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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유력... 그러나 남아있는 문제들

논의 급물살, 현실적으로 선택적 셧다운제로 전환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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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1-08-24 16:31:26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및 개선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입법조사처는 "청소년 수면 행태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조사한 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의 각계각층의 의견을 받아 적었다.

이어서 23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게임 셧다운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고, 청소년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알고 있다"며 "과몰입 예방조치를 붙이면서 시간선택제 쪽으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검토를 마쳤다"고 발언했다. 또 "이번 주까지 부처 간 (논의를 거쳐서) 셧다운제를 폐지할 것"이라 전했다.

 

23일 국회 운영위에서 셧다운제 문제에 관해 묻고 답하는 이호승 정책실장과 장경태 의원 (출처: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행정부가 이미 시행 중인 제도 폐지를 '이번 주'로 못 박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가 이미 그 효용을 다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정기국회 전에 청소년보호법 내 셧다운제는 삭제될 공산이 크다.

10월에는 국무총리실의 규제챌린지 관련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총리실은 셧다운제도 개선될 규제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이 발표에 앞서서 부처 간 교통 정리는 완료됐고, 시행만 앞둔 상황에서 '이번 주'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각 부처와 소관 상임위 의원들은 이미 큰 틀의 논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어온 셧다운제를 날리는(삭제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지분을 보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간사 권인숙 의원이 직접 발의한 법안과 연관 있다. 권인숙 의원은 7월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여가부가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과 그 가족에 대해 상담·교육 등 지원 정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에 "셧다운제는 건강한 청소년 성장을 위한 제도"라면서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라고 발언한 적 있다. 7월 가진 장관 기자간담회에서는 "스마트폰 게임 이용 증가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해 셧다운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규제혁신'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셧다운제도 규제의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사진은 김부겸 국무총리. (출처: 국무총리실)

 

 

# 볼(Ball)은 문체부&문체위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는 청소년보호법 안에 관련 내용을 삭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게임산업법(게임법)에 남아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만 효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셧다운제의 주도권은 여성가족부-국회 여가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국회 문화체육위원회​(문체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시점적으로 국회 문체위는 쟁점 법안 2개를 통과시킨 뒤 이상헌 의원의 전부개정안을 비롯 6개의 개정안이 제출된 게임법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2021년 2월, 입법조사처는 게임법 전면개정안의 쟁점 사안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이용자와 제작사의 정보비대칭 현상을 일정 부분 해소함으로써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게임 이용자 과소비를 방지하고, 허위 확률 고지 등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했다. 게임법 개정에 녹색불이 들어온 지 오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간 문체위에게 게임법보다 우선하던 사안은 스포츠계 폭력 지도자의 자격정지 기간을 확대한다는 故 최숙현법과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이었다. 전자는 통과됐고, 후자는 오늘날 국회 전체의 이슈로 남아있다.

현재 야당에서는 언론중재법 강행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 의사일정 보이콧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콧이 현실화되면, 게임법 개정 논의 역시 뒤로 밀린다.

 

국회의사당

 

아울러 국회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각 정당은 대통령 후보 선출 본격전에 돌입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움직임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당장 이번 국회에서 셧다운제 폐지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해온 전용기 의원이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수행 중. 이러한 정치 타임라인은 게임법 개정 논의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중에서도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된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보이콧 가능성, 국감, 대선 일정 등을 두루 감안했을 때, 게임법 관련 논의는 내년 후반기 국회에서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7월 23일, 여야 원내대표는 여당이 모두 가지고 있던 18개 상임위원장을 내년 시작하는 후반기 국회부터 11:7로 재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이어서 지난 16일,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3선의 박대출 의원을 국회 문체위원장에 내정했다. 과기정통위 위원이었던 박 의원은 문체위 상임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청소년보호법 내 강제적 셧다운제의 삭제는 상당히 유력하다. 대신 선택적 셧다운제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제의 공은 문체부-문체위로 넘어왔다. ​게임법은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지만 이것이 후반기 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은 야당 소속으로 조정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게임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는 "문체부에서도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를 검토한 바 있으나, 학부모 반발 등을 우려해 현재 흐름대로 가고 있다"고 첨언했다.

 

협회 "부모선택제 일원화는 현실적인 대안 찾은 것"

 

 

# 선택적 셧다운제'만' 남은 게임 생태계, 과연 좋은가? 

 

20일 자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셧다운제가 청소년 수면시간 확보와 상관관계가 없고, 청소년들이 동영상 시청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 바, 인터넷과몰입 예방을 위해 셧다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서 "셧다운제의 전면 폐지와 함께 게임이용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협회가 선택적 셧다운제를 수용하겠다고 주장한 셈이다. 실상 주요 온라인게임은 모두 현행 게임법에 따라 선택적 셧다운제를 운영 중이며,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참고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선택적 셧다운제는 18세 미만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적용 연령 자체는 확대된다. 

협회 측은 부모선택제로 일원화하는 방향에 대해 "셧다운제 완전 폐지에 대한 일부 우려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게임 생태계는 선택적 셧다운제만 남은 조건에서도 고민할 지점이 많다. ​

그간 문체부는 여가부의 협의를 거쳐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PC 온라인게임으로 한정해왔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제도를 적용할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문체부는 전보다 더 확실하게 셧다운제의 방향키를 잡을 것이지만, 셧다운제 확대 등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 및 학술 단체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셧다운제 폐지 반대 성명문. 바로 지난달 중독포럼을 비롯한 여러 단체는 셧다운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미 자녀폰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폰 자체에 대한 셧다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수사로 읽힐 것이다. 협회 역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를 적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플랫폼사, 통신사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로 제한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지적했다.

수년간 콘솔게임은 회색지대에 있었고, 네트워크 서비스의 경우 미성년자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MS의 <마인크래프트> 미성년 이용 불가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체부는 크로스 플랫폼이 대중화되며 플랫폼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이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선택적 셧다운제에 대한 관리를 여가부 없이 맡게 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문체부 담당 부서의 전문성에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게임산업은 날로 크는데 사무관 1명이 e스포츠 담당하고, 다른 사무관 1명이 게임법을 전부 담당하는 실정이라 게임과는 문체부에서 기피 부서로 꼽힌다"​​라는 것이 문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의 진단.​ 지난 7월, 문체부는 새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을 임명했다.

 


<마인크래프트> 유저 운동을 주도해온 '우마공'(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은 선택적 셧다운제만 남아있어도 과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제도 자체의 삭제를 요구한 바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입법조사처를 통해서 "셧다운제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며, 게임 이용에 대한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봉쇄하는 반문화적, 반교육적 제도"라고 주장했다.

2021년, 셧다운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결정적 이유는 '<마인크래프트> 사태'였다.​ 강제적이든 선택적이든 한국에만 적용되는 법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게임사 입장에서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친권자가 통제할 수 있게 의무화한다는 것이 일종의 '규제장벽'이다.

그럼에도 소니는 PSN에서 '플레이 타임 매니지먼트', 닌텐도는 '지킴이 설정', MS는 엑스박스에서 '보호자 통제'를 제공 중. 이러한 해외 게임사의 자체 솔루션을 문체부가 선택적 셧다운제의 범주 안에 준용시킬 것인지도 관건으로 남아있다.

본지는 문체부에 콘솔 3사의 자체 시스템을 선택적 셧다운제의 일종으로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에 제공 중인 자녀 게임 이용 관리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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