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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유출 의혹' 다크 앤 다커, 스팀에서 내려갔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상대는 '밸브'... 아이언메이스에게 쉽지 않은 싸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3-25 16:56:49

넥슨 '프로젝트 P3'를 유출해 게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다크 앤 다커>가 결국 스팀에서 차단되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개발사 아이언메이스는 <다크 앤 다커> 디스코드를 통해 "스팀에서 (게임의) 페이지를 내린다는 안내를 받았다"라고 전했는데요. 이전 정황은 저희의 과거 기사 통해서 알고 계실 것으로 전제하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아보겠습니다.

 

 


 

1. 아이언메이스는 뭐라고 말했나?

 

게임 페이지가 스팀에서 내려간 뒤 아이언메이스가 디스코드에 남긴 공지는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습니다.

 

팬분들께. 

 

우리는 최근 넥슨의 왜곡된 주장(distorted claims)으로 인해 <다크 앤 다커>에 대한 정지 명령(desist letter)과 DMCA 테이크다운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법무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민감한 법적 특성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진술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게임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팬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을 알아주세요. 

 

고맙습니다! 

 

과거 아이언메이스는 "모든 개발 로그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고, 날짜 별 빌드도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넥슨 프로젝트 유출 혐의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두 차례의 경찰 압수수색에도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죠.


2. <다크 앤 다커>는 어떤 절차로 스팀에서 내려간 것인가?

이번에 <다크 앤 다커>가 맞은 것은 'DMCA 테이크다운'입니다.

 

DMCA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는 1998년 미국의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수립한 법입니다. 이 법에서는 권리자가 특정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권리를 침해 당한 콘텐츠를 내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서비스 제공자는 자체적인 심사를 거쳐 콘텐츠의 게재 해지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법적인 절차 이전에 일차적으로 콘텐츠를 내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서비스 제공자(밸브)가 신고에 의해 콘텐츠(다크 앤 다커)를 내리는 것을 'DMCA 테이크다운'이라고 부릅니다. 이 신고는 대체로 권리자의 권리 주장에 근거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넥슨이 밸브에 <다크 앤 다커>를 내려달라 요청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주말인 오늘(25일) 넥슨의 추가적인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지난 2월 17일 본지에 이렇게 예고한 바 있습니다. 

 

"자사의 신규 프로젝트였던 P3의 지적재산권을 고의로 침해한 정황을 확인했다. 콘텐츠 창작 영역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어떠한 불법행위에도 타협하지 않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다크 앤 다커>

3. <다크 앤 다커>는 DMCA를 어긴 게 맞나?

 

그렇게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가 DMCA를 어겼다'라는 명제의 진위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밸브가 DMCA를 준수하려는 차원에서 넥슨의 신고를 받아들인 것이지, <다크 앤 다커>의 DMCA 위반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밸브가 사법 기관은 아니니까요. 일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죠. 이제 원칙적으로 아이언메이스에게는 반론의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현행 DMCA는 소명 자료가 확인되면, 양측을 연결해 반론에 대해서 '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여기서 '조정'이란, 법원이 직접 판결하지 않고 분쟁 당사자 간의 화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여러 저작권 위반 분쟁이 그러하듯, 법원에 가기 전에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테이크다운 자체를 없던 일로 하거나, 서로 얼마간의 비용을 주고받을 공산이 큽니다. 스팀에서 기록적인 테스트 성과를 기록한 타이틀을 두고 '딜'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법원에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소 연 단위의 법정 분쟁이 펼쳐지게 됩니다. 지난달 번지가 <데스티니 가디언즈> 핵 판매 사이트를 DMCA 위반 혐의로 고소해 배상금 57억 원을 받으라는 판결을 얻어낸 적 있습니다. 최초 소송은 2021년 6월 시작되어, 2023년 2월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연 단위로 <다크 앤 다커> 소송이 이루어진다면, 게임을 빨리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뉴스가 될 것입니다. 그 기간 내내 게임이 스팀 페이지에서 내려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둘의 분쟁이 장기전이 된다면, 그 틈을 노려서 누군가 <다크 앤 다커>와 비슷한 게임을 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작권법은 표현을 보호하기 위해 구성됐지만,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넥슨 근무 이력이 없거나 '프로젝트 P3'에 관여한 바 없는 사람(들)이 언리얼 엔진 어셋스토어를 이용하고, 새로운 코딩 과정을 거쳐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언메이스와 긴밀한 취재원은 과거 기자에게 "결국에는 아이언메이스가 새로 만드는 <다크 앤 다커>도, 넥슨에서 개발 중인 'P7'도 <타르코프>에서 영감을 얻은 게임 아닌가?"라고 말한 적 있지요.

 

 

4.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두 회사가 법정에 선다고 가정하면, 밸브가 속한 미국에서 송사를 치를 것인지, 아니면 두 회사의 본사가 속한 한국에서 송사를 치를 것인지가 지켜볼 만합니다. 넥슨에게는 넥슨 아메리카가 있고, 아이언메이스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영어로 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에 대표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정을 하든, 법정을 가든 아이언메이스에게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참고로 서비스 제공자로 일차적으로 게임 페이지를 내린 밸브는 한국에 대표자나 대리인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스팀을 거느린 밸브의 일 처리 속도는 그리 신속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팀은 세계에서 가장 큰 PC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입니다.

 

아이언메이스의 소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지난 2월, DMCA 위반 신고로 스팀에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게임이 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를 만드는 시뮬레이션 게임 <워커&리소스: 소비에트 리퍼블릭>입니다.

 

이것은 회사 대 회사의 분쟁은 아니고, 특정 모드 개발자의 항의였는데요. 이 모더는 자신이 과거 만들었던 게임의 우주비행사 모드가 최근 게임에 정식 추가된 리얼리스틱 모드와 똑같다며 개발사를 DMCA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밸브는 일차적으로 해당 모더의 입장을 수용했고, 실제로 게임의 페이지는 스팀에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이후 개발사 3디비전은 소명 자료를 제출했고 최종적으로 2023년 3월 4일, 게임 페이지는 복구되었습니다.

 

회사 대 회사의 분쟁이 아니라는 것 외에 또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워커&리소스>라는 단일 타이틀 안에서 이루어진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아이언메이스는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다크 앤 다커>의 5차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 전에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조정'을 완료한다면, 테스트는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테스트는 미루어질 수 있습니다. 밸브가 넥슨의 손을 들어준다면, <다크 앤 다커>의 테스트는 물론 스팀 정식 출시까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테스트 단계에서만 10만 명의 넘는 유저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킨 <다크 앤 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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