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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vs.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1심, 왜 넥슨이 이긴 것인가?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의 판결문 분석

이철우(이철우) 2025-02-20 18:29:50

<다크앤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다크앤다커>는 스팀에서 1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고, 개발사 아이언메이스는 홈페이지에 "게임사들이 쉬운 돈을 위해 영혼을 파는지 목격했다"며 "착취적인 관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본지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를 통해 <다크앤다커>가 넥슨이 내부적으로 개발하던 '프로젝트 P3'의 유출이라는 의혹이 보도되었고,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두 회사의 치열했던 1심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크앤다커>는 '프로젝트 PD'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을 인정해 85억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 판결을 어떻게 봐야 할까? 판결문을 보다 자세히 읽기 위해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이자 게임법실무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에게 분석을 요청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이번 1심 결과가 "넥슨의 판정승"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편집= 김재석 기자


이철우 변호사




지난 13일, 무려 2021년 8월 20일에 제기되어 약 4년 간이나 진행되던 <다크앤다커>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게임업계는 물론 게이머들의 관심도 많이 받은 사안인 만큼, 판결의 내용을 분석해본 후 그 의의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해본다.


사실관계부터 요약하자면, 넥슨의 신작 게임 프로젝트 'P3'를 담당하던 디렉터와 파트장이 퇴사 후 설립한 아이언메이스가 <다크앤다커> 게임을 개발하여 출시하였는데, 법원은 그 과정에서 이들이 'P3'와 관련한 파일을 외부 서버에 저장하거나 ‘P3’ 개발 당시의 기획이나 논의된 정보를 활용하여 <다크앤다커>를 개발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이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아이언메이스 측이 법적 책임을 지는지에 관하여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중점적으로 검토되었는데, 순서대로 살펴보자.

1심 재판부의 주문 내용

우선 ⓐ 저작권법의 측면에서, 넥슨의 'P3'와 <다크앤다커> 간 실질적 유사성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을 적용하여 아이디어에 속하는 영역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판부는 두 게임간 유사한 요소 대부분은 그 자체로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특정 유형이나 장르의 게임물을 개발·제작하는데 있어서 전형적으로 포함되는 구성요소들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보았다.

만약 게임과 관련하여 동일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카트 레이싱류 게임의 출발 부스터,  AOS 게임의 6칸 인벤토리 및 6렙 궁극기, 격투게임의 커맨드 입력 방식 등)를 특정인에게 귀속되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 묶어버린다면, 게임업계의 창작성은 극도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판결문 24페이지. 'P3'와 <다크앤다커>의 실질적 유사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다음으로 ⓑ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다크앤다커>가 타인의 성과를 무단으로 도용한 결과물인지의 여부에 관해서다.

이 부분에 관하여서 재판부는 넥슨 측의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였던 부분에 더하여 'P3'가 충분히 완성되지 못하였고 공표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이 법원은 <다크앤다커>라는 게임 자체가 저작권 침해 게임이라거나 타인의 성과를 무단 도용한 결과물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넥슨에 재직하다가 퇴사한 2인이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하고 <다크앤다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P3’와 관련하여 기획 및 논의된 내용을 활용하였던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판단하였다.

ⓒ 해당 정보는 비밀관리성,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다고 보아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이러한 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크앤다커>의 개발에 사용한 행위에 대한 아이언메이스 측의 손해배상책임 85억 원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해당 소에서 지목된 아이언메이스의 임직원을 '공동불법행위자'로 인정했다

즉, 결과적으로 <다크앤다커>라는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보긴 어려우며, 아이언메이스 및 그 설립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사람에게 죄가 있고, 게임에는 죄가 없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다. '영업비밀 침해'에는 해당하는데 왜 ‘저작권 침해’는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두 법의 보호법익과 입법취지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이해할 수 있다. 단적으로 이해했을 때,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이라고 하는 경제적 측면에 주안점을 두어 만들어진 법이므로 입법의 취지가 다르다. 

기획안이나 회의 내용 및 그 실행 계획 등의 내용은 아이디어 혹은 표현물에 이르지 않는 수준의 정보로서 보호되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저작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게임 창작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다. 

맛집의 음식 레시피는 영업비밀에는 해당한다. 하지만 그 레시피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다. 특정 식당에 근무하면서 몰래 습득한 비법 레시피를 가지고 나와서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창업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런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지만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투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다.

맛집의 음식 레시피는 영업비밀이지만,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출처: 이라스토야 이미지 위에 덧그림)

한편, 판결의 결과가 사실상 넥슨이 패소한 것이라는 의견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판결이 나온 지금까지 <다크앤다커>와 직접 경쟁하는 넥슨의 게임은 없다. (편집자 주: 넥슨은 현재 익스트랙션 게임 <낙원>을 개발 중이다.)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유지되는 것이 넥슨에게 손해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넥슨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크앤다커>의 서비스 중단'보다 (2024년의 프로젝트 KV 때에도 그러했듯) '사내 정보를 무단 유출하여 퇴사 후 별도의 회사를 차려 게임을 출시하는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확인하고 이번 사례를 본보기로 삼는 것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따라서 재판부가 소송비용을 넥슨 2:아이언메이스 8로 부담하기로 한 결정과 더불어, 이번 판결이 아이언메이스 측의 형사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필자는 이번 사건이 '넥슨의 판정승'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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