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에는 28만 명, 유튜브에는 31만 명의 ‘풍뎅이’가 있다. 게임 전문 스트리머 풍월량의 팬을 일컫는 말이다. 오랜 팬은 ‘장수풍뎅이’라고 부른다. 풍월량과 풍뎅이들. 자꾸 곱씹게 된다. 풍월량 방송 특유의 분위기만큼이나 정겨움이 느껴지는 팬네임이다.
풍월량 김영태는 근 10년을 방송했다. 10년을 한결같았다. 말투와 표정, 시청자들을 향해 ‘이 녀석들’이라 할 때의 그 억양. 그도 이게 직업이 될지 몰랐을 거다. 그저 재밌어서 했는데, 그게 돈이 되고, 직업이 됐다. 누군가는 운이 좋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뿐만도 아니다.
풍월량 방송은 ‘클린’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만 좋아서는 클린하기 어려운 세상. 풍월량은 요즘 그게 고민이다. 말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다. 커진 영향력과 인기는 딱 그만큼의 무게로 어깨를 짓누른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 1위로 유튜버와 스트리머가 꼽히는 시대. 영상 콘텐츠의 물결은 집, 학교, 거리, 상점 등 눈이 닿는 모든 곳에서 넘실거린다. 신(新) 아이돌이 된 유튜버와 스트리머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디스이즈게임이 게임 전문 스트리머 풍월량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김지현 기자
* 해당 인터뷰는 2018년 5월 30일 진행됐습니다.
게임 전문 스트리머 풍월량 (본명 김영태)
지금 팀 규모가 어떻게 되나.
영상 편집자 한 명과 나. 둘이 다다. 와이프가 방송하기 전에 옷이나 머리 같은 것 해 주고, 스케줄 관리도 해 준다. 사실 회사 생기고 팀을 더 늘릴 수는 있는데, 그럼 밖에 나다녀야 하니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더라. 집에서 시청자들이랑 방송하면서 얘기하고 그러는 게 좋다.
외부 행사 자체는 많이 들어온다. 근데 일단 내가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나가서도 잘 못 하고. 나가면 뭐 찍어오고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게 좀 안 맞는다.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긴 하는데. (웃음)
보통 새벽까지 방송하는데 영상이 항상 빨리 올라온다.
편집하는 분은 내가 방송하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편집을 하고 계신다. 사실 내 방송이 자막이나 효과 같은 게 많이 들어가진 않으니까. 그래도 방송 시간이 원체 기니까 힘드실 거다.
시청자들은 길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나.
길게 하는 걸 좋아한다. 이 사람들 끝까지 보지도 않으면서. (웃음)
풍월량 게임 방송은 매일 저녁 8시부터 트위치에서 볼 수 있다. (출처: 풍월량 유튜브)
콘셉트 하나로 정말 오래 방송해 왔다. 사람들은 풍월량 방송이 ‘클린’하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방송마다 스타일이 있다고 본다. 욕하는 방송도, 선정적인 방송도 있다. 있는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당연히 있다. 그런 건 플랫폼에서 관리를 해 줘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도 자극적인 것들이 있지 않나. 등급으로 관리가 다 되고 있고. 인터넷 방송은 그런 게 아직 없다. 어디까지 규제가 돼야 하는지 논의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논의라든지, 그런 게 지금 좀 필요하다고 보나?
필요하다고 본다.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합의점은 있어야 한다. MCN 협회도 있긴 한데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지금 시점에 스트리머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건 시청자들이다. 정확히는 시청자들이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 넣는 것. 민원 들어가면 바로 반응이 온다. 아프리카tv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 있었을 때도 시청자들이 고발해서 조치된 거다. 그런 걸 플랫폼이 좀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플랫폼이 스트리머들 모아서 교육도 하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좀 더 필요하다.
방송마다 스타일은 있는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 있다
일부 인터넷 방송에서의 일탈 행위와 과격한 표현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트위치는 어떤가? 본인이 방송하는 플랫폼인데.
트위치는 일단 미국 회사라 한국 법 적용을 안 받는다. 그리고 지금은 게임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어서 애초에 그런 자극적인 사건들이 덜 일어난다. 아무래도 보이는 라디오나 야외 방송 같은 데서 문제가 많이 일어나지 않나. 오히려 아프리카tv가 요즘 더 조심하는 것 같다. 워낙 눈길을 많이 받다 보니. 트위치도 앞으로 한국에서 영향력이 더 커지면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채팅방 관리도 그렇고.
풍월량 방송은 채팅방도 다소 건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리는 어떻게 하나?
사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할 때는 매니저를 뒀었는데, 트위치에서는 안 두고 있다. 트위치는 중계방이 없고 방이 하나라서 일단 혼자 관리하고 있는데 힘들다. (웃음) 매니저를 좀 둬야 할 것 같다.
이게 문제가 있다. 채팅방에서 분란을 일으키거나 욕설하는 분들을 밴(입장금지)해도 다른 아이디 만들어서 다시 온다. 트위치는 메일 인증만으로 가입이 되니까. 접속 IP 기준으로 밴하게 해 달라고 트위치에 건의는 해 놨다. 그것만 있어도 좀 괜찮을 것 같다.
시청자가 많아서 혼자 관리하기 힘들 것 같은데.
매니저가 있어도 사실 채팅방 관리는 힘들다. 분란 일으킨다고 무작정 강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나 분위기도 잘 보면서 관리해야 한다. 애매할 때는 결국 내가 나서서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매니저들은 정말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다. 근데 매니저를 오래 하니까 질려 하더라. 내 방송에 질리는 게 아니라 (웃음) 채팅방 관리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지치는 거다. ‘내가 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한테 이런 걸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매니저가 있어도 어차피 관리는 안 되니까 내가 혼자 좀 해 보자’ 해서 혼자 하고 있는데, 잘 안된다. 힘들다. (웃음)
방송한 지 한 10년 됐나. 나는 풍월량 방송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로 접했다.
그랬나. 그땐 정말 그냥 심심해서 시작했다. 다른 방송 보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사실 친구 한 명이 먼저 방송을 했었다. 친구는 며칠 하다가 그만뒀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한 번 따라 해 본 게 시작이다. 해 봤더니 생각보다 잘 되고, 관심받으니까 재밌더라. <와우>할 땐 돈은 별로 못 벌었다. 한 달에 5만 원? 핸드폰 값 정도 냈다.
언제부터 전업 방송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나?
회사 들어갔을 때부터. <리그오브레전드> 초창기 때 한 달 정도 인기를 많이 끌었다. 그래도 이걸 전업으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애가 생긴 거다. 그때도 한 달 월급 정도는 벌고 있었는데, 아빠가 됐으니까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방송 회사 가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근데 아무래도 회사에 소속돼 있다 보니 원하는 대로 하지는 못했다.
그때가 회사 방송국 초창기 때였으니 일이 많았지. 갓난아기 있는데 집에도 잘 못 들어갔고. 인터넷 방송이 붐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거든. 다른 방송들 막 대박 나고. 그것 보고 약간 후회했다. (웃음) 회사에선 1년 정도 일하고 나왔다.
아프리카tv로 돌아와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로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회사 다닐 때 롤 방송을 너무 많이 해서 사실 롤에는 좀 질려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스팀 게임 하자고 하더라고. 근데 그게 쉽나. 한국에선 스팀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롤 할 때 방송 2,000명 보고 있었는데 스팀 게임 켜면 반이 훅 나가니까 멘탈 깨지더라. 그래도 조금씩 노하우 생기니까 스팀 게임 방송도 시청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도와주신 분이 스팀 게임에 굉장히 해박한 분이었다. 이 게임 저 게임 사 주시면서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하시고. 시청자들도 나도 잘 몰랐을 때지.
지금은 패키지 게임이나 인디 게임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방송을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조금씩 보이더라. 사실 스토리 게임은 별로 인기가 없다. 사람들은 로그라이크나 단순한 것, 직관적인 것을 좋아한다. 별다른 지식 없이 봐도 되고, 중간부터 봐도 재밌으니까. 그런 것들 위주로 방송하면서 매니저와 매일매일 연구했다. “어제는 무슨 게임 방송했는데 시청률은 얼마나 나왔고, 반응은 어땠다” 이런 식으로.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롤 방송보다 더 많이 봐 주시더라.
당시에 확신을 가지게 했던 게임이 <쓰레기통>이라는 게임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었고 그냥 쓰레기 버리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그때 5,000명이 방송을 봤다. 롤은 뭘 하든 2,000명, 많이 봐야 3,000명 정도? 단순히 쓰레기 버리는 게임하는데 5,000명이 보니까 나도 놀랐지.
풍월량 유튜브 채널 인기 영상 상위권에는 패키지게임, 스팀게임 방송 영상이 심심찮게 보인다.
시청자가 많아지면 자극적인 방송으로 더 많은 사람을 모으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방송이지 않나. 이게 마음에 드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건데 변할 이유가 없다. 방송에서의 풍월량과 현실에서의 김영태는 똑같은 사람이다. 아, 그건 좀 다르다. 방송에서 워낙 말을 많이 하니까 현실에선 말을 잘 안 한다. 옆에서 뭐 물어봐도 대답을 잘 안 한다. 와이프가 완전 속았다고 하더라. (웃음) 개그맨들이랑 비슷한 것도 같다. 개그맨들도 현실에선 과묵하다고 하지 않나.
풍월량 방송은 시청자 평균 연령이 얼마나 되나? 건전한 분위기가 연령에 영향을 받는 것 같나?
2~30대 정도다. 지금 30대 초반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나랑 같이 늙어가고 있는 거다. (웃음) 유튜브 통계를 보면 25세에서 34세 구간이 가장 많다.
건전함이라. 일단 연령대가 있으니까 아주 어린아이들 보는 방송처럼 그런 알 수 없는 말들이 채팅으로 올라오진 않는다. 근데 20대는 20대 나름의 비매너가 있다. 욕은 안 하지만 속을 긁어놓는. (웃음) 아이들은 “에이 더럽게 못하네” 이런 식이라면 나이 좀 있는 분들은 “풍월량님이 나이가 좀 많으셔서 그러니까 이해 좀 해 주세요” 이런 식이다. 더 짜증 난다. 차라리 욕을 해 주세요. (웃음)
장단점을 따져도 시청자와 나이대가 비슷한 건 좋은 것 같다. 나랑 취향이 맞으니까.
방송에 여성 시청자도 많은 걸로 안다.
게임 방송 치고 많은 편인데 그래봤자 7:3 정도다. 근데 여성분들이 활동력이 뛰어나시더라고. 최근 1~2년 새 많이 느꼈다. 팬미팅에서 보면 남성분들은 “예예 안녕하세요” 이런다면 여성분들은 “와!! 팬이에요!!” 이러신다. (웃음) 팬카페에서도 성비는 7:3 그대로인데 활동률은 5:5 정도? 남성분들은 글 많이 쓰시는데 여성분들은 댓글을 정말 많이 써 주신다.
방송에서는 가급적 모든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다. 논란이 생길 수 있는 표현이 채팅방에 올라오면 자제해 달라고 하고. 그냥 두는 방송도 많아서 항의하시는 분들도 있다. “왜 못하게 하냐. XXX 진짜 있는데” 이런 식이다. 요즘 논란이 되는 여성에 대한 표현뿐만 아니라 다른 비하 섞인 표현들도 채팅방에선 막는다.
그런 문제 될 것 같은 표현들은 하나씩 분류해서 정리를 한다. ‘이건 쓰면 안 될 것 같아’, ‘이 정도는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사실 나도 나이가 있고 살아오며 별생각없이 쓰던 말들도 있어서 당연히 한 번에 바꾸는 건 어렵다. 그래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나는 일베, 메갈, 남혐, 여혐 이런 거 다 모르지만, ‘남녀노소 즐겁게 볼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
최근에 피드백을 엄청 받았다. 잘 모를 때 썼던 말들.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보는 방송을 하고 싶다
인터넷 방송 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이나 언론, 공인에 의한 혐오 표현 이슈는 날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정말 논란이 없는 편이다.
나도 논란 많다. 근데 다른 방송에서는 워낙 사이즈가 큰 사건들이 터지니까 묻히는 거다. 내가 워낙 욕먹는 걸 싫어한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하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나. ‘빠가 까를 만든다’ 이런 말도 있고. 근데 나쁜 얘기면 더 마음이 안 좋으니까. 그런 걸 좀 신경 쓰는 편이다. 그런 소리 들을 바엔 차라리 방송이 별로 안 커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존재가 방송관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
영향이 없진 않았다. 어느 날 주니어(풍주니어, 풍월량이 방송에서 아들을 이르는 말)가 내 방송을 보다가 “죽었다!” 이러더라. 그 말을 듣고는 ‘네 다섯 살이 쓸 말은 아닌데’ 싶었다. 그래서 내 방송도 너무 어린 친구들은 보면 안 될 것 같고. (웃음)
9세에서 12세 정도가 시청 가능 연령 아닐까 싶다. 게임이 좀 잔인한 경우도 있고, 나도 술 한잔하면서 방송할 때도 있으니까. 그것보다 더 어린 친구들은 ‘캐리 누나’ 봐야 한다.
풍월량은 가끔 시청자들과 편안히 대화를 나누는 ‘술먹방’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아빠가 하는 일이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아이가 아나?
안다. 자기도 일하겠다고, 아빠 조수 되겠다고 한다. (웃음) 조수하려면 공부 잘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영어 잘 해야 된다고. 물론 지금도 같이 할 수는 있는데, 예전에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할 때 아들이 인사한다고 아주 잠깐 나왔다. 근데 시청자 중 한 분이 “애 팔아먹는다”라고 하더라고. 기분 엄청 안 좋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잘 안 보여주려고 하는데 요즘은 아이가 아빠 뭐 하는지 다 아니까 잠깐씩 나올 때가 있다. 좀 더 커서 의사표현 더 확실히 하면 같이 게임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요즘은 아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도 많이 있으니까.
아빠 방송 말고도 유튜브 방송을 많이 보나?
보는데, 많이 못 보게 한다. 말투를 자꾸 따라 하더라. 그리고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방송인데도 좀 폭력적이거나 과격한 방송들도 있다. 아이가 <슈퍼마리오>를 정말 좋아하는데, 방송에서 말을 예쁘게 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더라. 아빠도 말을 예쁘게 잘 안 하고. (웃음) ‘죽었다’ 이런 말도 사실 별 건 아닌데, 내 입장에선 그 나이의 아이들이 좀 안 했으면 싶은 거다.
부적절한 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을 대신한다는 콘셉트의 초등학생 유튜버.
최근 부상한 저연령 유튜버 문제는 또다른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말한 것처럼 스트리머나 유튜버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본인의 영향력을 체감한 적이 있나?
행사장에 갔는데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와서 툭툭 치더니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내 방송을 보는구나’ 했던 적이 있다. 메일로도 의견 많이 온다. 나는 그런 메일 보내는 분들 불편러로 취급해 버리기보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으면 고치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거다. 그런 의견 받거나 할 때 ‘내가 영향력이 있구나, 조심해야겠다’ 생각한다.
행동반경이 좁아져서 힘들 때도 있겠다.
방송이 커지다 보니 지금 강제로 착한 사람이 되고 있다. (웃음) 원래 그렇게 막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는 아니었다. 깐죽대는 이미지면 몰라도.
예전에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조심해야 할 말들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근데 그걸 하도 머릿속으로 ‘조심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보니 방송에서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해 버린 거다. 바로 사과했다. 나도 말을 하고 깜짝 놀랐다.
시청자들이 채팅방에서 하는 말들을 내가 가끔 따라 할 때가 있다. 근데 그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들도 있더라. 이런 걸 다 알아야 하니까 가끔은 좀 힘들다. 마치 한 발만 잘못 딛으면 떨어지는 낭떠러지에 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스스로 검열을 계속하게 된다.
농담조로 하는 말인데, 자극적인 방송하는 사람 부러울 때도 있다. “와 세상에 저런 말을 하네. 저런 말 해도 되나?” 이런 거다. (웃음) 너무 나를 검열하게 되니까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예전에 술 마시고 방송에서 욕도 막 했다. 나 그렇게 클린한 이미지 아니고 싶다고. 너무 클린한 이미지로 가다 보니까 내가 너무 힘들다고. 그냥 “얘는 그렇게 클린한 편은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안티는 많이 없는 편이지 않나?
별로 없었다. 근데 요즘 좀 생겼다. 트위치에서 1등도 하고 방송이 커져서 그런 것 같다. ‘재미없는데 왜 1등이냐’, ‘노잼인데 처음부터 인기가 많아서 계속 많은 거다’, ‘트위치 적폐(?)다’ 등 별말 다 나온다.
이건 다른 스트리머들도 겪는 어려움인데, 롤이나 배그같은 게임할 때 상대편으로 매칭 된 다음 나만 계속 죽이거나 하는 식으로 저격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물론 이런 게 재미를 줄 때도 있지만 끈질기게 하는 분들이 있을 때는 정신적으로 좀 괴롭지.
근데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적은 편이긴 하다. 논란을 안 만들려고 애쓰니까. 근데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너무 논란 없이 가려고 하니까 아슬아슬한 거다. 조금만 잘못하면 끝날 것 같고.
심플한 삶을 원하는 것 같다. 논란도 가급적 피하고 싶고, 시청자들이랑 소통하며 방송하는 게 중요하고.
맞다. 한량이다. 닉네임도 그런 뜻이고. 근데 요즘은 좀 고독한 것 같기도 하다. 방송하다 보면 생기는 고민 같은 걸 털어놓을 데가 없다. 와이프는 아이 때문에 너무 바빠서 고민 들어달라고 하긴 미안하고. 동종업계에 좀 친한 사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가끔 한다.
다른 스트리머들과도 자주 교류하나?
아예 안 한다. 만나면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이 업계에서 갑자기 잠적하거나 시청자 수가 많이 줄어드는 경우를 보면 그렇게 사람끼리 생기는 문제 때문일 때가 많다.
내가 원체 사람 사귀는 걸 귀찮아하기도 한다. 합방 같은 것도 잘 안 한다. 합방하면 맞춰야 하지 않나. 옛날에 회사 다닐 때도 너무 많이 했다. 그때 모르는 프로게이머 초대해서 같이 방송 많이 했는데 힘들었다. 시청자들도 별로 안 좋아한다. 내가 안 좋아하는 걸 아니까.
요즘 뭐가 제일 큰 고민인가?
사는 게 좀 심심한 것 같다. 방송하는 거 물론 재밌는데 요즘 좀 힘들기도 하고. 여행도 갔다 와 봤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 인생이 뭘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편해졌나 보다. 오늘도 신작 게임 방송 두 개 할 건데, 벌써 재미없다는 후기 나왔다고 해서 걱정이다. 그럼 롤이나 해야 하는데. (웃음) 스팀 게임 좋아하는 분들은 롤 하는 것 싫어하시거든. 롤 반대파.
방송하면서 그렇게 힘든데도 계속하는 건 수입 부분도 있겠지만 방송이 본인에게 주는 기쁨이 큰가 보다.
방송으로 많이 푼다. 술 먹방도 사실 콘텐츠라기보다는 내가 힘들 때 한다. 방송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방송으로 푸는 거다. 물론 이상한 사람들 있긴 한데 일부고, 방송 봐 주는 사람들한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내가 친구 같다 보니 많이 몰입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나중에 안티 되면 제일 무섭다.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할 수 있는 분들이다. 물론 좋아해 주시니까 감사한데 몰락(?) 한다고 생각하면 그런 분들이 제일 무섭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