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은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스팀에서 인기를 끈 적이 몇 번 있지만, 이만큼 화제였던 적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의심이 들 만합니다.
의문이 생긴다면, 알아보는 게 저희 일입니다. 그래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얼리액세스 때부터 9개월 동안 스팀 페이지에 축적된 39,000여 개의 리뷰를 크롤링해서 엑셀로 만들었습니다. 스팀은 비교적 투명하게 여러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참고할 만한 것이 이용자들의 리뷰입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월드 클래스 맞습니다. 이게 제 결론입니다. 어떤 데이터가 나왔는지, 결과 함께 보시죠.
2023년 7월 21일 기준, <데이브 더 다이버>에는 총 39,596개의 리뷰가 등록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데이터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희가 집계를 시작하기 직전, 넥슨은 <데이브 더 다이버>의 판매고가 100만 장을 넘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넉넉잡아 대략 3.9%의 유저들이 게임을 즐긴 뒤 리뷰를 남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사흘이 지난 7월 24일은 41,028개로 늘어났습니다. 크롤링하는 사이에만 1,432개의 리뷰가 추가로 등재된 셈입니다.
추천:비추천 비율부터 봅시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추천:비추천 비율은 스팀에서 쓰이고 있는 표현 그대로 '압도적으로'(Overwhelmingly) 긍정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좋싫비'(좋아요 싫어요 비율)로 따지면, 97.2:2.78이 됩니다. 리뷰를 남긴 39,596명의 유저 중에서 게임을 추천한(Recommended) 유저는 38,492명, 반대로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은(Not Recommended) 스팀 유저는 1,104명입니다.
39,596건의 리뷰들을 조사해 본 결과, 비슷한 이름의 ID들이 <데이브 더 다이버>에 비추천, 또는 추천을 무더기로 남긴 사례는 찾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했다면 그는 곧 '어뷰징'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물론 밸브에 의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저들이 리뷰를 남긴 시점의 평균 플레이타임은 16.88시간, 전체 플레이타임은 평균 32.12시간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물론 스팀에서 '플레이타임'은 게임을 실행만 해도 집계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감안해서 볼 필요는 있습니다. 같은 기준은 어느 게임에나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여러분은 <데이브 더 다이버>를 몇 시간이나 하셨나요?
가장 많이 게임을 한 유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닉네임 '탐나는남자'는 <데이브 더 다이버>를 무려 987.4시간을 플레이했습니다. 얼리억세스 때부터 <데이브 더 다이버>를 플레이했던 그는 "싱글플레이 게임 처음 해보는데 잠도 못 자고 계속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뷰 시점에 가장 게임을 오래 한 중국어(간체) 유저 'SvsT'는 389.6시간 게임을 플레이한 뒤 리뷰를 남겼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에 가장 먼저 리뷰를 남긴 사람도 한국인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하이거(HIGER)라는 닉네임의 게이머는 "화면이 안 나와서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는 리뷰를 남겼습니다. 이후 개발자 만보(manbo)는 댓글을 남겨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게이머는 본인이 겪은 버그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재밌게 플레이했던 쿠키샵 스시ver 같은 느낌이라 재밌었습니다"라고 평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어떤 나라에서 인기였을까요? 스팀의 국가 데이터나 언어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팀 프로필에는 사진의 국가(country)를 선택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국가 항목을 아예 비워두거나 아예 거짓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브 더 다이버>에 리뷰를 남긴 사람 중에 48명의 유저들이 자신의 국가를 북한(Korea,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이라고 답했습니다. 소말리아(Somalia)를 자신의 국가라고 선택한 사람은 5명 있었고요.
따라서 유저가 어떤 언어 환경에서 스팀을 이용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보다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페이지에 따르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를 공식 지원합니다. 순서대로 보시죠.
한국어 유저는 5,696명으로 14.3%의 비율을 나타났습니다. 세계공용어의 지위를 가진 영어 유저는 9,496건. 24.98%입니다. 일본어 리뷰는 348건 기록되어 있는데요. 참고로 <데이브 더 다이버>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고, 이때 핵심 공략 시장이 바로 일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어 간체 유저는 15,883명(40.1%), 번체 유저는 1,291명(3.2%)으로 기록됐습니다. 현재까지 <데이브 더 다이버>와 관련해 작성된 리뷰로는 중국어 계열이 가장 많습니다. 중국에서 스팀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수가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스팀게임이든 중국어로 된 리뷰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유럽에서는 어떨까요? 스페인어(스페인)는 542건, 독일어는 392건, 프랑스어는 275건으로 나타납니다. 그 외 튀르키예어는 120건, 폴란드어는 50건, 이탈리아어는 45건, 러시아어는 40건의 리뷰가 발견됩니다. 해당 언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수십 건의 리뷰가 기록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포르투갈어(브라질)과 스페인어(중남미)를 보면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성과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313건, 후자는 85건의 리뷰가 발견됩니다. 시장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언어권에서나 같은 비율로 리뷰가 등록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스팀게임들은 특정 언어로 리뷰가 없는 경우도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는 해당 언어로 서비스되지 않는데도 리뷰가 잡힙니다.
이만하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글로벌에서 고르게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스팀에 등재된 싱글플레이 게임은 45,654개입니다. 4만 개가 넘는 스팀 싱글게임 중에서 이만한 성취를 거둔 물건은 거의 드뭅니다. 게임의 메타스코어가 89점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분명 올 연말 시상식에서 거론될 만한 사이즈의 게임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조사한 지표상으로도 그렇고요.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이른바 '국뽕'을 덜어 놓고 봐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데이브 더 다이버> 이전에도 100만 장 판매에 도달한 한국산 스팀 싱글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컬>과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인데요. 100만 장 판매까지 <스컬>은 1년,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5년이 걸렸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얼리억세스 기간을 포함해 9개월 만에 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전작이 있는 게임도 아니거니와,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민트로켓'이라는 퍼블리셔명은 생소한 이름입니다. 지금 전 세계 스팀 차트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보다 위에 이름을 올린 유료게임 신작은 <램넌트 2>(예약판매), <배틀비트>, <스트리트 파이터 6>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인정해야겠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월드 클래스 맞습니다.
[도움 주신 분: 오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