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불도저’(Bulldozer)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FX 프로세서’가 지난 12일에 출시됐다.
데스크탑 PC용 CPU 시장은 2011년, 그야말로 ‘샌디브릿지 천하’라고 불리울 만큼 인텔의 2세대 코어 i5/i7 CPU가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AMD의 경우, 샌디브릿지에 대항할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었기어 인텔의 독주를 빤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출시된 FX 프로세서는 샌디브릿지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등장했다.
AMD의 FX 프로세서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 또 실제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8코어 4모듈? 새로운 아키텍처
FX 프로세서는 지금까지의 CPU와 다른 개념의 아키텍처로 설계된 제품이다. 이 제품은 공식적으로 ‘8코어 4모듈’의 CPU를 표방한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모듈’(Module)은 지금까지의 CPU에서는 없었던 개념이므로 처음 이 제품의 소개를 보는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 있다.
모듈의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2개의 코어(IP)가 하나의 작업공간(FP)를 공유하는 ‘짝’(모듈)이 되어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즉 기존의 멀티코어 CPU는 각각의 코어가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각자 움직인 것에 비해 FX 프로세서는 8개의 코어가 2개씩 총 4개의 짝을 짓고 작동한다.
이론적으로 FX 프로세서는 멀티쓰레드를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에서도 뛰어난 효율을 보여주며, 동시에 싱글쓰레드를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에서도 코어 2개분의 재원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모듈간 리소스가 잘 공유되고 ‘프로그램이 모듈에 최적화됐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확실히 지금까지의 인텔과 AMD가 추구해왔던 CPU 개발과는 근본부터 다른 설계이므로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FX 프로세서는 8코어 4모듈로 이루어진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에 기반해 제작되었다.
경쟁상대는 i7이 아니라 i5
AMD가 이번에 출시한 FX 프로세서는 8코어 최상위 제품인 ‘FX-8150’(3.6GHz)과 FX-8120(3.1GHz), 6코어의 FX-6100(3.3GHz), 4코어의 FX-4100(3.6GHz)까지 4가지 제품이다.
사실 FX 프로세서는 기존 최상위 제품인 FX-8150이 인텔 2세대 코어 i5-2500 수준의 가격이면서도, 그보다 상위 제품인 i7에 맞먹는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실제 출시된 제품의 성능은 i5-2500 수준에 머물렀다.
AMD는 이번 FX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전체 데스크탑 PC 시장에서 비중이 작은 하이엔드 시장보다는 사실상 그 미만의 퍼포먼스이지만 점유율이 더 큰 시장을 잡는 데 주력할 전략이다. 이와 함께 FX 프로세서 전 제품에 클럭배수를 해제함으로써 파워유저들의 입맛도 만족시킨다는 전략이다.
AMD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데스크탑 PC에 1500 달러(약 173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마니아층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AMD는 그 밑의 시장을 노리며, 이 중 FX 프로세서가 노리는 타깃층은 하이엔드 바로 밑의 퍼포먼스 급이다.
그렇다면 과연 FX 프로세서는 경쟁 제품과의 성능 차이는 어떨까? 디스이즈게임은 다양한 벤치마크 프로그램과 게임을 통해 FX 프로세서 최상위 제품인 FX-8150의 성능을 살펴봤다.
테스트 사양
FX-8150는 인텔 2세대 코어 i5-2500와 성능을 비교했다. 그리고 참고용으로 1세대 인텔 i7-860(린필드) 시스템도 비교용으로 데이터를 뽑아봤다.
TEST 1. 게이밍 벤치마크 |
게이밍 벤치 마크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인 3DMARK 시리즈는 DX10 과 DX11 환경에서 시스템의 기본적인 게이밍 성능을 점수로 표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벤치마크를 실시한 결과, 전체적으로 FX-8150은 i5-2500에 성능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 프로그램은 멀티쓰레드를 지원하기에 코어수가 가장 많은 FX-8150이 유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 10분 경기 리플레이를 ‘아주 빠름’ 4배속으로 돌린 후 평균 FPS 측정
그리고 여러 게임들을 실행해본 결과, 위의 3DMARK 테스트 대와 마찬가지로 FX-8150은 i5-2500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일부 테스트에서는 i7-린필드에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게임들이 불도저 아키텍처에 최적화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TEST 2. CPU 기본성능과 인코딩 성능 벤치마크 |
산드라 2011은 멀티 코어를 지원하며, CPU의 기본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으로 CPU의 성능을 측정해본 결과 FX-8150은 게이밍 벤치마크 때와는 다르게 기본적인 CPU의 연산능력 면에서는 i5-2500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씨네벤치 역시 CPU의 기본적인 성능을 체크해 점수로 나타내주는 프로그램이며, 프리츠 체스 벤치마크는 CPU의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다 멀티코어를 지원하며, 이를 통해 테스트를 해본 결과 FX-8150은 앞선 산드라 2011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 i5-2500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번에는 멀티 코어를 활용하는 압축 프로그램인 WINRAR를 이용해서 대용량 파일을 압축한 속도를 측정해봤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체적으로 FX-8150이 i5-2500에 밀렸다.
최근 게이머들이 PC에서 영상을 인코딩하는 횟수가 빈번하다. 특히 인코딩은 CPU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 이번에는 400MB 짜리 영상 파일 3개를 다음 팟인코더를 통해 아이폰4용 고화질 영상으로 인코딩해 그 속도를 체크해봤다.
그 결과 FX-8150은 i5-2500에도 밀리지 않는 빠른 인코딩 속도를 보여줬다.
결론. 아쉬운 점이 많지만 가능성이 높은 CPU |
사실 ‘불도저’ 아키텍처와 FX 시리즈는 출시 이전부터 CPU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로부터 정말 수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거듭된 발매연기로 출시까지의 여정 또한 험난했다.
아쉽게도 게이밍 성능에서 경쟁제품인 인텔의 i5 시리즈에 비해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배수락의 해제로 오버클락에는 유리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버클락이 일반 유저에게 잘 안 와닿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이 CPU는 발매 초기라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 실제 8개의 멀티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i5-2500에 비해서도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차후 이런 새로운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발매되거나, 패치가 이루어진다면 FX 프로세서는 차후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AMD 또한 이번 FX 프로세서 제품군의 출시가 ‘끝’이 아닌 ‘시작’ 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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