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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국산 SRPG '로스트 아이돌론스', 서두르지 않았음에도 만족스러웠다

장르의 기본은 충실히하되, 신선한 요소로 색깔 더해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06-23 15:47:45

솔직히 말씀드리죠. 기자는 '스팀 게임 페스트'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처음 데뷔하거나 연륜 있는 개발자가 만든 다양한 타이틀의 데모가 공개되고 이를 직접 체험할 기회까지 주어지지만, 크게 눈길을 끄는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2021 스팀 게임 페스트, 한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만든 <로스트 아이돌론스>인데요,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국산 싱글 SRPG인데다 <조조전 온라인>을 만든 김희재 대표가 설립한 회사라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죠. 과연 <로스트 아이돌론스>는 어떤 게임일까요? 짧지만, 인상 깊었던 데모 플레이 후기를 들려드립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기사에 활용된 <로스트 아이돌론스>는 6월 17일 공개된 데모로, 최종 버전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다 아는 얼굴이네! '로스트 아이돌론스', SRPG 팬들에게 익숙한 요소로 가득

 

SRPG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턴'이겠죠. 정해진 턴 안에서 아군과 적군이 한 번씩 공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과 선택의 재미'야말로 SRPG를 상징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로스트 아이돌론스> 역시 철저히 SRPG의 기본을 따른 인상입니다. 

 

필드에 위치한 아군 캐릭터를 클릭, 이동시키고 공격 범위에 맞춰 적을 섬멸하는 교과서 같은 플레이로 이뤄져 있죠. 또한, 후방에서 불이나 모든 적이 혼란에 빠지는 것과 같은 돌발 상황 역시 S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투 이벤트'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게임은 장르 팬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요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시스템. 특별한 적응 과정이 필요 없을 정도다

전투 중 발생하는 돌발 이벤트도 SRPG 팬들에겐 친숙하게 느껴진다

  

 

데모 버전에 등장한 아군 클래스는 헌터, 나이트, 워리어, 프리스트, 위자드​ 등으로 제각기 '전투'와 '보조' 역할을 수행합니다. 헌터가 칼과 방패를 활용해 적과 직접 마주한다면 프리스트는 치유 마법으로 아군을 보조하는 형태죠. 전사, 마법사, 치유사 등 타 게임에서 접해온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입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건 '무기 교체'입니다. 

 

유저들은 게임 중 마법 클래스를 제외한 일반 병과의 무기를 언제든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굳이 적과 얼굴을 맞대지 않고 활을 통해 멀리서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거죠. 다만, 무기를 바꾸면 다음 턴까지 이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적의 공격을 반격할 수 있는지도 잘 계산해가며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전략적 고민을 늘려준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체력이 적은 아군을 무리하게 근접전에 투입하는 대신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묘수를 택할 수도 있다

 

 

기자가 플레이한 건 에피소드 7, 8을 다룬 데모 버전이었던 만큼, 특별한 설명 없이 스토리와 전투가 진행됐습니다. 따라서 확신할 순 없지만, ​게임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듯했습니다.

 

진흙과 같은 특정 지형에 캐릭터를 배치하면 '독특한 아이콘'이 표시되고, 풀숲에서 화염 공격을 맞으면 지속 대미지가 들어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죠. 또한, 궁수에 강한 대신 마법 계열엔 약한 보병 등 클래스 상성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굳게 닫힌 문을 뚫는 공성추를 활용하거나 거대한 석궁을 파괴하는 등 캐릭터가 아닌 장비와 전투를 펼쳐야 한다는 점도 전투에 다양성을 더했습니다. 

  

정확한 효과를 알 순 없지만, 특정 지형에서는 효과가 부여되는 듯하다

공성추를 활용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 환상의 궁합 자랑한 실사풍 그래픽, 병영으로 살려낸 캐릭터

 

<로스트 아이돌론스>는 실사를 방불케 하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꾸려졌습니다. SD 캐릭터를 배치했던 <삼국지 조조전>이나 만화로 그려낸 캐릭터가 등장한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죠. 실사풍 그래픽은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흘러가는 <로스트 아이돌론스>와 좋은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연출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어떤 캐릭터건 공격을 시전할 경우, 제법 디테일한 배경과 모션이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적과 근접전을 펼치는 헌터와 워리어는 치열한 백병전의 분위기가 잘 담겨있고, 프리스트나 위저드는 화려한 모션과 연출로 마법을 시전하죠. 해당 연출의 배경에 수많은 병사가 싸우는 장면을 배치해 '치열한 전장'을 묘사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소하지만 몰입감을 올려주는 포인트였으니까요.

 

실사풍 그래픽은 게임 세계관과 좋은 궁합을 자랑했다

'파이어 엠블렘'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만큼, 전투 연출은 몰입감을 더해주는 형태로 구성됐다

  

 

이번 데모 플레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병영 관리'였습니다. 에피소드 7, 8은 게임 초반부와 거리가 먼 만큼,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스토리 중간에 난입했음을 감안해도 쉽게 몰입하기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입니다.

 

개발사는 이러한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병영이라는 별도의 공간을 준비했습니다. 전투를 마친 유저들이 아군 NPC 또는 일반 병사가 모인 병영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유도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은 게임 속 캐릭터의 성격과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연스레 세계관에도 몰입하게 되죠. 

 

병영에는 이러한 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할 거리도 준비돼있습니다. '특정 아이템을 찾아줘'와 같은 단순한 서브 퀘스트는 물론,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훈련도 수행할 수 있죠. 훈련의 경우 가만히 지켜보는 것 대신 직접 참가해 QTE를 정확히 입력해야 하는 만큼, 게임 속에 또 다른 미니게임을 즐기는 느낌도 부여합니다. 

  

제대로 누르지 않으면 실패라는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NPC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투만 늘어놓는 대신, 병영을 통해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려 한 인상이다

 

 

# '로스트 아이돌론스', 데모 버전임에도 몇몇 아쉬움 빼면 괜찮았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SRPG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캐릭터를 하나하나 컨트롤해야 하는 구조를 띱니다. 따라서 동장르의 다른 게임들은 턴을 소화하지 않은 캐릭터를 알아서 찾아주는 시스템을 도입, 편리한 진행을 돕고 있죠. 이는 1998년 출시된 <삼국지 조조전>에도 존재하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로스트 아이돌론스>에는 이러한 '편의성 기능'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턴을 소화하지 않은 캐릭터를 일일이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전장에 위치한 캐릭터의 가시성과 맞물려 또 다른 아쉬움을 빚어냈습니다. 턴을 소화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이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개발사는 이를 미세한 색깔 차이로 구분하려 한 듯하지만,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너무 옅은 듯했습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카메라와 화면 움직임 등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턴을 소화한 캐릭터는 '흐리게' 표시되지만... 충분치 않은 느낌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건, 기자가 플레이한 <로스트 아이돌론스>가 '데모 버전'이라는 점입니다. 

 

도입부, 개발진이 '데모 버전이므로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는 문구를 따로 삽입했을 만큼, <로스트 아이돌론즈>는 아직 미완성 게임입니다. 플레이 내내 특별한 문제 없이 부드럽게 게임이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문구입니다.

 

물론 앞서 몇몇 아쉬움을 말씀드리긴 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아쉬운 부분'에 해당합니다. 해결되면 좋지만, 설령 그대로 출시되더라도 플레이를 이어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작은 요소였죠. 게임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치명적 요소는 아니었으니까요.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지금도 <로스트 아이돌론즈> 데모에 관한 피드백 수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금 욕심내서 속도를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행보죠. 과연 <로스트 아이돌론스>가 다시 한번 국내 SRPG 팬들의 마음에 불씨를 댕길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개발사의 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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