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는 2002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콘솔게임 불모지로 불리던 시기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레인보우식스>, <파 크라이>, <더 디비전>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게임을 한국어화해 출시하며 한국 게이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 유비와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유황숙'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을 정도다. '유황숙' 유비소프트는 그동안 한국에서 어떤 족적을 남겼을까.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광복절 챌린지', '천안함 9주기'/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유비소프트가 제작한 게임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2016년 출시된 <와치독 2>에는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며, 한국어도 (꽤 능숙하게) 구사한다.
전 세계를 해킹하는 미션에는 한국에 위치한 발전소도 목표로 등장한다. CCTV를 해킹해 접속하면, '발전소'라는 세 글자와 더불어 시설 내 인원들이 모두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레인보우식스 시즈>에는 2018년 35번째 오퍼레이터로 '707 특수임무대대' 소속 한국인 캐릭터 도깨비와 비질이 추가됐다. 두 캐릭터 모두 전자전을 콘셉트로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도깨비는 후속작 <레인보우식스 익스트랙션>에서도 언급되는데, 작중 등장하는 인공지능 '인덱스' 개발에 참여했다는 설정이다.
<레인보우식스 시즈> 도깨비, 비질
2019년 <레인보우식스 시즈>에는 '한국 독립의 날' 이벤트가 진행됐다. 인상깊은 지점은 한국 지역 한정이 아닌, 글로벌 이벤트로 진행되었다는 것. 유비소프트는 한국 독립의 날 이벤트, 광복절 챌린지(Gwangbokjeol Challenge)에 대해 "빛을 되찾은 역사를 목도하십시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광복절 챌린지는 두 한국인 캐릭터 중 하나를 사용해 다섯 번의 승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로, 이벤트를 완수한 유저에게는 '대한민국 독립'이라는 이름의 태극 문양 장식이 주어졌다.
'한국 독립의 날' 이벤트 보상으로 주어진 태극 문양 장식
유비소프트의 한국 역사에 대한 '진심'은 먼 과거의 일에 그치지 않았다. 2017년 11월 추가된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한국 맵 '타워'는 남산의 옛 이름을 붙인 '목멱 타워'가 배경이다.
목멱 타워 안 박물관에는 한국 전쟁 당시 사진을 포함, 우리나라의 과거 사진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대한민국 지도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명확히 한국 영토로 표시돼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한국 연대기 끝부분에는 '탄핵'(Impeachment)이라는 단어가 적혀있기도 하다.
천안함 피격 사건 9주기를 맞아 추가된 '47 용사' 페인트도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인 캐릭터 도깨비의 스쿠버 스킨에 적용할 수 있는 외형 아이템으로,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47명의 용사를 기리는 의미다.
일부 일본 유저들의 항의에도 유비소프트는 한국 영토에 독도를 삭제하지 않았다.
유비소프트는 "지난 2002년 콘솔 게임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작은 지사로서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22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 팬 분들이 현지화된 게임과 게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다"며, 2024년 4월 30일부로 한국 지사 운영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부족한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보듬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팬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소감을 전했다. 유비소프트 한국 지사는 철수하지만 한국 지역에서의 유비소프트 게임 출시와 e스포츠 운영, 마케팅 활동은 지속된다. 또한 한국어 고객지원과 문의 서비스도 기존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유비소프트 코리아가 남긴 안내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