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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굿바이 엘린 ⓐ] MMORPG 테라의 10년을 돌아보다

직접 서비스 2년도 못 채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테라'... 콘솔 버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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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4-22 17:33:54
몽환적인 그래픽과 논타겟팅 전투, 파티 플레이의 재미 등으로 주목받았던 MMORPG <테라>가 서비스를 종료한다. 

게임을 개발한 블루홀스튜디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테라>의 자체 서비스를 맡게 되었고, 직접 서비스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작별을 선언했다. 발표가 사실이라면, 6월 30일을 끝으로 PC MMO <테라>의 여정은 중단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떠나보내기에는 <테라>가 남긴 족적은 크고 넓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테라>가 기록한 약 10여 년의 역사를 간단하게 짚어봤다.




# 명실상부 '개국 공신' <테라>

<배틀그라운드> 신화 이전엔 '개국 공신'이 있었다. 크래프톤의 상장 무렵 서점 매대를 도배한 일종의 실록 <크래프톤웨이>는 <테라>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2006년, 33세의 벤처기업가 장병규는 첫눈을 성공적으로 매각했지만 모종의 우울감을 느끼던 참이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엔씨소프트의 박용현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회사를 차리길 원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병규는 박용현과 역삼동에서 소주를 마시며 'MMORPG를 만들어보기로 결의한다. 그 결과물이 <테라>다.

<테라>는 오늘날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있게 한 '개국 공신'이다. <블레이드 앤 소울>(2012), <아키에이지>(2013)과 함께 2010년대 초반 '빅3'로 꼽히며 PC MMORPG의 돌풍을 이끈 작품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개발자 출신들이 제작에 참여해 개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당시로서는 최신 엔진이던 언리얼엔진 3, 프리타게팅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플래그쉽급 퀄리티를 자랑했던 <테라>
'그래픽으로 <테라> 까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도 있었다

<테라>(당시 S1)는 <C9>, <워해머 온라인>과 함께 '한게임 인비테이셔널 2009'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당시 한게임은 테라를 논타겟팅 방식이 주는 불규칙성이 두드러지는 블록버스터급 MMORPG로 소개했다.

2011년 1월 오전 6시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한 게임은 첫날에만 서버 9개를 추가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베타 첫날에만 동접자 16만 명을 넘어서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수만 명대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테라>는 2011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4관왕 (대상, 그래픽, 캐릭터, 사운드)의 영예에 올랐다. 당시 상을 받은 블루홀 김강석 대표이사는 "신규 게임업체가 신작을 통해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1 게임대상에서 4관왕을 받은 블루홀스튜디오 김강석 대표이사

# 예상보다 빨랐던 유저 이탈, 부분유료화 전환으로 전기 마련

그러나 <크래프톤웨이>에는 당시 블루홀이 내부적으로 <테라> 초기 성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에 실망하는 듯한 묘사가 나온다. <테라>는 "다음 10년을 이끄는 게임"을 모토로 제작되었지만, MMORPG 게이머의 눈은 <WOW>가 처음 세상에 등장하던 시절에 비해서 월등히 높아졌다. 

<크래프톤웨이>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에 접속해 온종일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을 높이며 게걸스럽게 블루홀이 차려놓은 콘텐츠를 먹어치우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실제로 <테라>의 접속자 수 그래프와 PC방 순위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블루홀은 2013년 1월 <테라>에 부분유료 방식을 도입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블루홀과 나눈 인터뷰를 보면, 부분유료화 도입 직후 게임 동시접속자는 5배, 신규 유저는 10개 증가했다. 부분유료화에 대비해 '지하수로', 소규모 던전 등을 추가하며 열을 올렸다. 엘린을 필두로, 부분유료화 <테라>의 블루홀은 499억 원과 13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며 흑자로 전환했다.

무료화(부분유료화) 선언으로 트래픽 유입을 노리는 전략은 훗날 <배틀그라운드>에서도 이어진다

이쯤에서 게임의 해외 성적 역시 짚어볼 만한데, <테라>는 일본, 대만, 북미, 유럽, 그리고 중국에 진출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테라> 일본 서버는 2010년 초중반 최상위 MMORPG로 거론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이뿐 아니라 <테라>는 'E3 2011 베스트 어워드'의 최고의 PC게임(Best of PC)과 최고의 MMO(Best MMO)를 수상하기도 했다. <테라>가 해외에서 받은 호평의 흔적은 메타스코어에서도 볼 수 있다. <테라>는 총 41건의 평가로 메타스코어 77점을 획득했다.

또 2015년 <테라>는 스팀에 입점하며 재미를 봤다. <테라>는 당시 인기 순위 10~13위에 자리하며 10,000명에서 20,000명 수준의 유저를 모집했다. 테라는 한국, 북미, 유럽, 일본, 대만, 러시아, 태국 7개 지역에서 서비스됐다. 크래프톤이 제시한 바에 따르면, <테라>의 전세계 유저는 약 2,500만 명 규모다.

블루홀의 북미 지사는 <테라>를 현지 평단에 선보였고 당시 메타스코어에서 77점을 받았다.

# 엘린 없이는 할 수 없는 <테라> 이야기

 


'노 엘린 노 <테라>, <배그>의 어머니, 소녀가장... 엘린의 존재 없이 <테라>를 논할 수는 없다. 엘린은 <테라>의 상징과도 같다. 

엘린은 <테라>의 오픈 직전 급하게 추가된 '귀여운' 캐릭터로 성별이 없는 포포리 종족의 여 캐릭터로 추가됐다. 소수 취향일 것이라는 블루홀의 예상과 달리 캐릭터 사전 생성 단계부터 많은 수의 엘린이 생성됐다. 엘린의 댄스 모션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지사의 요청으로 <테라>에 '엘린 학교 수영복' 상품이 출시되자,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부르마, 교복 등 엘린 의상 아이템은 <테라>는 물론 블루홀의 효자 종목으로 거듭났다. 이는 한국 서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테라> 한국 서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상 또한 엘린 의상이었다.

엘린으로 <테라>의 일본 서비스의 기회가 열리고, 정액제 게임에서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방향 전환도 성공한 것이다. 테라에 등장하는 15개 종족 중 엘린의 선택율은 70%에 육박했다. 일본은 80~90%, 북미는 40% 이상이 엘린을 선택했으니 <테라>는 '엘린 온라인'이었다고 일컬을 만하다.

그러나 어린 소녀 캐릭터인 엘린에게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의상을 입히고, 그것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크래프톤웨이>에는 북미 지사의 베테랑 스토리 작가가 엘린에게 선정적인 의상을 입히는 것에 반대하며 사표를 던진 사건이 등장한다. 장병규 의장은 뭐라도 팔아야 회사가 산다며 퇴사를 만류했지만, 결국 작가는 회사를 떠났다.


# 직접 서비스 2년도 못 채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테라>... 콘솔 버전은?

2015년, NHN엔터테인먼트는 <테라>의 흥행 이후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했지만, <아스타>, <데빌리언>, <에오스>, <크리티카> 모두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온라인게임 부문을 축소하고 있었다. 이듬해 <테라>는 넥슨 포털의 품으로 넘어가 2020년까지 서비스됐다.

한게임에서 넥슨으로 이관된 직후, <테라>는 게임 사용량 2배, 하루 이용자 4배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테라>는 퍼블리셔 쿤룬과 계약을 맺고 진행한 중국 서비스를 접었다.

2021년 1월부터는 크래프톤 산하 블루홀스튜디오가 <테라>의 직접 서비스를 맡게 됐다. 당시 블루홀스튜디오 측은 "개발사가 직접 서비스하면서 유저들과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테라>의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블루홀스튜디오는 유저 간담회, 2021년 겨울 시즌 업데이트 등을 선보이며 PC MMO <테라>를 이끌어갔지만, 자체 서비스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블루홀 측은 "부족하나마 여러분께 만족스럽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만족하실 만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라고 서비스 종료의 변을 전했다.

2018년, 블루홀은 자체적으로 <테라>의 콘솔 버전을 개발해 소프트 론칭하는 데 성공한다. 언리얼엔진 3로 만든 게임이었지만, 게임 특유의 액션성이 강력하기 때문에 PS4나 Xbox One에 이식해도 그 게임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블루홀은 지난 3월 배틀패스 모델 등을 도입하며 라이브 서비스를 벌여왔다. 지난 3월에는 콘솔 출시 4주년을 맞이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한국 서버, 일본 서버는 물론 스팀 버전 <테라>도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지만, 딱 하나 콘솔 버전 <테라>에만 서비스 종료 공지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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