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말, 신생 스타트업 EVR 스튜디오가 공개한 <프로젝트M>은 언리얼 엔진4를 활용, 다양한 캐릭터와 상호작용 하면서 벌이는 감성교감 콘텐츠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방문한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도 캐릭터 모델링, 게임의 전달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EVR
스튜디오를 다시 만났다. 사옥 이전부터 작업 공정의 효율화, 콘텐츠 진척까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고, 또 발전했다. 기간 대비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그들은 개발 파이프라인 과정을 수립하기로 결정했다.
보다 구체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떤 과정을 밟아왔고 <프로젝트M>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대략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말처럼, EVR 스튜디오는 ‘VR 시장에 영감을 주는 회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새로운 히로인들 추가 등장! 개발 공정 효율화도 더불어 진행
디스이즈게임: 한 동안 소식이 없다가, <프로젝트M: Daydream>이 작년 스팀에 갑자기 공개됐다. 새로운
버전인가 했다.
김재환 대표: (웃음) 티저 버전이었다. 지스타 2016 때 선보인 내부 프로토타입 버전과 동일하다. 지스타에 선보이기로 하면서, 사용자 반응과 VR 경험 등 몇 가지 주요 경험을 중점적으로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VR 내 가상의 캐릭터와 소통하는 것도 궁금했고. 기능 외에 짧은 스토리도 붙였다.
이후, 지스타를 마치고 작년 3월
GDC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VR 엑스포 등 여러 곳을 가게
됐다. 거기서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M>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많이 문의하더라. 온라인에서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꽤 있었다.
그래서 완전한 버전은 아니어도 우리가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릴 겸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을 한 번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스팀과 오큘러스 스토어, 중국 하이퍼리얼
HMD 스토어에 공개했다.
그렇다면,
본편은 순조롭게 개발 중인가?
민동준 총괄 PD: 물론이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계획하고 있던 본편은 계속
개발 중이다. 오늘은 <프로젝트M> 개발 근황과 더불어 등장하는 3명의 히로인 중 2명에 대한 정보, 그리고 ‘에피소드1’에 대한 시놉시스를 공개하고자 한다.
과거에 <프로젝트M: Dream>, <프로젝트M: Daydream>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나. 그 여성들인가?
민동준 총괄 PD: 아니다. 그때 공개한 여성들과는 무관하다. 별도의 인물이며, 커다란 시나리오 줄기 중 메인 시나리오의 나머지
1명인 진 히로인은 나중에 공개할 것이다. 이후에 공개될
히로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참고로, 모든 인물들의 페이셜
애니메이션 작업도 1년 반 동안 재작업했다. 모든 작업은
자체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일례로 최하나에 대해 설명하면, 유저와 같은 고등학교 학생으로 밴드부
보컬을 맡고 있다. 밴드부는 고 2때부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삐걱거리는 상황. 유저와는 고3 생활을 함께 하게 된다. 최하나는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친구들과 콘서트를 하는 것이 목표다. 유저는
그 과정을 도와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아래 2종의 영상을 통해 히로인들의 모습을 만나보자.
인터뷰 형식의 상호작용 반응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영상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한다.
민동준 총괄 PD: 그렇다. 인터뷰 포맷을 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바로 ‘상호 관계에 의한 작용’이다.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다. 억지로 질문해봐야 호감만 떨어질
뿐이다. 히로인과 친해지려면 좋아하는 관심사를 잘 파악해야 한다.
대화를 몇 번 나눠보면, 이비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를 파악하는 것이 히로인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폰X를
활용한 별도의 앱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어떤 것인가?
민동준 총괄 PD: 아이폰X의 ‘페이셜
캡쳐’ 기능을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정식 명칭은 <프로젝트M AR 이모지>로, 전방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 <프로젝트M>의 최하나, 이비 캐릭터 중 한 명을 고르면 된다. 사용자의 표정에 따라 캐릭터의
표정이 바뀐다.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것을 만든 것 같다.
김재환 대표: 그런가(웃음). 사옥을
강남역 인근으로 옮기면서 프로덕션 작업을 이어 나갔다. 사실, 오면서도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퀄리티 정도를 떠나 모든 대사를 풀 페이셜 립싱크를 해야 했다. 무려 5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이들로
수십 시간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사실, 1년 반 정도의 기간 대부분은 내부 개발 파이프라인 수립을
위한 과정이었다. 시나리오도 다듬었고, 그 동안 발전한 VR 기술들에 대해 학습한 것들도 넣어 재조정하기도 하고.
지난 인터뷰에서, <프로젝트M>을 ‘감성
교감형 연애 콘텐츠’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지난만큼,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면 좋겠다.
민동준 총괄 PD: 많은 것이 진척된 상황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게임 개념의
콘텐츠는 아니다. 전투나 월드 등이 합쳐진 그런 콘텐츠는 아니다. 유저
선택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며, 과정에서 히로인, 여러
캐릭터와 교감한다.
과정을 통해, 유저는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위 최하나 영상에 나온 로봇이 조금 의아했을 수도 있을 텐데, 힌트를
주자면, 그 로봇의 자리는 바로 유저 자신이다. 이는 유저가
경험하는 콘텐츠가 드럼을 치면서 리듬게임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 이비가 기획사에 제출할 사진을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스튜디오를
빌려서 이비를 찍어서 잘 나온 사진을 고른 다음 기획사에 제출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연상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즐긴다고 보면 된다.
1년 가까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FPS,
RPG 같은 장르를 섞은 테마파크 형태의 게임은 기획하지 않았다. 모든 즐길 거리는 시나리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최하나 영상에 등장하는 세션들도 친구다.
이들과 친해지는 과정도 있다.
개발 진행 과정에서 변경된 점이 있다면?
박재욱 기술 AD: 특별하게 큰 변화는 없다. 중간에 경험을 해야 하는 간격이나
종류, 세밀한 표현 등에 대해 조절했다. 무엇보다, VR의 효과적인 경험을 위해 사실성이 바탕이 된 그래픽을 깔고, 그
위에 스토리가 더해져서 유저가 VR 속에서 사실감을 느끼며 시나리오를 경험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26분 남짓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만들었는데, 캐릭터가 1명임에도 작업 기간이 상당했다. 힘들었다(웃음).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페이셜 공정도 다시 수립했다. 물론, 내부 R&D부터 아이폰X 페이셜 캡처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작업 과정도
효율적으로 다듬었다. 전체적으로 작업과 테스트를 반복했다.
원래 목표한 계획을 콘텐츠화하려면 애니메이터가 100명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의 효율성을 생각해야 했다. 우리가 원하는 기본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거기에 맞는 툴을 찾기도
하고 없으면 만들었던 과정을 1년 반 동안 겪었다.
캐릭터를 만드는 3D 스캔, 페이셜, 모션 캡처를 어떤 과정으로 얻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과거에는 스캔도
외부 서비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연구 과정을 거쳐 내부에서 다 만들 수 있게 됐다. 물론, 생산성 극대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사운드 녹음도 동시에 진행해 비디오 영상 자료를 모두 싱크에 맞춰 녹화, 버전
별 관리해 서버에 저장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 시나리오에 맞는 다양한 경험 가능, 개발 진척도는 30% 정도
<프로젝트M> 시나리오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구범석
AD: 어드벤처 형식이다 보니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연애 관련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다소 어두운 부분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유전자 변형식품’이다. 그에
대한 사회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도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다.
물론, 다큐멘터리처럼 진중하게 풀지는 않을 것이다. 대략 설명하면, 어떤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것을 계기로 10년 뒤, 주인공이 유전자 변형식품과 관련된 거대 대기업을 조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게 된다. 그 순간, 1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모든 사건일 일어난 원인을 찾아서 막는 것이 <프로젝트M>의 중심이다.
※ <프로젝트M> 시놉시스
고등학교 졸업식.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 사이로 보였던 빈자리.
그 위에 놓인 하얀 국화꽃 한송이.
주인공 이안에게 고교시절의 기억은 하얀 국화꽃 한송이가 마침표처럼 찍혀 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세계를 위험에 빠뜨린 거대 기업의 음모를 막기 위해
레지스탕스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던 중 폭발사고에 휘말려 죽게 된다.
그가 다시 눈을 뜬 세상은 10년 전 고등학생 시절.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던 이안은 그 시절 마침표처럼 남아있던 하얀 국화꽃을 떠올리게 되고, 과거를 바꾸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떠올려도 그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모습이나 사건 사고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로 온 부작용일까? 혹은 누군가의 방해일까? 불행했던 졸업식 외의 다른 모든 기억이 사라진 이안. 과연 그는 자신이 과거로 오게 된 실마리를 찾아 과거를, 그리고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인터뷰에서 ‘현실감에 기반한 자유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난만큼, 자유도에 대해서도 다시 들어보고 싶다.
민동준 총괄 PD: 일반적인 게임의 자유도와 형태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개수로
보면 <프로젝트M>이 더 많을 수도 있다. UX적인 부분에서 보면. VR에서는 현실적인 부분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상호반응적인 부분들이 가능해야 자유도를 느낀다. 집을 수 있는 것이 집어지거나, 열 수 있는 것을 열거나. 사람이 인지하는 것 말이다.
<프로젝트M>은
그런 것들을 철저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GTA>와 같은 심리스한 형태의 자유도와
다른 개념이다. 유저를 시나리오 방향에 맞게 잘 유도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전개하면서
그 속에서 다양한 행동을 하게끔 할 것이다.
조금 더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구범석 AD:
자유도에 입각한 기능이 게임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때 자유도가 매우 높게 평가되지만,
<프로젝트M>은 유저가 스스로의 행동을 정할 수 있다. 나가서 어디에서 퀘스트를 수행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A라는
NPC를 만나 발생하는 일은 꼭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핵심 콘텐츠는 부여한 미션이므로 의도한 대로 진행돼야 한다.
<프로젝트M>은
여태까지 나오지 않은 게임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개념 보다, 유저가 생각하고 플레이 하고자 하는 경험에
보다 충실하면서 VR이 줄 수 있는 UX적인 경험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난 인터뷰 때 팀 스위니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팀 스위니 대표가 최근 개발 버전도 본 적이 있나?
김재환 대표: 설립 이후 매 해 방문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캐릭터에
많이 놀랐다(웃음). 또,
언리얼 엔진을 이 정도 활용해서 쓰는 개발사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에픽게임즈가 <파라곤> 개발
당시 그를 위해 엔진 성능 개선을 위한 업데이트를 많이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파라곤> 개발팀의 고민과 우리의 고민 시점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엔진 업데이트 내용을 보면 우리가 바랐던 내용들도 많이 들어있어서, 엔진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재욱 기술 AD: 얼마 전 GDC에서 발표한 ‘사이렌’ 영상을 보면서 영상에 쓰인 기술이 우리와 비슷한 것을 보면서
내심 우리의 기술에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내부에서 소화하기도 했고. 많은 국내, 외 개발자들이 모든 것을 한 회사에서 소화한 스튜디오는
매우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2년 전, <프로젝트M> 발표 당시 방문한 에픽게임스 닉 와이팅 VR 총괄, 팀 스위니 대표, 에픽게임스 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최초 공개 당시에는 오큘러스 VR, PS VR, 모바일 VR을 론칭 디바이스로 밝혔다. HMD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달라진 부분이 있겠다.
김재환 대표: 그렇다. HTC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 PS VR로 계획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오큘러스 GO는 컨트롤 조작 부분에서 6자유도인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낮은 3자유도를 사용하고 있어서 메인 타깃은 아니다. 중국의 하이퍼리얼 HMD도 스펙에 부합해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Non-VR 버전도 생각하고 있다. 경험점이 다른 만큼 단순한 포팅 개념은 아닐 것 같다. 게임성이
달라지다 보니 추가 고민도 해야 할 것이고. 시기는 VR 버전과
좀 간격을 둘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콘텐츠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나?
민동준 총괄 PD: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들어간 지는 1년 정도 됐다. 전체 준비한 시나리오 중 30% 정도 진행됐다. 각각의 조각 개념인 콘텐츠는 어느 정도 개발됐다. 작년 연말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스캔을 받는 공정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이제 진짜 시나리오를 받아내는 작업에 들어간다.
<프로젝트M>의 출시 시점은 언제인가?
민동준 총괄 PD: 2019년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론칭을 계획하고 있으며, 7~8개 국가 언어로 선보일 것
같다.
# "분야를 떠나서 VR 시장에 영감을 주는 회사 되고 싶다"
EVR 스튜디오는
VR 관련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젝트
별 비중은 어떤가?
민동준 총괄 PD: 거의 대부분 <프로젝트M>에 투입되어 있다. <프로젝트M> 업무에도 관여하면서 비게임 파트도 해당 담당자가 총괄하는 형식이다.
비게임 분야에 대한 시도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김재환 대표: 해외 사례를 보면 다양한 곳에서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고 있다. EVR
스튜디오도 그런 쪽에 있어서 도전을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확장 활용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비게임 분야에 대한 성과도 있더라. 영화 ‘기억을 만나다’ 처럼.
김재환 대표: 그렇다. 세계 최초로 만든 VR 로맨스 영화다. VR 기술과 4DX
상영시스템을 결합한 작품으로, 곽경택 작품이 맡고, 자사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구범석 감독이 연출과 화면을 맡았다. 칸 국제영화제 NEXT VR Theatre에 선보였다. 분야를 떠나 꾸준히 VR 시장에 영감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