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에디션 '더 언허드'(The Unheard)를 출시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이하 타르코프)가 BM 논란에 휩싸였다. 언허드 에디션이란 용어를 직역하면 '(지금까지) 들어 보지 못한 에디션'이다. 약간 의역을 섞으면 '듣도 보도 못한 에디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이용자들은 '듣보 에디션'이라고 칭하고 있다.
언허드 에디션은 기존에 판매되던 가장 비싼 <타르코프> 에디션인 '엣지 오브 다크니스'(이하 EOD)를 대체한다. 가격은 250달러로, 세금과 환전 비용을 포함하면 40만 원이 넘어간다.
덕분에 <타르코프>는 이용자의 강한 비판에 마주했다. 언허드 에디션에 포함된 각종 특전이 게임플레이에 있어 너무나 유리한 이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언허드 에디션에만 'PVE 모드' 테스트 권한을 줌으로써 EOD 에디션 판매 당시 명시한 '차후 DLC 무료 제공'이라는 약속을 어긴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새로운 에디션에 반발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개발사가 언허드 에디션의 출시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 '듣도 보도' 못한 에디션에 포함된 특전이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르코프>를 둘러싼 상황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2016년 알파 테스트를 시작해, 2024년까지 테스트를 진행 중인 <타르코프>는 러시아의 '배틀스테이트 게임즈'에서 개발된 1인칭 밀리터리 생존 게임이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하드코어'하다는 점으로, 플레이어는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를 조작해 넓은 맵에서 가치 있는 아이템을 획득하고 탈출해야 한다. 탈출에 실패하면 해당 게임에서 얻은 모든 아이템을 잃는다.
이런 독특한 게임플레이로 인해 <타르코프>는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념을 만들었을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사 장르 게임의 도전이 있었음에도 '대체할 수 없는 게임플레이 경험'으로 인해 공고한 정상의 자리를 점해 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타르코프>는 비싼 게임 가격으로 늘 지적받아 왔다. <타르코프>의 기본 게임 가격은 약 50달러로, 세금을 포함해 7만 원이 넘어간다. 가장 비싼 에디션인 EOD의 경우에는 150달러로, 약 22만원이 넘는 가격을 자랑했다. 그 대신 EOD 에디션에는 게임플레이에 이점을 주는 각종 혜택과 차후의 DLC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시즌 패스'에 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EOD 에디션 (출처: 배틀스테이트 게임즈)
<타르코프>는 공식 SNS를 통해 EOD를 구매할 경우, DLC 추가 결제를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X)
언허드 에디션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출발한다. EOD에는 '시즌 패스'에 대한 권리도 포함됐기에 차후의 DLC는 무료라고 명시되어 있었고, 실제로 별도로 만들어진 PVP 모드인 <타르코프 아레나>는 EOD 에디션 구매자는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허드 에디션과 같이 출시된 PVE 모드의 체험 권리는 해당 에디션 구매자만 플레이할 수 있다고 밝히며 논란이 생겼다. PVE 모드는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타르코프>를 즐길 수 있는 싱글플레이 중심의 모드다. 정식 출시 시점에서는 별도로 판매될 계획이다.
언허드에 포함된 다른 특전도 논란이 됐다. 플레이어의 주머니 칸을 확장해 주거나, 일부 스킬 숙련도를 3레벨부터 시작하게 해주거나, 게임 도중에 증원 요청을 불러 친구가 난입할 수 있게 해주는 별도의 장비(현재 미구현), 장착하면 게임 내 등장하는 중립 세력 '스캐브'에게 6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면 공격받지 않는 무전기 아이템 등 언허드 에디션에는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게임 내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
언허드 에디션의 혜택 중 일부 (출처: 배틀스테이트 게임즈)
해외 게이머는 이에 너무나 심한 '페이 투 윈' 요소를 게임에 추가했다며 큰 반감을 보였다. 기존의 EOD 구매자도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특전을 가질 수 있었지만, 기본 에디션 이용자도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발표 당시 주머니 확장, 친구 난입 아이템, 스캐브 공격 방지 아이템은 오직 언허드 에디션 구매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됐기에 큰 반발이 일었다. 250달러라는 다른 게임의 '한정판'에 준하는 가격도 논란의 대상이다.
# 진화 들어간 개발사 "EOD 구매자들에게 혜택 제공"
논란이 점화되자 개발사는 EOD 구매자들에게도 특전을 제공하고 게임 밸런스를 맞추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먼저, PvE 게임 모드에 관해서는 "DLC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개발사가 언급한 DLC는 게임의 '정식 출시' 이후 제공하는 주요 추가 콘텐츠에 관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EOD 에디션의 모든 이용자가 PVE 모드를 플레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서버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 대신 EOD 에디션 구매자에게 순차적으로 PvE 모드의 사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하며, 게임 출시 시점에는 모든 EOD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PvE 모드를 개방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EOD에서 언허드 에디션으로 업그레이드할 경우에는 50% 할인을 제공한다. '주머니 확장'의 경우에는 EOD 에디션 구매자들에게도 '별도의 퀘스트'를 통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레딧을 통해 해명한 배틀스테이트 게임즈 (출처: 레딧)
언허드 에디션에 포함된 '무전기'는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자세한 효과가 밝혀지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모양새기도 하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해당 무전기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게임 내 NPC '펜스'의 호감도가 6 이상이어야 하며, 무전기를 장착하고 스캐브를 공격할 시에는 호감도가 차감된다. 60미터 이하로 스캐브가 접근할 경우에는 무전기 장착 여부와 상관없이 스캐브가 공격한다. 조건이 많아 사용을 통해 이득을 보기에는 까다로운 셈이다.
지원 요청을 통해 게임 내에 '친구'가 난입해 자신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아이템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게임 내에 아직 구현되지 않아 자세한 효과 확인이 어렵다.
# '지속적인 수익' 고민 거듭하는 <타르코프>
예상되는 논란에도 <타르코프>는 왜 언허드 에디션의 출시를 강행했을까?
이전부터 <타르코프>는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며 지속적인 수익 모델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패키지 자체는 비싸게 판매되고 있지만, 그 외에는 게임에서 수익을 얻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인건비와 서버 비용은 계속해서 지출되고 있지만,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수 년 동안 <타르코프> 판매 하나만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중이다.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러시아 개발사지만 본사는 영국에 위치해 있다. 영국 정부에 배틀스테이트 게임즈가 제출한 공개 감사 자료를 살펴 보면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2022년 약 1,2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냈다. 신규 플레이어를 90만 명 이상 유치하면서 얻어낸 결과다. 그러나 약 12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며 흑자 달성에는 실패했다.
2023년에는 이보다 줄어든 1,100억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29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냈다.
게임사 입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더욱 많은 신규 플레이어 유입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틀스테이트 게임즈가 힘을 줬던 것은 2023년 말 테스트를 시작한 <타르코프 아레나>다. <타르코프>의 시스템을 가져와 만든 PVP 중심의 모드로, 약 5만 원에 별도로 판매되고 있다. 당시 <타르코프 아레나> 론칭을 앞두고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2023 게임스컴 현장에서 부스를 열어 홍보한 <타르코프 아레나>
그러나 <타르코프 아레나>는 본편 만큼의 흥행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세한 흥행 지표는 알 수 없지만 <타르코프> 이용자들은 <타르코프 아레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밸런스 문제도 있었지만, <타르코프>의 핵심 재미는 PvP와 PvE가 결합된 익스트랙션 장르 특유의 재미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타르코프 아레나>의 흥행이 부진하자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스킨과 같은 소액 결제 시스템의 도입을 예고했다. 이어 EOD를 판매 중단하고, 추후 정식 론칭될 PvE 모드의 우선 접근권을 부여한 이번 언홀드 에디션 출시까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흔들리는 <타르코프>, 1인자의 입장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도 국내외의 많은 <타르코프> 이용자들은 언홀드 에디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내고 있다. '랜드마크'를 비롯해 <타르코프>를 수년간 플레이해 온 유명 스트리머 몇몇은 타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의 CBT 소식을 자신의 유튜브에 고정해 놓을 만큼 큰 반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개발사 측에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추후의 '약속'에 그쳤다는 점에서 많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타르코프>가 약 7년 이상 정식 출시를 하지 못하고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을 만큼 그동안 업데이트가 지지부진했다는 것도 신뢰를 하락하게 만든 큰 요인이다. 아직도 <타르코프>의 정식 출시 일정과 차후의 로드맵에 대해서 정확하게 공개된 내용은 없다.
한때 '익스트랙션 장르'의 유행을 이끌었던 <타르코프>는 과연 정식 출시까지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타르코프>의 유행을 보고 개발된 후발 주자들이 스팀에 선보여지고 있는 2024년, 원조 게임인 <타르코프>가 어떤 모습을 이어갈지도 게이머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업계 소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