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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2시간 반의 기다림, 배틀필드3 끝내줬다!

지옥같은 전쟁터의 생생한 느낌, E3 데모 체험기

안정빈(한낮) 2011-06-13 16:16:32

총알이 날아와 기둥에 박히고 부서진 조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적의 은신처를 발견한 장갑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울타리를 넘고 바주카를 든 공병이 그 뒤를 따릅니다. 펑! 요란한 굉음을 내며 날아간 바주카가 호텔 벽을 강타하자 그 안에 숨어 있던 적들이 건물 파편과 함께 쏟아져 내립니다.

 

이어지는 교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총알과 고성이 오갑니다. 쓰러진 동료를 방패 삼아 폭발물을 설치하고 게임이 끝나자 모두 환호성을 지릅니다.

 

E3 2011에서 체험한 <배틀필드 3>는 속된 말로 ‘끝내줬습니다’. 기존에 트레일러로 공개된 ‘기도 안 찬 장면들’이 눈앞에 계속 펼쳐집니다. 물리엔진, 사운드, 그래픽, 시스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었습니다. 2시간 반의 기다림 끝에 체험한 <배틀필드 3>의 소감을 최대한 글로 옮겼습니다. /LA(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E3 2011 EA 부스에서 가장 오래 기다려야 했던 <배틀필드 3> 체험존.

 

 

■ 네 가지 병과, 빨라진 전투 진행

 

<배틀필드 3>의 E3 체험버전에서는 돌격병, 공병, 지원병, 저격병의 4개 병과가 공개됐습니다. 돌격병은 기관단총을 들고 있으며 일반보병과 비슷하지만 아군을 치료하는 치료키트를 바닥에 던질 수 있습니다. 전작의 돌격병에 위생병이 추가된 방식이죠.

 

공병은 차량을 수리할 수 있고 어두운 지역에서 플래시를 밝혀 시야를 확보하거나 일시적으로 적의 눈을 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화기를 사용하는 지원병은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거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정시킨 무기는 반동이 줄어들죠.

 

저격수는 숨을 참는 능력이 추가됐습니다. 조준경이 조금씩 흔들릴 때 일시적으로 숨을 참으며 명중율을 올릴 수 있죠. 주변의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무인정찰기도 갖고 있습니다. 위생병이 없어지고 대신 돌격병이 치료키트를 가진 만큼 전투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병과별 특징도 더욱 확실해졌죠.

 

E3 2011 체험버전의 미션 개요. 유일하게 찍을 수 있었던 이미지였다.

 


※ E3 2011 <배틀필드 3> 체험존에서는 촬영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에 기사 본문에는 기존에 공개된 스크린샷을 넣은 점 양해를 구합니다. /편집자 주


 

■ 16명이 4개의 팀으로 나눠져 진행된 협동 미션

 

<배틀필드 3> 체험존은 관람객 16명이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정해진 자리로 이동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16명은 4개조의 한 팀으로 구성돼 적의 은신처를 찾아내고 폭발물을 설치해야 하죠. 일종의 협동 미션입니다.

 

전작처럼 죽을 때마다 병과를 바꿀 수 있고 분대장과 구역별 시작 지점 중 하나를 선택해 부활할 수 있습니다. 같은 팀일 경우 꼭 자신의 분대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대장 옆에서 부활할 수도 있더군요.

 

미션은 총 4개로 구분돼 있고 한 구역을 끝내면 폭발에 의해 지하터널 입구를 찾아내거나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구역으로 돌입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구역의 정해진 장소에 폭발물을 설치하면 체험이 끝나고요.

 

 

 

■ 경쾌한 이동, 부드러운 액션과 시점전환

 

미션이 진행되는 장소는 (아마도) 에펠탑 부근에 위치한 프랑스 파리의 증권거래소이며, 플레이어는 미군, 적은 러시아군입니다.

 

첫 번째 구역은 작은 공원입니다. 시작부터 러시아 특수부대와 총격전이 벌어지죠. 공격을 피할 장소가 마땅치 않으므로 주변의 나무와 벤치, 그리고 아군 장갑차를 이용해 적절히 몸을 숨겨야 합니다. 총알이 오갈 때마다 벤치가 부숴지고 조각이 사방으로 튑니다.

 

결국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이동해야 합니다. <배틀필드 3>는 캐릭터의 이동이 상당히 경쾌해졌습니다. 스태미너와 상관없이 거의 무한정 맵을 달릴 수 있고, 포복이나 앉은 상태의 이동속도도 대폭 늘어났죠.

 

 

물체를 건너뛰는 장면도 인상 깊습니다. 허리춤까지 오는 물체는 모두 손으로 붙잡고 뛰어넘거나 올라탈 수 있는데,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달리는 동작과 뛰어 넘는 동작이 애초에 한 세트로 기획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시점 이동도 부드러워서 이리 저리 방향을 바꾸며 물건을 뛰어넘고 다녀도 FPS 특유의 멀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소 FPS 게임이라면 3분 내로 지독한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사람의 이야기이니 믿어도 좋습니다.

 

 

■ 빠르고 사실적인 장갑차 플레이

 

아군에게 지급되는 장갑차는 여전히 빠르고 강력하죠. 주변 사물이 파괴되는 탓에 여기저기 쏘는 쾌감이 상당합니다. 전작처럼 장갑차가 피격을 당했다고 내부 승차인원이 전부 죽는 일도 없습니다. 엔진이 멈추고 쓰러진 장갑차에서 불길이 솟아 오르는 등 내부인원이 폭발 전까지 충분히 도망갈 시간을 줍니다.

 

물론 승차 중인 장소에 따라 대미지가 들어오기 때문에 운이 없어서 폭발에 휘말리거나 하필 내 옆에 바주카가 맞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생명을 보장받지 못하죠. 운전을 잘못해 쓰러진 장갑차에서도 뒤에 타고 있었다면 큰 피해 없이 도망쳐 나올 수 있습니다. E3 2011에서 공개된 <배틀필드 3>의 전차전 트레일러를 떠올리면 됩니다.

 

 

장갑차가 지나갈 때마다 모래와 흙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눈앞에서 차량이 급격히 핸들을 꺾으면 실제 상황처럼 앞이 뿌옇게 가려지는 효과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아군인지 내부의 스파이인지…….

 

무사히 러시아 부대가 지키는 대공로켓에 폭탄을 설치하고 나면 공중에서 지원폭격이 떨어집니다. 폭발장소에 가보면 커다란 구멍과 함께 지하철 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뚫려 있죠. 통로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두 번째 구역으로 넘어갑니다.

 

 

 

■ 남아나는 게 없는 근접전투, 긴장감 최고조!

 

장갑차와 함께 지하철 승강장에 들어섰지만 멈춰 있는 지하철 때문에 장갑차를 몰고 갈 수가 없습니다. 차량을 버리고 지하철 역으로 올라가면 또 다시 교전이 시작됩니다.

 

밀폐된 장소의 교전인 만큼 물체 파괴효과가 엄청납니다. 쉴 새 없이 유리창이 깨지고 기둥파편이 이리 저리 튀어 오릅니다. 바닥의 대리석부터 계단 난간까지 온전히 남아나는 게 없습니다. 자신이 숨어 있는 기둥이 기관총에 의해 무참히 깎여 나갈 때의 긴장감은 글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빨리 저놈을 쏴야 하는데…’ 생각이 들어 기관총 사수를 급히 찾아보게 되죠.

 

이렇게 파괴된 물체들은 전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파편과 소음으로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물체가 부숴진 틈새로 총구를 내밀고 총알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삼각형 모양으로 깊게 파인 기둥과 반쯤 휘어있는 철제 구조물은 숨어서 공격하기 딱 좋은 엄폐물이죠.

 

교전이 끝나고 방금 전까지 숨어 있던 기둥을 돌아보니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벌집이 되어 있습니다. 매끈한 기둥 표면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울퉁불퉁하게 깎여 나간 회색 빛 콘크리트만 남아 있습니다. 공병이 바주카라도 사용했다면 큰일이었겠네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안도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 숨어서 안 나온다면? 파괴해 버리자

 

지하철 역 밖으로 나오면 증권거래소가 보입니다. 길 곳곳에 버려진 자동차와 건물 사이에 숨어 있는 적들을 상대로 전면전이 벌어지죠. <배틀필드 3>에서 적의 인공지능은 한층 발전했습니다. 주변의 엄폐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아군이 숨어서 나올 생각을 안 하면 아예 엄폐물부터 파괴합니다.

 

자신의 동료가 쓰러지면 재빨리 가서 구해주고, 중화기의 집중포화에 겁을 먹고 엄폐물 뒤에 단단히 숨어 있을 때도 있죠. 여담입니다만, <배틀필드 3>에서는 적의 집중포화를 당할 경우 탄착군이 심하게 흩어집니다. 아군과 적군 모두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하도 숨어 있는 적을 견제하기 위해 뒤의 호텔에 바주카를 맞췄습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호텔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그 아래 있던 적들은 부서진 잔해에 깔렸는지 나오지 않는군요. 호텔 안에 있던 적들은 잽싸게 벽 뒤로 숨습니다.

 

반응이 재미있어서 바주카를 몇 번 더 쐈는데요, 아쉽게도 건물 자체가 통째로 무너지지는 않더군요. 부술 수 있는 부분이 한정돼 있는 탓인데요, 물론 벤치나 벽처럼 얇은 물체는 완전히 부숴집니다.

 

 

■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빠져나오다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비명과 외침, 물체가 파괴되는 소리와 총성. 덕분에 플레이어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FPS 게임처럼 우아한 사운드 플레이는 <배틀필드 3>에선 사치입니다. 사치요. 벽을 부수는 커다란 소음에 놀라 장비를 갖추는 것도 사운드 플레이라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만…….

 

 

개발진이 의도한 것일 테지만, 게임의 색감도 매우 옅습니다. 색감만 따지자면 전작을 물에 넣고 한 번쯤 빤 느낌이에요. 원색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회색 톤만 가득합니다. 덕분에 전장이 그만큼 칙칙하고 사실적으로 보이죠. 여기에 총성과 비명, 괴물 같은 물리효과 등이 어우러지면서 <배틀필드 3>는 아주 그럴싸한 한 편의 지옥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지점까지 점거하고 폭탄을 설치한 다음 일정 시간을 버티니 체험이 종료됐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린 관람객들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체험대를 떠나더군요. 저도 물론 대만족이었습니다.

 

<배틀필드 3> 체험을 마치면 군번줄에 이름을 새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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