통
■ JC엔터테인먼트를 낚다.
2번에 걸친 약속 펑크. 그리고 다시 잡은 3번째 약속 날짜마저 ‘집의 수도가 터졌다’고 해, 인터뷰 직전까지 애간장을 태웠던 조석 씨.
그런 그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만화에 묘사된 것과는 달리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지극히 정상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경 그리는 게 귀찮아서 만화에서는 뺐다” 고 웃는 그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바로 ‘어떤 계기로 <에어로백서>를 그리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게임 쪽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에어로백서>를 연재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게임과 관련된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게임 쪽에 관심이 많고, 또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이전에는 종종 <마음의 소리>에서 게임관련 에피소드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것이 사실은 ‘저, 게임에 관심 많아요!’ 라고 게임업계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의도를 눈치챘는지 최근 JC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것이 <에어로백서>를 그리게 된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흐음~ 그렇다는 것은 결국 JC엔터테인먼트가 조석 씨의 만화에 ‘낚였다’ 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맞습니다. 아주 제대로 낚인 것이죠. (^^) 아, 참고로 제 형님 같은 경우에는 현재 모 게임업체에서 원화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게임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평소에도 게임을 많이 즐기는 편인가요?
<위닝일레븐> 같은 축구 게임을 특히 좋아하고, 군대 가기 이전에는 <리니지>도 즐겼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WOW>에 푸욱 빠져 살았는데요. 확장팩이 나오기 이 전에 만렙 캐릭터를 5개나 키웠을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요즘은 ‘더 이상 게임에 중독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게임하는 것을 자제하는 중입니다. 일거리가 많아져서 플레이할 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뭐 하나에 빠지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는 성격이라서요. 아, 물론 <에어로너츠> 같은 경우에는 클베 기간 때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그의 만화 중 1컷. 이건 아무리 봐도 W모 게임….
<에어로너츠>를 즐겨본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슈팅게임 같이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을 정말 못합니다. 그래서 <에어로너츠>에서도 격추 수 보다 격추 당하는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게임 자체의 ‘상황’을 재미있게 즐겼다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비행 게임’ 이라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고, 박진감 넘치는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에어로너츠>를 즐기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대표적인 것 하나만 꼽아주세요.
이건 만화로도 그린 내용인데….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닉네임을 ‘조석’ 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랬더니만 게임을 할 때마다 매번 ‘몹’이 되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제가 조석이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다가도 누군가가 “저 사람, 조석 맞다!” 그러면 어김없이 다들 저만 일점사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저, 조석 아니에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격추당해야죠 뭐. 별 수 있나요? (-_-)
그러니까, 당시의 상황은 대충 이랬다는 것입니다.
■ 소재 때문에 군대 다시 갈까 하는 생각도…
이것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만화의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딱히 특별하게 어디에서 어떻게 소재를 얻는다… 하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에어로백서> 같은 경우에는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 플레이한 것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일상에서 고민하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만화로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 그 중에서도 소재를 가장 많이 얻는 곳을 꼽으라면 역시 ‘군대’가 아닐까 합니다.
군대라는 조직이 좋은 싫든 간에 하루 종일 사람만 만나니까 이야기 거리가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정말 요즘은 소재 때문에 군대 다시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입니다. (^^)
혹시 존경하는 만화가나, 영향을 받은 만화가가 있다면 어느 분을 꼽으세요?
제가 만화를 보는 데 있어 장르 편식이 좀 심한 편이라, 그렇게 많은 만화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만화가라고 하면 허영만 선생님, 그리고 고우영 선생님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고우영 선생님의 만화는 대부분 사서 봤는데, 가끔씩 그 만화들을 다시 돌아보면 “아~ 내가 이분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구나” 라며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인터뷰 할 때도 다들 이에 대해 물어보시던데, 기자님도 마찬가지네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소심한 O형이라 무난하고 안전한 질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실례지만 혈액형이?
소심한 A형입니다. (-_-)
그랬군요. 아무래도 만화가 인기가 높다보니 지금까지 인터뷰를 많이 진행해 보셨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쪽에서는 디스이즈게임이 처음입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한 남성전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표지에 그만 ‘만화가 김성모 인터뷰’라고 실리는 대형사고가 터져버렸죠. 그 때문에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된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식상한 질문 하나 더 던지겠습니다. 웹에서 만화를 연재하다 보면 악플에 굉장히 많이 시달릴 것 같은데, 상처를 받은 적은 없었나요?
악플이 참 웃긴 게, 처음 봤을 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다가도,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보면 갑자기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오히려 처음에는 화를 막 내다가도 나중에 보면 ‘그래, 맘대로 떠드세요’ 라며 가라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한 악플 정도는 그냥 초연하게 넘어갑니다. 동료 만화가 중에는 악플 때문에 소위 말하는 ‘현피’를 뜨러 직접 서울에서 인천까지 내려간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전 그런 경험은 하지 못했습니다. 괜히 그런 거에 일일이 화내자니 귀찮기도 하고 말이죠.
보통 만화 한 편을 그리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소재가 잡히느냐 않았느냐에 따라 제각각 입니다. 하루 종일 소재가 떠오르지 않으면 밤샘을 강행해도 제대로 못 끝내는데, 반대로 소재가 쉽게 잡히면 10분 만에 1편을 뚝딱 해치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일단 소재만 잡히면 그림을 빨리 그리는 편이거든요.
예전에 블로그에 간간히 만화를 올릴 때는 소재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안 그리면 됐는데, 요즘은 연재라서 무조건 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조금 괴롭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낑낑댄 만화는 반응이 싸늘하고, 반대로 10분만에 뚝딱 해치운 것은 ‘명작’ 이라며 환호를 받기도 하니…. 정말 아직까지는 저도 만화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소재가 막히거나, 만화가 막혔을 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은 없나요? 형님도 그림이 직업이라고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니, 정말 섭섭하고 억울한 게. 제발 도움 좀 줬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나 친척들은 제가 지금 아르바이트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형님이요? 한국에 있을 때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최근에는 일 때문에 중국에 가버려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앞으로도 게임관련 만화를 그리고 싶다.
요즘 게임업계에서는 만화가들이 원화 작업 같은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조석 씨도 그럴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쪽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제 데뷔한지 9개월이고,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마음의 소리> 하나뿐인데, 벌써부터 그쪽을 생각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어로백서> 같은 형태의 게임관련 만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려보고 싶습니다.
이 쪽에서 일해보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고, 실제로 배우는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만화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지금은 제가 그리고 있는 만화들을 열심히 그려야겠죠. 하지만 <마음의 소리>나 <에어로백서>를 50년 이상 그릴 계획은 없으니까 차차 새로운 분야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마음의 소리>가 끝나면 당분간 개그만화는 그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창작만화를 그린 적이 없기 때문에 향후에는 그쪽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본래 제 꿈은 ‘때때로 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롭게 만화를 그리는’ 그런 우아한 삶입니다. 비록 지금은 ‘그저 집에서 만화. 또 만화. 또 만화…’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 같은 칙칙한 삶이지만요.
앞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식상한 질문 하나만 더 던지겠습니다. 조석 씨의 만화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자면?
음… 한마디 하자니 악플다는 사람들이 자꾸 오버랩 돼서 하기가 싫어지네요. (^^)
농담이고, 보잘것없는 제 만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또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저 제 만화를 보고 웃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만화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드리자면… 제발 저에게 “자, 오늘도 나를 웃겨보렴” 이러면서 압박 주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사람을 일주일에 두 번이나 웃기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조석 씨의 만화는 주 2회 연재) 만화는 그저 만화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캡띵' <에어로너츠> 변상조 프로듀서와 한 컷.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