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오브인덱스(OOI, Out of Index)가 7월 25일 서울에서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못 갔다. 미안했다. 올해는 갔다. 재미있고, 멋진 행사였다. 내년에도 꼭 가겠다. 한국 게임의 미래를 위해 응원해주고 싶은 행사다. 왜 그런지는 아래 적겠다. '실험 정신'이 충만한 아웃오브인덱스 2015를 소개한다. '공식 선정작'은 다른 꼭지에서 다루겠다. /시몬
☞ 공식 선정작을 보려면 여기 클릭하자. 세상에,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의 세계적 석학 리차드 도킨스가 해설한 우아한 게임도 나온다.
아웃오브인덱스는 도대체 무엇인가?
운영진들이다. 그들은 매체에 나올 사진도 이렇게 찍는다. '정형'을 거부한다. 기질을 드러낸다.
행사 포스터는 이렇게 생겼다. 꽉 쥔 주먹이 '틀'을 깨고 나왔다. 행사의 성격을 표현한다.
Out of Index. 본래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에서 오류가 났을 때 표시되는 문구다. 영어 숙어 ‘out of order’와 비슷하다. 미리 지정된 자바 문법에 어긋났다는 말이다.
운영진에게 ‘인덱스’(색인)는 일반적인 장르다. 거기서 벗어난 게임을 찾아 보여주겠다는 거다. 올해 명칭은 '실험 게임 페스티벌 Out Of Index 2015'. "천편일률적인 게임 업계에 실험 정신을 불어넣고자 기획된 실험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게 공식설명이다.
실험을 강조했다. 그냥 실험이 아니다. (긍정적 의미로) 미치고, 멋진 실험이어야 한다. 국내에 이런 게임이 흔하지 않다. 올해 공식 선정작 열 넷 중 하나만 한국 게임이다. 운영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한국 운영진이 선정해, 한국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행사인데, 소개되는 건 거의 외국 게임이다.
참 특이한 행사다.
아웃오브인덱스는 누가 어떻게 진행하나?
처음 행사 아이디어가 나온 건 지난해 1월이다.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 셋은 GDC와 함께 열리는 EGW(Experimental Gameplay Workshop)를 함께 준비했다. 게임을 출품했다. 뽑히지 못했다.
인디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그게 인디 정신이다. 직접 행사를 만들기로 했다. EGW 측에도 비슷한 행사를 해도 되냐고 물었다. 된다고 했다. 별종 게임행사는 그렇게 나오게 됐다.
지난해 7월 첫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1년 뒤 두 번째를 행사를 했다. 출품작이나 행사 모두 작년보다 알찼다.
지난해 이후 평판이 올라간 덕분이다. 출품작 수는 72개에서 107개로 늘었다. 23개국에서 보내왔다. 두 달 동안 5명의 운영진이 게임을 평가하고, 공식 선정작을 정했다. 그걸 25일 일반 관람객에게 보여줬다. 따로 1등을 뽑는 행사는 아니다. 페스티벌이다.
1시간 반 동안 14개의 공식 선정작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운영자인 김종화(왼쪽)와 박선용이 사회를 봤다. 공식 선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 선정작의 개발자가 직접 와서 PT를 하기 어렵다. PT가 담긴 동영상을 보내왔다. 번역자들의 수고 덕분에 재미있게 PT를 볼 수 있었다.
작년에는 생방송이 없었다. 올해는 트위치TV가 행사를 생중계했다. 3명의 MC가 영어로 방송했다. 미국인 특유의 화끈한 감정표현이 행사장 뒤쪽에서 들렸다. 3명의 MC보다 200명의 관람객 피드백이 적었다. 한국인 관람객은 정적이었다. 극장 모드에 가까웠다. 사회를 보던 박선용이 적극적인 피드백을 요청했다. "와우!"와 박수 소리가 점점 커졌다.
PT 후에는 피자와 콜라로 저녁을 때운다. 14개의 게임을 즐긴다. 작년에는 1게임당 1개의 PC만 제공됐는데, 올해는 2개의 PC가 준비됐다. 모바일게임은 3개 기기가 대기했다. 각 게임에는 스태프가 도와줬다. 주로 운영진의 지인으로 구성된 20명의 스태프가 행사를 도와줬다.
행사장에는 지면에서 많이 봤던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부부개발자로 무척 유명한 1506호 박성필, 최신애 공동대표였다. 최근 <대리의 전설 2>가 나왔다. 최 공동대표는 임신 6개월째. 건강한 순산을 빈다.
앗, 엔트리브 서관희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실험에 동참하고 싶은 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닐까?
행사 운영진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말고.
아웃오브인덱스에는 왜 한국 게임이 적은가?
지난해 4개 올라왔던 한국 게임은 올해 하나로 줄어들었다. 응모 규모는 전체의 4할 가까이 됐지만 외국 게임에 밀렸다. 실험성을 따지기 전에 완성도가 약했다. 대부분 대학생 졸업작품이거나 게임회사 개발자가 행사 공고를 보고 1달 남짓 만든 게임이어서 그렇다.
공식 선정작의 다수는 미국 게임이다. 한국과 미국 게임 수가 차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양국 게임 생태계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PC 온라인에 집중해왔다. 인터넷 인프라가 확산되던 시기였다. MMORPG 등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자본과 인력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적인 게임 강국으로 올라섰다.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쪽 인력이 대거 유입됐다. 경쟁력은 쌓여갔다. 덕분에 대형 MMORPG 경쟁력은 여전히 강국이다.
미국은 온라인게임 성공 이전부터 다양한 게임이 나오던 게임 강국이었다. 콘솔과 스팀은 다양한 기획의 게임들에게 기회를 줬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이 중요한 인디게임들도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PC 온라인게임이 휩쓸던 시기를 지나, 모바일의 시대가 되자, 기본기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한 상황이 달랐다. 토대가 약했던 게임 후진국 한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금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에 비해 아이디어와 기획 역량과 자원은 부족한 상황이 됐다. 대형 MMO 중심 생태계에서는 대단한 이슈가 아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 변화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폰이 2년 5개월 늦게 들어왔다. 앱스토어 게임카테고리가 3년 4개월 늦게 열렸다. 온라인에서는 치고 나가던 나라가, 모바일에서는 한참 뒤늦게 쫓아가고 있다.
'실험적인 게임'을 찾는 행사에 한국 게임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더욱 '아웃오브인덱스'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게임 생태계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개발자 스스로의 노력이니까.
출처: 구글 캠퍼스 서울 페이스북
아웃오브인덱스가 유료로 전환된 이유는?
지난해 행사는 무료였다. 올해 유료로 전환했다. 5,000원을 받았다. 관람객이 미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200명 모집에 300명 이상 신청했다. 입장권 판매 수익은 100만원이다. 유료 전환 이유는 단순했다. 봉사한 스태프에게 수고비 몇 푼이라도 주고 싶어서였다.
행사는 여러 업체의 지원을 받았다. 브로셔와 간이방석, 피자와 콜라는 네이버 앱스토어가 쐈다. 시연을 위한 하드웨어는 엔비디아와 MS, 스킬트리랩이 지원했다. 노븐(Novn)은 프리젠테이션 장비를 빌려줬다. 행사가 열린 장소는 구글 캠퍼스가 무상으로 제공했다. 놀공은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아줬다.
외국계 업체와 벤처가 눈에 띈다. 아쉽다. 이런 게임생태계 다양성을 위한 행사는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흥해줘야 할 성격인데... 창조경제에도 딱 어울리는 행사가 아닌가.
내년에는 정부나 지자체, 또는 규모 있는 국내 게임회사가 아웃오브인덱스 스폰서 리스트에 올랐으면 좋겠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