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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고] 신뢰 잃은 게임위, 없애면 해결될까?

급진적인 의견은 해답 되기 어려워... 우리가 생각할 만한 지점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종현(parkjonghyun) 2023-10-10 17:48:07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 7억 원 규모의 비리가 발생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사실을 알렸고, 게임위는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9월 16일, 게임위의 3차 게임 이용자 간담회가 열렸고, 기관을 맡고 있는 김규철 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습니다.


정우택 의원실과 유동수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박종현 전 선임비서관은 게임 이용자 자격으로 지난 제3차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다년간 국회에서 일했던 그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법안(2015)​,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 히오스법, 문양사태 방지법 등의 입법과정에서 실무를 봤습니다. 지난해에는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운영 사태에서 이용자 측을 지원하는 등 여의도에서 게임 관련 정책의 입안에 특화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박 전 비서관은 이번 간담회 또한 지난 1, 2차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게임위는 지금까지도 왜 게임 이용자들이 분노했는지,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합니다.


총 세 차례에 걸쳐서 지난 간담회가 왜 실망스러웠는지, 게임위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게임 등급분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함께 알아봅시다.


박종현 전 선임비서관

※ 외부 기고를 받는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기사

[기고] 아직 끝나지 않은 게임위 논란! "실망"은 계속된다 (바로가기)


# 들어가며...


많은 게임 이용자에게 현재 게임위는 신뢰자산을 상실했습니다. 게임위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한 사람의 게임 이용자로서 지금의 게임위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위의 폐지를 논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법률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게임산업법(이하 게임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게임법은 게임 이용자의 눈높이와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게임 이용자로서, 그리고 입법을 보조하는 보좌직원으로서 양쪽의 시선을 균형있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하의 글에서 별도의 언급이 없다면 ‘게임 이용자’로서의 제가 아니라 ‘보좌진’으로서의 제 입장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게임위만 없으면 문제는 사라질까?

약 10년 간 보좌직원으로 일하면서 제가 경험한 것 중 하나가 가장 급진적인 의견은 대부분의 경우 최선의 해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게임위의 폐지도 최선의 해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현재 가장 강경한 게임 이용자들의 의견에 따라 모든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게임 이용자들이 원하는 유토피아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7조 제1항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를 심의해 유해하다고 인정된 매체물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해야 하지만, 다른 법령에 따라 해당 매체물의 윤리성·건전성을 심의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물의 경우 게임위가 등급분류 심의를 맡고 있어 이 예외사항에 해당합니다. 이는 청소년보호법을 그대로 둔 채 당장 게임위를 폐지할 경우 현행법에서 반드시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게임물(청소년이용불가, 아케이드 게임 등)의 등급분류 기능은 청소년정책위원회로 이관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기능만 다른 기관으로 이동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위의 설립 근거가 담긴 게임법과 매체물에 대한 청소년정책위원회의 심의권한을 담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의 해당 규정들을 함께 삭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게임법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소년보호법은 여성가족위원회의 소관 법률입니다.

별도의 교통정리가 없이 각기 다른 의원들이 소속된 별개의 상임위원회에서 두 법률이 동시에 통과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국회 주요 정당 차원에서 해당 법률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합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의 매체물에서 게임을 예외로 규정한 이후 게임위를 폐지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영화·음악 등 타 매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등급분류의 열쇠를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정책위원회에 이관하면 어떻게 될까요?

# 등급분류, 그냥 안 하면 안 될까? 

게임 등급분류 심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많은 게임 이용자들께서는 게임 등급분류 심의의 부정적인 부분에 주목하고 계십니다. 최근의 논란이 이러한 시선을 보다 강하게 만든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게임 등급분류 심의는 게임산업과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GTA 시리즈>나 <모탈 컴뱃 시리즈>는 모두 높은 게임성을 인정받은 명작 프랜차이즈 게임입니다. 그렇지만 해당 게임을 자신의 미성년 자녀 혹은 동생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것에 찬성하는 분들은 게임 이용자들 중에서도 극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심의를 거쳐 올바른 이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이바지해 비 게임 이용자들의 편견으로부터 게임산업과 게임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로서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등급분류 심의기구인 ESRB의 경우 일부 게임의 선정성, 폭력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미 의회에서 게임물에 대한 법률 규제가 논의될 조짐이 보이자 게임업계가 스스로 게임을 심의하고 등급을 분류하는 한편, 정확한 이용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ESRB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민간 기구이나, 게임 유통업체들도 ESRB의 등급분류 심의를 받은 게임물만 유통하는 시장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업계의 자율적인 질서가 수립되었습니다. 이 질서는 이후 수 차례 정치권의 게임규제 압력 속에서도 산업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게임의 등급 분류는 국제 표준에 가깝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에 대한 정보 표기도 이러한 기관들이 맡고 있습니다. (사진은 ESRB의 확률형 아이템 표기 예시)

그렇다면 '게임위가 게임 등급분류 심의를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국회에서 근무할 당시 만들었던 게임위 개편안을 예시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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