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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해설] 인앱결제 수수료 30%의 아성은 무너졌다, 그러나 꼼수는 계속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 시늉하는 구글과 모르쇠 애플

김재석(우티) 2022-03-16 12:48:24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튜브 프리미엄 인도 결제해도 되는 이유"라는 유머 자료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본사인 구글 방침이 조세 회피를 위해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는 버뮤다에 회사를 세우고 그곳으로 수익을 넘기는 우회책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었는데요. 본사 방침이 우회이므로, 이용자들도 한국에서 10,450원을 내지 말고 2천 원을 내고 인도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유튜브 약관에 "국가를 허위로 표시하면 안 된다"​라는 내용이 있어서 약관 위반이지만, 구글의 조세 회피를 비꼬는 것이 커뮤니티 유저들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용자가 몇천 원 아끼기 위해서 인도나 아르헨티나 계정을 생성하려면 VPN을 이용해야 하며, 루피 등 해외 화폐로 결제를 진행해야 해서 그 절차가 꽤 까다롭습니다.

최근, 구글은 한국에서 또다른 우회책을 내놨습니다. 여러번 전해드린 바와 같이, 법이 바뀌어서 앱마켓 사업자들이 외부 결제를 허용해줘야 하는데요. 원래는 게임에서 결제가 이루어질 때마다 구글에게 최대 30%의 수수료를 통행세 명목으로 냈습니다.

작년 11월, 구글은 한국 법을 준수하겠다며,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서 외부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수수료는 계속 가져갑니다. 게임사가 외부 결제를 이용하면, 구글은 26%(6~26%)의 수수료를 거두어 산술적으로는 4%p 인하된 수수료를 가져가게 됩니다.

 

구글 코리아 사옥 (출처: 2rabbitdesign)

 

# "4% 더 갖겠다고 이 귀찮은 걸 하겠어요?" 업계의 냉소

 

그러면 3N을 비롯한 한국 게임사들은 빠르게 외부 결제를 도입할까요? 

현재 게임 업계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게 효용이 좋았다면, 게임사들은 법이 본격 시행되는 3월 15일 전부터 앞다투어 외부 결제 도입을 홍보하며, 관련 프로모션도 진행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4%p의 추가 수입을 위해서 자체 결제수단 시스템을 만들어 도입하고, 결제 관리를 위한 자원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자결제대행(PG) 사업자를 통해서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PG사에게도 수수료를 줘야 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은 '인앱결제'를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게임사의 사업팀 관계자는 "4%p 더 갖겠다고 이 귀찮은 걸 하겠느냐?"라고 기자에게 되물었습니다.

적지 않은 게임사들이 4%p 낮은 26%의 수수료를 위해서 추가적인 자원을 투여하느니 현행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계산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구글이 버는 돈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게임사들은 지출 비용을 줄이면서 외부 결제를 도입하고 싶었겠지만, 구글은 26%의 수수료를 가져가겠다고 공언했기에 그런 시나리오는 아직 일어나지 않게 됐습니다. 

2021년 3월 구글 발표에 따라서 매출 규모 100만 달러(약 11억 원)가 넘지 않는 개발사들은 15%의 반값 수수료를 내고 있죠. 때문에 "우리 게임은 유저에게 다양한 결제 옵션을 줘야만 해!"라는 확고한 경영 이념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작은 기업들에게 26% 수수료의 외부결제는 일고의 가치도 없겠죠? 개발자 제공 인앱 결제를 만들어서 넣으면 수수료가 최대 11%로 줄어든다고는 합니다만, 작은 회사 입장에서 직접 빌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앱마켓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 수수료율을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지배적인 지위는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초 제출되었던 법 개정의 취지는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등 갑질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뀐 법으로는 ​그 목표를 완벽하게 이뤄내지는 못할 듯합니다. 적어도 수수료 측면에서는 말이죠.

 

유력 시장 조사 기관 센서타워가 2021년 상반기 앱결제 전체를 집계해봤더니, 게임 관련 지출이 447억 달러로 전체 637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앱 수수료 문제는 곧 게임 생태계의 문제입니다.

 

# 애플의 묵묵부답, 지쳐가는 생태계

 

애플은 어떻게 될까요?

애플은 2021년 10월 22일, 앱스토어 심사 지침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원래 조항은 개발자가 외부 결제수단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그 부분이 삭제됐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정보도 없습니다. 네덜란드에서처럼 과징금을 물고 말 것인지, 구글처럼 한국 법에 협조할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법 통과 이후, 애플은 방통위에 한국 법을 따르겠다는 서면을 제출했지만, 이행 계획은 대중에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애플의 입장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앱마켓 생태계에 혼란이 초래됐습니다. 시장의 규칙이 바뀌었는데 거대 기업 애플은 플레이어들에게 일언반구도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앱 결제가 이루어지는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히는데, 애플이 한국을 대하는 입장은 그에 걸맞은가 묻고 싶습니다.

방통위는 법을 위반한 앱마켓 사업자에게 시정 요구와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사실조사'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는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앱마켓 사업자에게 국내 매출의 2%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방통위의 경고에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은 물론 과태료도 물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연합뉴스는 새 법에 대한 논의 과정이 한창인데 애플코리아 경영진이 국내에 부재중이라는 소식을 전한 적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의 국내 서비스 최고 책임자는 한수정 총괄인데, 당시 미국에 머무는 상태라고도 전해졌습니다. 또다른 책임자 격인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떠났습니다.

아직 애플의 지역 책임자(Country Lead)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수정 총괄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EA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던 게임 업계 출신입니다.

 

한수정 총괄의 링크드인

 

#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3월 15일부로 시행 중인 새로운 법에 진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새로운 법에 의하면, 특정 결제방식 강제는 물론 부당한 앱 심사 지연 및 삭제, 타 앱마켓 등록 방해 행위는 명백히 금지됩니다. 게임에 대한 심사가 늦어지거나, 게임이 스토어에서 내려갈 때 앱마켓 사업자는 게임사에게 그 이유를 분명한 경로로 밝혀야 합니다.

방통위는 게임사의 신고를 받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사실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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