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시각으로 어린아이들의 마음, 생각을 오롯이 이해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원리, 원칙이 가득한 사회 구조 속에서 성장해 온 어른의 기준에서, 어린아이들의 행동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때로는 기발하고,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다.
지난 4월 초 출시한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은 어린아이의 생각을 기반으로 두 부부가 개발한 어린이 교육용 게임이다. 평소 아이에게 바다 관련 책을 읽어주면서, 미지의 영역인 바다가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서 시작됐다. 아이가 아이디어를 내고, 부부가 그것을 구체화했다.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은 상업용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닌, 부부와 아이가 함께 꾸려온 추억이자, 선물이다. 어린아이의 감성이 가장 잘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을 개발한 부부 개발사, ‘치치코코’를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본인들의 요청에 의해 부부 각각의 호칭을 ‘남편’, ‘아내’로 표기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남편: 원래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많이 벌리는 성격이긴 했어요. 직업이 그래픽 아티스트다 보니 그런 쪽으로요.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 프로그래밍 공부도 독학하기도 했고요. 항상 ‘우리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이 첫 작품이 됐습니다.
본격적인 작업은 작년 겨울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둘째도 커서 어린이집에 갈 때가 됐고 아내도 그림을 그릴 여유가 됐거든요. 올해 4월 초에 나왔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출시 후 몇 주 동안에는 버그도 고치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아내: 뭔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거든요. 우리 힘으로 뭔가를 했다는 기분?
남편: 저는 3D 그래픽을 해왔고, 아내는 아티스트에요. 시나리오나 디자인, 기본적인 흐름은 아내와 아들이 같이 했고, 저는 퇴근 후 그것들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했죠. 무리한 아이디어다 싶으면 과감하게 정리하면서요(웃음). 평소 SNS도 잘 안 하고 TV도 안 보다 보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명 ‘치치코코’라는 이름이 특이합니다. 의성어 같기도 하고요. 맞나요?
남편: 네, 맞아요. 둘째 딸이 지어준 거예요. 평소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는 편인데, 어느 날 ‘칙칙폭폭’하는 기차 소리를 보고 “치치코코~”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귀엽기도 했고, 기억에 남아서 회사명으로 짓게 됐어요. 평소 가족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던 것이 습관이다 보니 결정한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들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서 남기잖아요.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남편: 그렇기는 하죠. 사진과 영상이 그때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록되기는 하지만, 글은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잘 담을 수 있거든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가능하면 담으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매번 분량이 긴 것은 아니에요. 짧게 한 줄만 적을 때도 있고.
아내: 첫째가 배 속에 있을 때, 남편이 평소 1주일에 3~4번 글을 썼던 것 같아요. 둘 다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첫째가 생기고 나서 달라져 아이에 대한 애정이 많아졌죠. 그래서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적기 시작한 것 같아요.
사소할 수 있지만 대단하신 것 같아요. 교육용 게임을 만든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아내: 처음에는 교육용 앱이라고 했는데, 플레이를 해 본 아들의 친구가 게임 같다고 얘기해서 교육용 게임으로 표현하기로 했어요. 후반부에 숨은그림찾기나 퀴즈, 카드 모으기 등 게임적인 요소가 있긴 하거든요. ‘게임’이라는 단어만 보면 부모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어서 써야 할 지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요.
저희가 그림책을 좋아했고, 또 아이들에게 많이 읽어 주기도 했지만, 미래에는 이런 앱들도 그림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요. 태블릿 등 스마트 디바이스도 상용화되고 있고. 요즘 아이들 보면 스마트 디바이스 적응 속도도 빠른데, 정작 그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 요소로 다른 영역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졌죠. 그림책에서 볼 수 없는 상호 작용 요소도 넣고요. ‘미래의 그림책’ 같은 느낌이죠. 정확히는 게임을 위해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아이들과의 삶, 추억을 기록하고 그것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화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보니 게임으로 표현됐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요?
남편: 둘 다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어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게 됐어요. 목이 쉴 정도로요. 그러다 보니 많은 그림책의 그림을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우리도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하지만, 생업도 있고 아이도 키우다 보니 계속 생각만으로 지내왔어요. 평소 아쿠아리움 같은 곳에 많이 가기도 했고요. 일산, 제주, 삼성동, 일본까지.
그러다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원래 아내가 따로 그림책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꼬셨어요(웃음). 시대도 달라졌고, 아이들의 환경에 맞춰서 미래의 그림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보자고. 다행히 포토샵도 금방 배워서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책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책 모으는 것이 취미였어요. 아내는 아이의 관점에서 설명을 잘 해주는 것 같고요. 도서관 같은 곳에서 보면 애들이 모여 아내가 읽어주는 것을 듣는 모습도 자주 볼 정도였으니(웃음).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은 바다 관련 책을 읽어주다 보니 바다에 대한 정보도 많고, 또 흥미롭거나 신비로운 얘기들도 많아서 소재로 담게 됐어요.
아내: 집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바다 관련 책을 싹 가져와서 아이와 같이 보면서 얘기도 나누고 스토리 등을 구상했던 것 같아요. 저와 아이가 많이 얘기했는데 남편이 보기에는 특이하고 신기한 소재들이 많았나 봐요. 물론 중간에 정리를 해주기는 했지만.
남편: 아내와 둘이서 수시로 얘기를 나눴는데, 얘기하다가 보면 아이가 자기도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자꾸 끼어들더라고요(웃음). 하도 많이 하길래 “그러면 네가 얘기하고 싶은 것을 정리해오렴” 하니 좋아하면서 엄청 적어오더라고요.
아이도 함께 개발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전체적인 그래픽도 특이하기도 하고요.
아내: 치치코코의 로고는 저희 아들이 3살 때 그린 거예요. 각종 물고기도 아이의 그림이나 아이의 친구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 것이기도 하고요. 아들이 그린 그림은 아무래도 그대로 게임에 담는 것이 어렵다 보니 앱에서 보일 수 있도록 재작업을 했어요.
아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줬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물고기의 모습이 지금 모습과는 조금 다른 사실적인 모습에 가까운 형태였는데, 이걸 테스트해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요. 설명도 많다고 했고.
그래서 게임적인 요소를 넣어 보기로 했는데, 과정에서 카드 수집이나 퀴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피드백이 있었어요. 평소에 포켓몬 카드게임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수정 버전을 보여주니 카드가 쓰임새가 없다며 이걸로 퀴즈를 풀게 하자고 추가 아이디어도 줬어요. 숨겨진 물고기를 찾거나 퀴즈를 맞혔을 때 점수를 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고. 아, 판매 방식까지 고민하기도 했어요. 오류를 노트에 연필로 기록했다가 남편이 퇴근하면 보여주기도 했고요. 거의 기획자였죠(웃음).
남편: 픽셀이나 벡터 그래픽을 따서 표현하는 일반적인 형태에서 떠나 조금 특이한 그림체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특이하고 비주류일 수 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도 그렇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좋다는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 합니다. 어떤 형태의 게임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남편: 두 아이가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여행하며 숨어있는 바다 생물을 찾아내고 카드를 모으는 형태의 게임이에요. 숨바꼭질 개념이 있죠. 잠수함에 있는 아이들은 저희 아들, 딸이에요. 처음에는 얕은 바다로 시작해 점점 넓은 바다로 스테이지를 옮겨가며 더 많은 바다 생물을 찾을 수 있어요. 각 스테이지는 바다의 환경과 깊이에 따라 분류되고 사는 바다동물들도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르죠.
물고기를 비롯한 바다생물은 쉽게 볼 수도 있지만 바위 속이나 풀, 산호 틈 등에 숨어있기도 해요. 터치로 상호작용을 하면 바다생물에 대한 정보가 나오는 카드를 얻을 수 있죠. 오른쪽 UI에는 각각의 바다에서 발견해야 할 생물들이 나오는데 이를 터치하면 자신을 소개하면서 찾는데 도움 되도록 힌트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만약, 불가사리 뒤에 숨어 있으면 “파란 별 뒤에 내가 숨어있어”라는 식으로요.
숨겨진 바다생물을 발견해 모든 카드를 얻고 밖으로 나오면 각 카드에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바다나 해당 생물에 대한 정보로 쉬운 것부터 깊이 있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바다의 색깔이 여러 가지인 이유 같은 것도 있죠. 각각의 정보는 퀴즈로 이어지고요.
게임을 개발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남편: 회사를 다니고 아이 둘을 키우면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결혼 후에는 퇴근하면 가족들과 보내야 하겠다는 생각에 TV도 멀리했고 술도 끊었지만요. 퇴근 후 아이디어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평소에 메신저로도 얘기하기도 했어요.
아내: 아이가 5살 때 가져온 인형을 보고 ‘폭신이’라고 이름을 붙이더라고요. ‘햄버거’, ‘쏘시지’ 등 여러 인형에 이름표를 붙였어요. 햄스터도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그런 것들이 캐릭터화된 것 같아요.
남편: 아들이 3살 때쯤 한글을 알기 시작했는데, 엄마와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어서 추울까봐 화장실에 놨는데 그게 녹은 거에요. 그래서 뭔가 눈사람이 따듯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대화를 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 눈사람의 입장에서 아들에게 쪽지를 남겼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아들이 답장을 써서 현관에 붙이면 그걸 저녁에 보고 답장해주고. 우리 집이 이사를 가면 눈사람도 이사가고, 여동생이 생겼을 때는 눈사람도 여동생이 생기게 했어요. 우리 가족의 환경에 따라 눈사람의 환경도 따라서 변하는(?) 구성을 택했죠(웃음).
그러다가 얼마 전에 아들이 눈사람보고 너희 집 식구 사진을 보내 달라고 얘기해서 순간 당황했어요(웃음). 평소 아들이 논리적이긴 한데 눈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뭔가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그런 아이들과의 추억이 게임 곳곳에 담겨 있답니다.
아내: 아이들이 하는 게임인 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필요했어요. 아이 중에 보면 식물이든 사물이든 모든 것에 친구처럼 생명을 불어넣어 대화하고 그러잖아요. 저희 애들도 그랬고. 물고기든 바다 생물 모두가 아이들의 친구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각각의 성격을 부여하기도 했어요.
아까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고 얘기했는데요, 어떤 얘기를 들었나요?
남편: 우리 아이가 5살 된 ‘진지한 게이머’인데 퀴즈를 너무 재미있어했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림책을 내보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고요. 그림이 너무 좋다는 여성 분도 많았거든요. 각종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다만, 아동용 콘텐츠 쪽이 피드백을 받는 것이 꽤 어렵더라고요. 아무래도 주 사용자가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요.
아내: 각국에 제공되는 언어도 통통 튀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언어의 한계가 있다 보니 그 나라 감성에 맞게 번역을 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원래는 외국에는 사용 연령대 아이 중 아직 글을 습득하지 않은 아이도 있다 보니 글을 빼려고 하기도 했지만. 번역 관련해서는 업체를 알아보고 있어요. 나중에 여건이 더 나아지면 각 현지의 문화를 커버하는 파트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그 밖에 소셜 플랫폼 연동이나 와이파이가 없으니 비행기 탈 때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수익적인 부분이 잘 반영돼야 할 것 같습니다.
남편: 네, 현재 무료/유료 버전으로 나눠서 출시됐는데 무료 버전에는 광고를 따로 붙이지 않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앱이니까요. 그 기조를 유지하면서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꾸준히 반영하려고 하고 있어요.
또, 수익적인 부분을 위해 추가 구조를 넣어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독특한 그래픽이나 감성 등 저희가 생각하는 바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으면 좋은 기회들이 주어질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출판사와 함께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거나 각종 굿즈 등 콘텐츠로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나중에 자녀들이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나요?
남편: 평소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정성껏 만들었으니 고마워했으면 좋겠거나 가족의 추억을 위해 한 것이니 알아 달라는 그런 생각도 없고요. 저희 부부의 삶 속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과 추억을 쌓은 것이니 그거면 좋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치치코코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내: ‘치치코코’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 좋겠어요. 캐릭터를 가지고 다양한 OSMU를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아들이 원래 우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4살 때부터 온갖 우주 관련 책을 읽어왔거든요. 지금도 너덜너덜해진 책들이 책장에 가득해요. 몇 개 테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긴 한데, <너도 찾아봐! 바다동물>과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거나 조금 더 개선해서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방법을 찾고 있어요.
남편: 조금 더 얘기하면, 바다를 넘어 지구 전체를 다뤄보고 싶기도 합니다. 기후에 따라 살아가는 생명에 관한 앱이나 고대 문명부터 흘러온 우리나라 역사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앱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평소에 ‘삼국지’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드는 생각이에요. 위에서 말한 우주 관련 아이디어는 빅뱅의 순서부터 다양한 소재도 생각하고 있어요.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게임과 같은 디지털 문화는 일종의 ‘불’이라고 생각해요. 잘 쓰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화재와 같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하듯 게임도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이롭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교육용 게임임을 떠나서요. 게임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