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후 스팀에서만 약 15만 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던 <멀티버서스>에는 현재 1,00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멀티버서스>는 플레이어 퍼스트 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워너 브라더스가 유통한 난투형 액션 게임이다. <톰과 제리>, <배트맨>, <릭 앤 모티>와 같은 워너 브라더스 산하 IP 작품의 캐릭터가 총출동한 게임으로, 2022년 7월 경 오픈 베타를 시작한 뒤로 스팀에서만 약 15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달성해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었다.
<멀티버서스>는 콘솔 기기로도 출시됐다. 스팀 덱에서는 '2022년 7월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의 자리에 올랐으며, 출시 한 달 만에 2천만 명의 플레이어를 달성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Xbox와 PS와 같은 기기에서도 많은 플레이어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포함한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는 지역 락이 걸려 있어 플레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구권에서 IP의 힘 하나로 이처럼 많은 유저를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멀티버서스>의 힘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시즌 1이 정식으로 론칭됐지만, 출시 후 세 달이 지나자 동시 접속자는 스팀 기준 무려 1만 명까지 감소했다. '오픈 효과'가 사라지며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엔 너무나 가파른 감소세였다. <멀티버서스>는 무료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치명적이었다. 해외 웹진에 따르면 콘솔에서도 비슷한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저들이 빠르게 떠난 <멀티버서스> (출처: steamDB)
각종 커뮤니티를 살피면 <멀티버서스>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콘텐츠 부족과 미흡한 밸런스 ▲엉망인 서버 ▲부족한 홍보 등을 이탈의 이유로 꼽고 있다.
가장 크게 지적받은 부분은 부족한 매치메이킹과 엉망이었던 서버다. 플레이어의 실력을 나눠 주는 시스템이 명확하지 않아 수백 시간을 게임에 투자한 유저와 신규 유저가 같이 매칭되는 경우가 잦았으며, 압도적인 패배의 쓴맛을 본 신규 유저는 빠르게 게임에서 이탈했다. 개발진은 봇을 포함한 다양한 게임 모드를 통해 이탈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게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유저들은 격투 액션 장르 게임임에도 잦은 서버 문제로 판정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좋은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의 성능 격차가 너무나 컸으며, 캐릭터의 히트 박스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신규 유저는 신규 유저대로, 숙련된 유저는 숙련된 유저대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충성층' 유저가 남아 자신의 실력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격투 게임임에도 히트 박스와 밸런스, 서버와 같은 기본적인 완성도에서 문제를 보였다는 점이 컸다.
반면 스킨은 꾸준히 업데이트됐는데, 이에 부정적인 해외 유저들에겐 돈이 우선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출처: 워너 브라더스)
대형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인 만큼 각 캐릭터가 서로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이 점이 추가적인 콘텐츠를 개발할 때 발목을 잡은 것으로도 추정된다. 해외 웹진 '트루 어치브먼트'는 배트맨 의 성우 '케빈 콘로이'가 2022년 11월 타계한 것이나 <릭 앤 모티>의 제작자 및 성우인 '저스틴 로일랜드'가 성범죄 전과가 발견돼 워너 브라더스와의 관계가 단절됐던 것을 사례로 꼽았다.
<멀티버서스>는 각종 IP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올스타 게임이자, 무료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규 캐릭터의 보이스나 기존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계속해서 추가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로 인해 콘텐츠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 IP를 사용한다면, 성우 역시 유명한 경우가 많기에 개발 스케줄 관리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추가 보이스를 수록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IP의 힘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 이런 업데이트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출시 초기의 <멀티버서스>는 캐릭터 업데이트 속도가 나쁘지 않았다. 첫 시즌에는 약 2달 동안 '릭 앤 모티'나 '블랙 아담' 등 다섯 명의 캐릭터를 출시했다. 하지만 시즌 2에서 2달 동안 추가된 캐릭터는 '화성인 마빈' 하나뿐이다. 한 유저는 홍보마저 부족해 해당 캐릭터가 출시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멀티버서스> 이전에 이미 유사한 사례를 보여준 게임도 있다. 바로 '루도시티'가 개발해 2021년 10월 출시한 <니켈로디안 올 스타 브롤>이다.
해당 게임 역시 <네모바지 스폰지밥>이나 <닌자 거북이>, <가필드>와 같은 니켈로디안이 소유 IP를 총출동시킨 올스타형 대전 액션 게임이다. 출시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게임 완성도와 콘텐츠 부족의 문제로 출시 1달도 되지 않아 동시 접속자가 1천 명 이하까지 감소했다.
또한, <니켈로디안 올 스타 브롤>은 명확하게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의 보이스 관련한 문제를 겪었다. 올 스타 개념의 게임임에도 모종의 사유로 게임 내에서 캐릭터들의 보이스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캐릭터들의 보이스는 출시 8개월 후에 추가됐지만, 이미 떠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니켈로디안 올스타 브롤>. 현재 스팀에는 20여 명의 동시 접속자밖에 남아 있지 않다.
물론, <멀티버서스>의 실패를 속단하기는 이를 수 있다. <멀티버서스>는 스팀 전용 게임이 아니며 콘솔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존재한다. 오픈 직후의 흥행에는 성공했던 만큼 좋은 업데이트만 있다면 떠났던 유저들을 다시 끌어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두 게임은 강한 IP를 가졌고, 출시 초기 이슈몰이를 통해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더라도 게임의 완성도가 부족하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4인이 모여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대난투' 형식의 게임이라도, 근본은 '격투 게임'이라는 점에 있기에 미흡한 완성도로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충성 유저마저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캐릭터와 IP의 힘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완성도에 있다.
사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격투 게임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출처: 닌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