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크로니클 온라인(이하 에코온라인)>을 처음 하는 유저는 두 가지에서 당황하게 됩니다. 마을 광장에 널려 있는 좋은 장비, 그리고 채팅을 걸어오는 "빙의 유저".
<에코온라인>의 빙의 시스템은 자신이나 타인의 장비에 캐릭터가 깃들어 힘을 보태주는 협동 콘텐츠입니다. 빙의된 장비는 내구도가 떨어지지 않고, 착용자는 추가 경험치를 받습니다. 빙의한 유저는 전투 경험치와 아이템을 받을 수 없지만 10분의 1에 해당하는 추가 경험치는 받을 수 있었죠.
한 번 빙의해서 누군가 착용한 장비는 빙의 유저가 로그아웃해도 사라지지 않아서, 게임을 끄기 전 장비가 되어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는 유저가 많았습니다. 마을 광장에는 '영혼이 로그아웃'하신 장비를 전시하는 공간이 따로 생길 정도였습니다.
빙의는 추가 경험치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되었습니다. 빙의한 상태로도 채팅과 스킬,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어서 전략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체력과 방어력이 약한 법사 계통 유저가 이를 보완해줄 전사 유저에게 빙의해 같이 사냥을 하는 방법이었죠.
단순 재미 차원이었지만, 그냥 마구잡이로 떠들어주는 '마법검' 놀이를 하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빙의할 때 상대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몰래 빙의하고 가고 싶은 장소에 도착하면 빙의를 푸는 '귀신' 같은 유저도 있었습니다.
<에코온라인>에는 이외에도 마리오네트, 골렘, 비공정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이름을 들으면 '빙의 시스템'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내가 자리에 없거나 약해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기쁨, 낯선 사람과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모니터 뒤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종종 잊게 되는 요즘. 사람이 깃든 게임이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