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FPS 경쟁의 '승리자'로 여겨졌던 <헤일로 인피니트>가 때아닌 부침을 겪고 있다.
1월 21일 기준, 스팀 통계 사이트 'SteamDB'에서 <헤일로 인피니트>의 동접자 추이를 파악하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피크 시간 기준 3만에서 4만 정도의 동접을 유지하고 있으며, 피크 시간대가 아닌 경우에는 1만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출시 후 27만의 동접자 수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Xbox가 메인 플랫폼인 게임이고, 출시 후 라이트 유저가 이탈하면서 동접자 수가 떨어지는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기에 "실패"라고 속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서구권 시장에서 <헤일로> 시리즈가 가진 높은 인지도와, 멀티 플레이를 F2P 형식으로 출시하며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야심을 보였던 <헤일로 인피니트>이기에 아쉬운 결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1달간 누적된 문제로 유저들의 불만도 크게 누적된 상황. 출시 후 <헤일로 인피니트>의 멀티플레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헤일로 인피니트>의 동접자 그래프 추이 (출처 : steamDB)
# 게임 모드 하나가 고장났는데, 1달 넘게 방치?
먼저 유저 이탈이 가속화된 원인 중 하나는 12 vs 12 멀티플레이어 모드 '빅 팀 배틀'이 가진 서버 이슈다.
실제 플레이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현재 '빅 팀 배틀'은 약 1달 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서버 문제를 겪고 있다. 매칭 도중에 연결이 끊기는 일은 부지기수며, 게임에 접속하더라도 끊김 현상이 발생하거나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접속이 끊겨 한 두 명 정도의 인원만이 게임에 남는 등 사실상 플레이가 어려운 상태다.
현재 '빅 팀 배틀' 모드는 서버 문제로 플레이가 어렵다 (출처 : 343 인더스트리)
문제는 12월 경에 발생했지만, 1월 21일 현재도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하며 유저의 속을 타게 만들고 있다. 대처가 빨랐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343의 대응 속도가 유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주요 개발진이 연말 휴가를 떠나 대응이 느려진 것.
최근 다양한 개발사가 업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크런치(발매를 앞두고 이어지는 야근)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가 자체를 문제라고 지적하기는 힘들다. 343 인더스트리의 개발진 또한 <헤일로 인피니트> 출시를 앞두고 격무에 시달렸을 확률이 높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첫 공개 후의 혹평으로 인해 발매를 1년 연기하고 게임 수정에 전면적으로 집중해 온 바 있기 때문. 또한, 서양권에서는 연말에 긴 휴가를 보내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기도 하다.
다만, 유저의 입장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시리즈 최초로 멀티플레이를 F2P로 전환하며 '라이브 서비스'를 강조했고, 5년에 가까운 개발 기간과 MS의 탄탄한 지원 속에서 개발된 작품이다. 그런 와중 멀티플레이의 핵심 모드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에도 문제가 1달 내내 해결되지 않았다면 유저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 적어도 라이브 서비스를 강조했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분명 필요했다.
더욱 유저들을 속타게 있는 사실은 아직도 서버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가에서 돌아온 343 인더스트리는 빠르게 핫픽스 패치를 진행했지만, 1월 20일 진행된 패치 후에도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핫픽스에도 불구하고 서버 문제는 여전하다 (출처 : 트위터)
# 멀티플레이 F2P 전환은 343의 무리수였나
<헤일로 인피니트>가 겪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전에 <헤일로 인피니트>의 배틀 패스에 관한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배틀 패스 진척도가 느리단 것 ▲진척도를 올리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챌린지를 클리어해야 한다는 것 ▲치장 아이템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게임판 세대차이? "게임은 재밌는데, 배틀 패스가 나빠(sucks)요!"
조금 더 내용을 덧붙이자면, 본래 <헤일로> 시리즈의 멀티플레이 핵심 중 하나는 '커스터마이징'이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묠니르 전투복'을 플레이어 입맛대로 수정해 개성을 뽐낼 수 있게 하는 것. 출시 전 <헤일로 인피니트>도 다수의 스크린샷을 공개하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강조해 왔다.
(출처 : 343 인더스트리)
그러나 실제 게임이 출시되고 난 후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헤일로> 시리즈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트 방어구 아이템이나 도색을 얻었음에도 호환 문제로 자신이 원하는 전투복에 장착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배틀 패스도 지적받고 있다. <헤일로 인피니트>의 시즌 1 배틀 패스는 '리치의 영웅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헤일로 리치>에 등장했던 등장인물의 외관과 같은 치장 아이템을 배틀 패스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배틀 패스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많지 않다. 다수의 <헤일로 리치> 관련 치장 아이템은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출처 : 레딧)
이에 인 게임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간 번들팩 또한 가격 대비 내용물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령 <헤일로> 시리즈의 밈(meme)을 활용한 번들 팩이 2,000 크레딧(18달러, 한화 약 2만 천 원)의 가격으로 출시됐다. 커스터마이징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 치장 아이템을 쪼개 번들 형식으로 판매하다 보니 유저 불만이 폭증한 것. 현재 343 인더스트리는 주간 번들의 가격을 낮추고 지속적인 개선을 약속한 상태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F2P라고 하기엔 <헤일로 인피니트>의 멀티플레이 유저 대다수는
싱글 캠페인을 구매한 유저들이다 (출처 : 343 인더스트리)
결국 343 인더스트리도 지나치게 비싼 번들 팩 가격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출처 : 트위터)
몇몇 유저는 관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핵 유저 문제도 꼬집었다. 콘솔판으로 <헤일로 인피니트>를 플레이해도 크로스플레이 시스템 덕분에 핵 유저를 만났다며 분통을 표한 유저도 있었다. 해당 유저는 "Xbox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도 핵 유저를 연속으로 만나 허탈감에 게임을 종료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문제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필 스펜서 또한 크로스 플랫폼 간 플레이어 밴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문제다. <헤일로 인피니트>에는 아직 명확한 콘텐츠 로드맵이 없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기존 <헤일로> 시리즈의 핵심 콘텐츠였던 사생결단 코옵 모드를 제외하고 출시됐고, 긴 개발 기간 대비 멀티플레이 맵이나 게임 모드 같은 콘텐츠가 부족하단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업데이트는 언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다양한 이슈로 인해 유저가 <헤일로 인피니트>를 이탈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 <헤일로 인피니트>의 지속 흥행을 위해서는 343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343 인더스트리는 향후 콘텐츠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헤일로 인피니트>가 겪고 있는 상황은, F2P BM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343 인더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