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히 이동하라!”고 외쳤던 넥슨과 게임하이는 FPS 게임 <서든어택> 공동 퍼블리싱 첫날(11일) ‘35시간 서버점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매출과 동시접속자는 ‘제로’였다.
서버점검이라는 게 온라인게임에서 일상다반사이긴 하다. 정기점검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PC방 점유율 106주 연속 1위, 최다 동시접속자 24만 명, 국내 회원 1,800만 명의 <서든어택>임을 감안할 때 이번 서버점검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 서로에게 피해를 준 35시간의 서버점검
11일 0시에 시작됐던 서버점검은 당초 예정된 오전 10시를 지나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만 하루를 넘겨 이튿날인 12일 오전 10시에도 끝나지 않았다. 결국 <서든어택> 서비스는 만 35시간이 지나서야 재개됐다.
35시간 서버점검의 이유는 넷마블에서 넥슨포털로 게임정보(DB)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때문이었다. 어차피 넷마블과 넥슨포털이 공동 서비스하기로 했으니 서로 얼굴을 붉힐 만한 내용은 제외하더라도, 이번 서버점검으로 입은 피해는 상당해 보인다. 관련된 게임업체 3곳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
무엇보다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는 애가 탔을 것이다. 그동안 국민 FPS 게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을 텐데, DB 이전 과정에서 할말이 없을 정도로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공동 퍼블리싱을 앞두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첫날에 극적인 숫자를 기대했을 넥슨, 그리고 단독 서비스에서 공동 서비스로 바뀌면서 유저 이탈을 주시하며 첫날 성적을 기다렸을 넷마블도 오랜 서버점검이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서든어택>을 즐기던 유저들도 이 상황이 결코 반갑지 않다. 퍼블리싱 방식이 달라지면서 유저들도 혼란을 겪게 됐는데, 급기야 게임까지 한참 즐기지 못하게 됐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35시간 서버점검은 ‘신속히 이동하라!’고 방방곡곡에 외쳐 놓고 입구를 막아 버린 모양새가 됐다. 화려한 숫자로 게임업계에 굵직한 기록을 남겼던 <서든어택>은 어쨌든 뉴스에 두고두고 언급될 또 하나의 숫자를 남겼다.
■ 공동 퍼블리싱으로 기대해 보는 ‘아이폰 효과’
국내 IT업계에는 이른바 ‘아이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아직도 제조업체의 전략에 휘말려 스마트폰 대신 ‘김태희 폰’, ‘전지현 폰’, ‘고아라 폰’에 이어 그 누군가의 ‘폰’을 구입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이폰이라는 인기 스마트폰이 들어오자 위기감을 느낀 국내 제조사들이 앞다퉈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됐고, 그 결과 국민들은 이른바 국가 경쟁력을 가진 다양한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러 게임들이 치열하게 혈투를 벌이는 게임시장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게임에서는 아이폰 효과가 나온 지 이미 오래. 이제는 서비스에서도 아이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든어택>이라는 인기 FPS가 국내 주요 퍼블리셔인 넥슨과 넷마블에서 동시에 서비스된다. 덕분에 유저들은 동일한 FPS 게임이라도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택해 즐길 수 있게 됐다. 넷마블에서 계속 즐기거나, 넥슨포털로 옮겨서 즐기거나.
이전부터 하나의 게임을 여러 게임포털에서 즐길 수 있는 ‘채널링’이 있었다. 하지만 채널링이 있더라도 퍼블리셔는 한 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채널링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는 독자적인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였다.
게다가 <서든어택>은 국내 FPS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은 동시접속자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넷마블과 넥슨포털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의의 경쟁에서 유저가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
■ “고객 만족을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라”
<서든어택>의 공동 퍼블리셔 넥슨과 넷마블의 협업은 아직까지는 불안해 보인다.
지난 재계약 분쟁은 제외하더라도 35시간의 서버점검은 기다리는 유저를 한없이 답답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비스의 기본인 유저와의 소통이 엉망이었다.
점검시간을 알려주는 공지사항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도 좀체 갱신되지 않았다. 오후 8시까지라고 해 놓고 8시를 넘겨 한참 지나서야 슬그머니 오후 10시로 숫자가 바뀌어 있는 식이었다. 이마저도 넷마블에 점검상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넷마블의 점검공지 시간은 엇박자로 갱신됐다.
가장 많은 유저가 즐기는 FPS 게임이 닫혀 있으니 자연스레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서든어택>은 검색어 순위 1위를 지켰다. 점검시간이 나와 있으니 게임을 하고 싶은 유저들은 기다렸을 것이다. F5(새로고침) 키를 누르며 넷마블과 넥슨포털의 대답 없는 공지사항을 바라본 유저도 적지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고한 시간이 지나도 묵묵부답. 변화가 없는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아직까지 공동 퍼블리싱은 유저들에게 불편함만 더 끼치는 존재다. ‘아이폰 효과’는 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서든어택> 공동 퍼블리싱으로 인해 유저들은 언제쯤 즐거움을 누리게 될까?
<서든어택>의 35시간 서버점검 동안에 다른 FPS 게임들의 동시접속자가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이긴 해도 <서든어택>의 부재가 오히려 이들에게 기회가 된 것이다.
넥슨이 <서든어택> 공동 퍼블리싱을 시작한 배경에는 더 나은 매출과 더 많은 트래픽을 향한 목표가 깔려 있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당연하다. 이를 위해 넷마블 <서든어택> 유저들이 최대한 많이 넥슨포털로 이전하도록 화려한 경품과 71,100 원의 캐시를 걸고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데 정작 신속히 이동하겠다고 신청한 유저들은 서비스 첫날부터 뒷전이었다. 애초에 제한된 시간 안에 DB를 이전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일정이었다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했어야 했다. 최소한 유저들에게 상황을 신속하게 알렸어야 했다.
그리고 넷마블과 넥슨 양사도 온라인게임 운영 경험이 많은 만큼, 넉넉한 시간을 두고 안전하게 DB를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상대를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정작 <서든어택>에서 ‘신속히 행동해야 할’ 이들은 바로 퍼블리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