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게임을 만드는 중이었다. 비슷한 게임이 먼저 나와버렸다. 소재도 똑같고, SD 캐릭터도 비슷했다. 차별화를 고민했다. 테스트가 늦어졌다. 강렬한 '임팩트'가 필요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7개월이 지났다. 2006년 3월 9일, <마구마구>(애니파크)가 오픈베타를 시작했다. 성공했다.
<마구마구> CBT를 앞둔 시점의 김홍규 대표 인터뷰 (2005년 8월)
<마구마구>의 성공은 <신야구>에게 빚을 지고 있다. <신야구>는 먼저 나와 시장을 선점했다. <마구마구>는 역전을 해야 했다. 뒤늦게 2가지 비책을 준비했다. 유명인의 해설과 선수 라이선스였다. 그 중 하나는 홈런으로 판명났다.
<마구마구>의 해설은 하일성 씨가 맡았다. 김홍규 대표는 지인을 통해 연락하고 만났다. 흔쾌히 허락을 얻었다. 선수 라이선스는 쉽지 않았다. 김홍규 대표는 KBO를 무작정 찾아갔다. 처음엔 거절당했다.
대뜸 찾아가 라이선스를 달라고 했습니다. 담당하시는 분이 말리더군요. 예전에 다른 게임도 라이선스를 받아 갔는데, 라이선스 비용만큼도 돈을 못 벌었다는 거예요. ‘당신들은 그냥 없이 해라’ 하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좀 귀찮아하는 뉘앙스였습니다.
김 대표는 물러나지 않았다. 잘 할 수 있다고 계속 주장했다. 라이선스를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 캐주얼게임의 붐이 불었다. 그 중심에는 스포츠 장르가 있었다. 야구와 축구, 농구, 골프, 테니스 등에서 이런저런 게임이 쏟아졌다. 대부분 관중이 들지 않았다. <마구마구>는 <프리스타일>과 함께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가 됐다. 게임의 퀄리티만큼 라이선스의 역할이 컸다. 아니, 라이선스가 게임 퀄리티의 Key였다.
KBO 라이선스 담당자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2009년이었다. 기아 타이거즈가 SK 와이번스와 코리안시리즈에서 붙었다. 나는 프로 원년부터 타이거즈 팬이다. 김 대표에게 광주 경기 티켓을 부탁했다. 김 대표와 함께 무등야구장에 갔다. 거기서 어떤 아저씨가 표를 건네줬다. 그 분이 처음 라이선스를 줬던 담당자였다.
지금은 무척 친해졌지만, 처음 라이선스 따러 갔을 때는 정말 어려운 분이었습니다. 지금도 만나면 ‘그때는 소름 끼쳤다’고 이야기하죠. 타이틀 스폰서 계약도 그 분과 했습니다.
<마구마구>는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올림픽 야구 대표팀 스폰서에 이어, 2009년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가 됐다. 삼성전자가 그해 2월 돌연 스폰서십을 포기하면서 뜻하지 않은 기회를 얻었다.
<마구마구> 2009년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이후 인터뷰 (2009년 4월)
오픈베타 후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다. 프로야구 선수 실명 라이선스는 거의 모든 유저가 좋아했다. 한 명의 선수도 여러 연도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카드시스템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레전드급 선수와 현역 선수들로 드림팀을 만들 수 있는 점이 야구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실 그 때 상황이 잘 기억이 안 나요. 생각보다 지표는 좋았어요. 야구 게임 시장이 그다지 넓지 않다고 생각했고, <신야구>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게임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거든요. <신야구> 유저 수는 별로 줄지 않았는데, 우리 유저 수도 그만큼 올라와서 안도했습니다. 1년 5개월을 만들어 오픈해서, 론칭 이후에도 업데이트할 게 많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구마구> 상용화 이후 TIG 리뷰 (2006년 7월)
<마구마구> 시즌5 업데이트 관련 인터뷰 (2012년 3월)
<마구마구>는 오픈베타 3개월 뒤 상용화했다. <신야구>를 넘어섰다. 이후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야구게임으로 장수하고 있다. <마구마구>는 ARPU(1인당 평균 지불 금액)가 가장 높은 게임으로 유명했다. 야구 선수에 대한 애정은 깊고, 지갑은 두둑한 아저씨들이 하기 때문이다.
<마구마구>는 8년 전처럼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조마조마 기다리고 있다.
애니파크가 야구게임을 만든 사정은 이렇다. 2004년 애니파크에는 야구팀이 있었다. 당시 직원 수가 50명 정도. 이 규모의 직원 수에 15명 남짓의 야구팀이 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전사적으로 야구를 사랑했다. 야구게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2006년 3월 9일 <마구마구> 부분유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