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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쉽고 빠르다! 접근성 끌어올린 블리자드 도타

블리자드 도타 지스타 2011 체험기

안정빈(한낮) 2011-11-16 02:41:59

 

블리자드는 AOS게임들과 인연이 깊습니다. AOS 스타일 게임의 시초인 <AOS>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이었고, AOS라는 장르를 널리 알린 <DOTA> <워크래프트 3>를 바탕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리고 <DOTA>에서 뻗어나간 <카오스> 역시 <워크래프트 3> 기반의 유즈맵이죠. 블리자드의 유즈맵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DOTA> 자체가 나올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AOS로 큰 이득을 보지 못했습니다. 블리자드의 유즈맵은 무료로 제공됐고, AOS게임 중 요즘 가장 잘나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다른 게임업체에서 만들었죠.

 

그래서일까요? 블리자드가 지스타 2011에서 공개한 <블리자드 도타(DOTA)>는 기존의 AOS 강자들을 겨냥한 티가 팍팍 납니다. 기존의 AOS게임과 비슷한 맵과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도 AOS게임의 고질적인 단점인 낮은 접근성, 초보자에 대한 비난, 느린 진행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더했습니다.

 

블리자드의 친숙한 영웅들을 앞세워 기존 AOS게임의 유저는 물론 새로운 유저들도 끌어들이겠다는 뜻인데요, AOS의 뜨거운 감자 <블리자드 도타>를 지스타에서 체험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블리자드코리아에서 한글명을 <블리자드 도타>로 표기하는 관계로 기사에서도 제작사의 한글명칭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블리자드 도타>는 이런 게임

 

<블리자드 도타>의 기본구성은 기존의 AOS게임과 비슷합니다. 5명이 한 팀을 맺은 후 탱커와 딜러, 서포터, 시즈로 구분된 영웅 중 하나를 선택하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정사각형의 맵은 대각선을 기준으로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으며, 양쪽 구석에는 각 팀의 본진이 버티고 있죠. 우리편 본진에서 상대편 본진으로 이어지는 길은 세 갈래로 나뉘어 있고, 게임을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마다 자동으로 유닛(미니언)이 생성돼 적의 본진을 향해 공격을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는 미니언들 속에 섞여 상대편의 방어건물을 무력화하고 본진을 격파해야 합니다. 상대편 영웅이나 미니언들을 처치하면 경험치와 돈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영웅을 강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방의 본진을 먼저 부수는 팀이 승리합니다.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탈것을 이용해 빠르게 전장에 복귀할 수 있고, 맵 곳곳에 4개의 거점을 점거한 팀의 미니언이 강화되는 점령 시스템도 추가했습니다. 중립 몬스터를 처치한 후 떨어지는 유물 조각을 얻으면 전투 중 해당 몬스터를 아군으로 소환할 수도 있죠.

 

아이템에서도 복잡한 아이템 종류와 조합 시스템을 없애고 대신 각 능력치와 사용 아이템을 구입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방어건물인 타워에 탄환 제한이 생긴 것도 <블리자드 도타>의 특징입니다.

 

 

 

탈것에 타워 제한까지, 빠른 전투 진행

 

<블리자드 도타>는 빠릅니다. 일단 맵의 크기가 <리그 오브 레전드> <DOTA 2>에 비해 2/3 정도로 작고 모든 영웅이 처음부터 탈것을 갖고 나옵니다. 탈것은 약 2초 정도의 시간만 들이면 언제 어디서나 소환할 수 있고 캐릭터 일반상태에 비해 1.6배의 속도를 갖고 있죠. 상점에서 말당근을 사고 난 후에는 여기에 40%의 속도가 더 추가됩니다.

 

그만큼 전체적인 게임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본진에 돌아오거나 죽었을 때 전장까지 다시 이동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맵을 옮겨 가며 치고 빠지기도 한층 쉬워졌죠. 맵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 20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길목을 지키는 타워에도 제한이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AOS게임은 세 갈래로 나뉜 길에 9개의 방어타워를 배치하는데요, 타워의 공격력이 강력하고 초반에는 부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주로 타워를 중심으로 공방전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타워마다 20여 발씩 탄수가 제한돼 있습니다. 타워의 탄환은 매우 느리게 추가되며 모든 탄환을 소모한 타워는 공격을 멈춥니다. 각 팀의 미니언은 한 번에 8마리씩 증원되기 때문에 한 번 정도만 아군의 미니언을 모아서 공격해도 순식간에 타워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타워전문 철거반(?)인 공성전차의 경우 시즈모드 사거리가 타워의 사정거리보다 길 정도입니다. 타워의 대미지는 강력하지만 약간만 틈을 주면 순식간에 타워를 부술 수 있다고나 할까요? 지스타 첫 게임에서는 3분 만에 중앙타워를 부쉈고, 두 번째 게임은 4분 만에 첫 타워를 파괴했습니다.

 

이동이 빠른데 타워까지 금방 제거되다 보니 초반부터 5:5의 대규모 전투가 계속 이어집니다. 이후에도 소규모 접전보다는 대규모 싸움이 계속 벌어지죠. <리그 오브 레전드> <DOTA>에서 봤던 견제 중심의 라인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밀도 있는 화끈한 경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 시작 후 약 15분이 지났을 때 양팀의 전적은 9:11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20번의 영웅 킬이 나온 거죠. 여기에 아군 타워 4개와 적군 타워 3개가 사라졌습니다. 승패가 거의 결정되는 수준입니다.

 

 

 

■ <DOTA>를 해봤어도, 안 해봤어도 쉬운 게임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기존에 AOS게임을 해 본 유저도, 그렇지 않은 유저도 모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 도타>의 맵 구조는 기존의 AOS게임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세 갈래 길에 각각 3개씩의 방어 타워가 있고, 길이 아닌 곳에는 다수의 중립 몬스터가 버티고 있죠. 캐릭터가 잠깐 몸을 숨길 수 있는 덤불이나 중립 몬스터의 위치 등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쏙 빼닮았습니다.

 

지스타 행사장에서 함께 플레이한 유저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도 실제 몬스터 이름이나 위치가 아닌 드래곤’, ‘바론등의 <리그 오브 레전드>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을 정도입니다. 직업 구분부터 직업별 역할까지 기존에 AOS게임을 즐기던 유저라면 조금의 고민도 없이 플레이할 수 있죠.

 

여기에 아이템 구성도 대폭 단순화했습니다.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적을 쓰러트리고 얻은 게임머니로 3개의 능력치 부스터와 2개의 소모성 아이템, 8개의 일반장비, 5개의 아티펙트 중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능력치 부스터는 공격력과 마법공격력, 방어력의 3종류가 있으며, 반복해서 살 수 있습니다. <카오스>를 해 본 유저라면 능력치 책을 생각하면 됩니다. <블리자드 도타>에서 캐릭터의 강화는 대부분 이 능력치 부스터를 이용하게 됩니다.

 

소모성 아이템은 체력회복과 마력회복의 2종류가 있으며 일반장비는 장착하거나 사용하면 약간의 추가 효과를 내는 아이템입니다. 예를 들어 포이즌 다트는 구입하면 1분마다 한 번씩 적에게 독을 거는 다트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일반장비는 같은 아이템을 구입해 총 3번에 걸쳐 강화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아티팩트는 적을 붙잡거나 대미지를 감소시키는 등 일반장비보다 조금 독특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일반장비와 달리 강화할 수 없다는 점도 특징이죠.

 

이게 현재 <블리자드 도타> 체험버전에 나오는 아이템의 전부입니다. 복잡한 아이템 합성도 없고, 공격속도나 체력흡수, 추가 대미지 등의 부가효과를 갖는 아이템도 없습니다. 캐릭터는 능력치 부스터로 강화하고, 아이템은 보조스킬 역할을 맡을 뿐이죠.

 

선택의 폭도 적고, 지금 구입한 아이템이 이후의 아이템에 미치는 영향도 적습니다. 덕분에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아이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없습니다. 다음 아이템으로 뭘 살지, 어떤 아이템과 궁합이 좋을지 고민할 것 없이 그냥 당장 필요한 물건을 사면 되니까요. AOS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템 공략부터 보던 유저라면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이해할 겁니다.

 

 

 

지역점령과 서머너스펠의 삭제. 치열한 전투

 

<블리자드 도타>에는 아예 <리그 오브 레전드>를 염두에 둔 부분도 보이는데요, 직접 비교해 보겠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맵 4곳에 각각 강력한 버프를 주는 몬스터가 있습니다. 몬스터가 주는 버프의 색에 따라서 흔히 ‘블루’와 ‘레드’라고 부르는데요, 버프를 얻기 위한 교전도 자주 벌어지죠.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이 버프 위치에 점령지역을 추가했습니다. 각 점령지역에는 3마리의 몬스터가 있고 이를 처치하고 약간의 시간을 버티면 해당지역을 점령하게 됩니다. 지역을 하나 점령할 때마다 보다 강력한 미니언이 나타나죠.

 

예를 들어 초반에는 인간 보병이 나오지만 1개 점령지역을 획득한 후에는 한층 강력한 오우거가 미니언으로 대체됩니다. 4개 점령지역을 모두 획득한 후에는 미니언만으로도 상대를 농락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점령지역의 효과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점령지역을 둘러싼 전투도 수시로 벌어집니다.

 

 

<블리자드 도타>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다양한 전략과 콘트롤을 만들어내는 서머너 스펠을 도입하지 않았고, 대신 맞으면 취소되는 귀환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서머너 스펠은 일종의 부가 스킬로 순간이동이나 일시적인 속도 증가, 적의 이동속도 저하 등이 준비돼 있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주로 견제나 생존기로 쓰입니다.

 

<블리자드 도타>의 전투는 일단 한 번 전투가 시작되고 나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서머너 스펠이라는 생존기는 없앤 반면 맞으면 취소되는 귀환 스킬은 그대로 유지했으니까요. 참고로 국내판 <DOTA>인 <카오스>나 <아발론>에서는 귀환할 때 무적이 됩니다.

 

컨트롤의 여지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만큼 전투는 치열하고 간단명료해졌죠. 일단 붙으면 누군가는 죽습니다.

 

 

 

블리자드 캐릭터가 가져온 접근성

 

당연한 말이지만 <블리자드 도타>는 블리자드의 캐릭터를 이용합니다. 희대의 패륜왕자 아서스와 무라딘, 케리건과 노바, 제라툴, 시즈탱크, 스랄 등 블리자드의 각종 시리즈에서 나왔던 캐릭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죠.

 

(블리자드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굳이 어떤 영웅들인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블리자드 도타>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된 만큼 눈요기도 확실하죠. SF로 새롭게 태어난 무라딘은 정말 일품입니다.

 

다수의 영웅이 등장하는 AOS게임에서 유저들이 이미 캐릭터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입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 게임 시리즈를 쌓아온 블리자드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앞으로 나올 캐릭터도 많은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기를 자연스레 바라게 되더군요.

 

 

 

접근성과 재미는 OK, 깊이는 미지수

 

이외에도 <블리자드 도타>에는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대표적인 게 경험치와 게임머니의 공평한 분배인데요, 기존의 AOS게임은 미니언에게 마지막 공격을 가할 때만 게임머니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웅을 죽였을 때도 대미지를 준 아군 게임머니를 받아가죠.

 

하지만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적군의 미니언이나 영웅이 죽을 때마다 주변의 아군이 해당 게임머니를 1/n로 나눠 갖습니다.

 

손이 느려도, 굳이 미니언의 체력바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적당히 싸우기만 하면 누구나 똑같은 게임머니를 받는 셈입니다. 초반의 게임머니 획득량이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AOS게임에서 게임머니의 공평한 배분은 초심자의 접근성을 확~ 높여주죠.

 

여기에 빠른 대규모 전투, 탄환수가 제한된 타워, 단순한 아이템 구조, 친숙한 영웅 등은 <블리자드 도타>의 접근성을 화끈하게 높여 줍니다. 심지어 개인별 킬·데스를 보여주지 않아서 조금만 정신을 놓고 있어도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AOS게임에서 한창 문제가 되는 팀원 사이의 비난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그만큼 게임의 깊이’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아직 완성된 버전도 아니고,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체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겠죠.

 

그래도 지금까지 나왔던 AOS게임에 대입해 보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미니언에 마지막 공격을 가하지 못하게 견제하거나, 서머너 스펠을 이용해 순식간에 상황을 역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컨트롤과 아이템을 단순화하다 보니 그만큼 전략의 폭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거죠.

 

블리자드는 <블리자드 도타>를 단순한 <스타크래프트 2>의 유즈맵이 아니라, 독립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황입니다. 기본 서비스도 무료로 진행하겠다고 밝혔고요. 접근성 좋고, 쉽고, 빠른 <블리자드 도타>가 최종 버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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