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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4년 게임 업계 10대 이슈, 한눈에 모아보기

길어진 겨울...웃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김승준(음주도치) 2024-12-23 17:24:35

새벽엔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겨울입니다. 실제 기온만 낮은 게 아니라, 게임 업계의 한파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불안감도 커져만 가고 있죠.


위기는 누군가에겐 기회로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기회를 개척하거나 잡은 이들은 누구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누구였을까요.


예년과 특히 많이 달라진 업계의 현황 그리고 2024년 한 해 동안 게임 업계에 큰 영향을 준 이슈를 10개의 주제로 묶어 한 곳에 모았습니다.


1. 끝나지 않는 겨울 그리고 변화한 지형
2. 大인공지능의 시대가 찾아왔다
3.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와 공정위의 철퇴
4. 중국 게임이 만든 압도적 격차
5. 키우기 열풍 이제는 ?
6. 모바일 엑소더스...국산 게임은 도움닫기 중
7. 활로는 글로벌에 있다, 늘어난 해외 게임쇼 출전
8. 실패의 쓴맛도 컸던 AAA게임 시장 (feat. 콘코드)
9. 언더독의 반란, 스팀 패권은 누가 잡았나 
10. 의문과 잡음을 낳은 국내외 시상식

※ 시기와 주제의 연관성을 고려해 순서를 정했습니다.

극한의 추위 하면 떠오르는 게임 <프로스트펑크>도 올해 2편이 출시됐습니다.
게임 업계의 겨울나기는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TIG 2024 연말 특집

① [기획] 2024년 게임 업계 10대 이슈, 한눈에 모아보기 (현재 기사)

② 뻔한 수상은 가라! TIG 기자들이 주목한 '2024년의 게임' (바로가기)

③ 어느새 저무는 한 해, 내년 밝힐 기대작 10선 (바로가기)

④ 아직 더 있다!…2025년 출시 기대작 11선​ (바로가기)


# 끝나지 않는 겨울 그리고 변화한 지형

사례를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글로벌 게임씬 전반에서 해고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유비소프트는 올해 여러 차례에 걸친 감원을 진행했고,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2년 만에 한국 지사 운영을 종료하기도 했죠. 라이엇 게임즈도 "핵심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며 <레전드 오브 룬테라> 팀과 <LoL> IP 기반 게임을 만들던 라이엇 포지 팀 등 연초에만 53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여파로 MS도 게임 부서 직원을 크게 줄였고, 위기를 맞은 인텔은 15,000명 이상을 감원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의 "경영 효율화" 기조도 지속됐습니다. 3월에 진행된 GDC 2024에서도 '정리해고'는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죠. 

위기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글로벌 인디게임 씬에서 <위저드 오브 레전드>, <슬레이 더 스파이어>, <템템> 등 다수의 히트작을 퍼블리싱 및 지원한 험블게임즈도 '전원 해고'를 강행하며, 인디 개발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전체 인원의 10% 이상에게 희망퇴직을 받았고, <TL> 개발팀을 포함해 올해만​ 5개 자회사의 분사를 결정했습니다. 컴투스와 데브시스터즈에서도 조직 개편이 이어졌으며, 넷마블의 손자회사이자 넷마블 에프앤씨의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도 전원 권고사직과 함께 법인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고와는 무관하지만 크래프톤 또한 <인조이> 개발팀을 인조이스튜디오로 분사해, 국내 대기업들의 분사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 유비소프트 한국지사, 운영 종료 (바로가기)
▶ 라이엇 게임즈도 11% 정리해고, "핵심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 (바로가기)
▶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여파...MS, 게임 부서 직원 650명 해고 (바로가기)
▶ 위기의 인텔, 경영 효율화 첫 걸음은 '15,000명 해고' (바로가기)
▶ GDC 2024, 정리해고 관련 르포 기사 (바로가기)
▶ 험블 게임즈 전원 해고 이후...불안해진 인디 개발사들 (바로가기
▶ 엔씨소프트, 구조조정 깔 뽑았다...분사 및 권고사직 현실화 (바로가기)
▶ 컴투스, 내부 전반에 걸친 두 자릿수 구조조정 진행 (바로가기)
▶ 데브시스터즈, '브릭시티' 인원 감축 "서비스는 지속한다" (바로가기)
▶ 메타버스 손절? 넷마블에프엔씨 '메타버스월드' 전원 권고사직 (바로가기)
▶ 크래프톤, '인조이' 개발팀 신설 자회사로 분사 (바로가기)
▶ 2024년 절반도 지나지 않아 게임업계 해고 만 명 돌파 (바로가기)


'유황숙'으로 통하던 유비소프트가 22년 간 운영한 한국 지사를 철수한 때의 공지입니다.


# 大인공지능의 시대가 찾아왔다


생성형 AI가 이렇게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대화형 AI로는 GPT-4o와 클로드 3.5의 등장이 많은 사람들의 업무 환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영상을 생성하는 소라, 이미지를 만드는 스테이블 디퓨전, 노래를 생성하는 수노 AI 등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창작 놀이터 겸 장난감이 되어주기도 했고, 유튜브 트렌드를 바꾸기도 했으며, 적잖은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미국 배우 노조 SAG-AFTRA는 게임 분야에서 일하는 배우, 성우들의 파업을 승인하고 "생성형 AI로부터 성우들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을 대형 게임사들에게 ​강하게 전달했습니다. 배우 노조는 특정 대형 게임사들이 연기를 무단 학습해 사용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고, "(AI를 활용한) 노골적인 착취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게임을 만드는 AI는 무섭도록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줬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 1은 2D 게임을 생성했지만, '지니 2'는 3D 세계를 생성해 공간을 기억하고 최장 1분까지 게임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장르와 플레이 상호작용까지도 인식해 그에 맞는 결과를 생성하는 수준이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고려하면, 향후 게임 개발의 판도 자체가 뒤바뀔 수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AI 기술을 게임 디자인의 핵심에 접목해 플레이 경험을 크게 확장한 사례는 글로벌 씬 전체에서도 아직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재밌게도 이 분야에서는 국산 게임들의 도전이 두드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 자회사 렐루게임즈가 GPT를 접목해 만든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음성인식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은 독특한 기획으로 게임씬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반지하게임즈의 SNS 탐색형 사이버렉카 체험 게임 <페이크북>은,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형 AI로 제작해 마치 현실 같은 SNS 계정들을 만들어냈습니다.  


▶ [기자수첩] 미국 배우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 "AI로부터 보호해 달라!" (바로가기)
▶ 프롬프트로 3D 세계를 생성? '지니 2'로 게임 개발의 미래가 바뀔지도 모른다 (바로가기)
▶ [칼럼] AI가 게임을 쉽게 만들어준다는 건 착각일지 모른다 (바로가기)
▶ [TIG룩백] 화제의 작품 '즈큥도큥'과 '스모킹 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바로가기)
▶ [리뷰] 사이버렉카 체험 게임 '페이크북', 도파민에 절여진 인간의 섬뜩한 민낯 (바로가기)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마법소녀 루루핑>

<페이크북>


#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와 공정위의 철퇴

게임사 자율규제에 맡겼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2024년 3월 22일을 기점으로 게임 산업 진흥법에 의한 의무 사항이 되면서, 그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많은 사례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법 시행 전후로 문제를 발견한 기업들은 '오류' 및 '실수'였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보상안을 내놓았습니다.

일례로, 웹젠의 <뮤 아크엔젤>의 401레벨 이상 패키지에서는 레전드 장신구 세트석 패키지를 0.25%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공지됐으나, 실제로는 149회차까지 0%의 확률, 150회차 이상에서는 0.1%의 확률로 이후 회차를 늘려갈수록 확률이 증가하는 방식임이 드러나, '천장'의 반대 개념인 일명 '바닥' 시스템이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웹젠은 이에 대해 사과하며 환불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컴투스(<컴투스 프로야구>), 엔씨소프트(<리니지M>), 그라비티(<라그나로크 온라인>), 위메이드(<나이트 크로우>)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이전에도,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에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에서 블랙큐브 등의 옵션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특정 중복 옵션이 출현하지 않게 설정한 사실을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건에 대한 과징금이었습니다.


▶ 특정 횟수까지 확률 0%, 뮤 아크엔젤 "환불 신청받겠다" (바로가기)
▶ 공정위, 배그 뉴진스 협업 아이템 조사 착수 (바로가기)
▶ 공정거래위원회, 크래프톤과 컴투스에 확률형 아이템 현장조사 나섰다 (바로가기)
▶ 공정거래위원회, '슈퍼계정' 민원에 엔씨소프트 현장조사 착수 (바로가기)
▶ 공정위, '라그나로크 온라인' 확률 조작 의혹 조사 착수 (바로가기)
▶ 보보보 이후 3년간 조사한 공정위, "확률 오류 아닌 기만 행위!" (바로가기)

웹젠 <뮤 아크엔젤>


# 중국 게임이 만든 압도적 격차

2024년은 중국 게임들의 인기가 두드러졌던 한 해입니다. GOTY 후보에 오른 <오공>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죠. 압도적인 그래픽과 액션, 서사까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입니다. 

서브컬처 게임 쪽에서는 특히 스케일이 큰 대작이 많이 나왔습니다. <명조>, <젠레스 존 제로>, <소녀전선 2: 망명> 등의 게임도 큰 인기를 끌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엑스 아스트리스>와 <페르소나 5 팬텀 X>까지, 모바일에서 콘솔 수준의 경험을 보여준 작품이 많았습니다. 추후 출시 예정인 <이환>과 <무한대>도 큰 주목을 받고 있죠. 이런 게임들을 보고 있노라면, 넘어서기 어려운 격차​​가 생겼다고-까지 느껴집니다.

게임의 퀄리티에서만 격차가 발생했을까요? 아닙니다. 모바일게임 국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장악할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면서, 순위 뿐만 아니라 실제 인기까지 잡아낸 <버섯커 키우기>와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 [리뷰] 검은 신화: 오공, 헛되지 않은 기다림 (바로가기)
▶ <엑스 아스트리스> 관련 칼럼 (바로가기)
▶ 중국 게임이 만든 압도적 격차를 다룬 기자수첩 (바로가기)
▶ MMORPG 잡아먹고 매출 1위, '버섯커 키우기' 왜 잘 나가나? (바로가기)

<검은 신화: 오공>

<명조: 워더링 웨이브>


# 키우기 열풍 이제는 끝?

202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방치형', '키우기' 열풍은 영원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국내 대기업이 키우기 장르로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석권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세븐나이츠 키우기>, 공격적인 광고로 중국 방치형의 힘을 과시한 <버섯커 키우기>,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국산 방치형 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 등의 사례가 '신화'처럼 여겨졌죠.

5월에 진행된 플레이엑스포 2024의 B2B관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방치형, 키우기이라는 단어가 타이틀에 들어간 부스를 볼 수 있을 정도였고, 키우기 신작이 출시됐다는 소식도 매일 들려왔습니다. <세나 키우기>의 경험을 살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도 여름에 출시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분위기는 달라지게 됩니다. 워낙 많은 키우기 게임이 나오다 보니 장르 자체에 대한 신선함이 사라졌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저들도 늘어났죠. 일명 '방치형 유목민'이라 불리는 키우기 장르 신작을 옮겨가며 즐기는 유저들도 대세 타이틀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업계 안에서도 방치형, 키우기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들려오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키우기, 방치형 게임이 출시되더라도 타이틀에 직접 '키우기', '방치형'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는 것이 추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저니 오브 모나크>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러쉬> 등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 [창간기획] "방치형 붐은 진짜 왔습니까?" (바로가기)
▶ [기획] 100일 넘긴 '세나 키우기', 방치형 생태계는 변했나? (바로가기)
▶ [GDC 2024] 글로벌 시장에서 '키우기'를 외쳐본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 (바로가기)
▶ [PlayX4 2024] 키우기가 대세다! 확연히 달라진 B2B 환경 (바로가기)
▶ [기획] 방치형 유목민: 게임과 게임을 넘나들며 '키우기'하는 사람들 (바로가기)


<버섯커 키우기>


# 모바일 엑소더스...국산 게임은 도움닫기 중

모바일게임 씬에선 타깃 시장의 매출 순위 상위권에 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방치형 <버섯커 키우기>, 4X 장르의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이 엄청난 마케팅 공세를 펼치기도 했고, 국내 대기업들도 그에 못지 않은 광고비를 투자하면서, 중소, 인디 사이즈의 기업들은 마케팅 경쟁에 진입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모바일 씬에선 언더독에게 희망이 사라진 반면, PC, 콘솔 시장은 달랐습니다. 스팀에선 대부분의 타이틀에 일정 노출 기회를 보장해주고 있어서, 마케팅 부담에 지친 개발사들이 대거 PC, 콘솔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본지에서는 이런 현상을 '모바일 엑소더스'라고 부르며 꾸준히 취재를 이어오기도 했죠.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그리고 올해 출시된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국내 기업들도 PC, 콘솔 패키지 게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자, 정부 지원사업도 모두 PC, 콘솔에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PC, 콘솔 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국내 개발자 인력이 적은 게 현실이고, 대형 게임의 개발엔 3년 이상의 시간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보니, 올해 나온 국산 PC, 콘솔 대작의 수는 적었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역할이 그만큼 컸던 것이기도 하죠.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는 큰 성장을 했다기보다는 내년을 위한 "도움닫기"에 해당하는 시기였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인디한잔] 모바일 엑소더스 그리고 인디 소울라이크 (바로가기)
▶ 스텔라 블레이드 리뷰 - AAA급 게임 개발에 대한 시프트업의 잠재력 (바로가기)
▶ 콘진원 2025년 게임 지원사업 계획 발표...AI, IP, 콘솔이 핵심 (바로가기)

<스텔라 블레이드>와 함께 이뤄진 시프트업 상장 또한 올해 주목해야 할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 활로는 글로벌에 있다, 늘어난 해외 게임쇼 출전

2025년에 출시될 국산 PC, 콘솔 대작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다시 상승세로 끌어올려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와 넥슨이 <던파> 세계관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내년 3월 출시를 앞두고 있고, 펄어비스의 야심작 <붉은사막>은 2025년 연말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인조이>, <카잔>, <붉은사막>은 독일에서 8월에 진행된 게임스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게임스컴 어워드에서도 글로벌 대작들과 함께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 9월에 진행된 도쿄 게임쇼에서도 <카잔>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12월에 진행된 더 게임 어워드에서도 <던전앤파이터: 아라드>를 비롯한 여러 신작이 소개되기도 했죠.

대형 게임사의 작품들에만 한정된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해외 게임쇼에 참가하는 한국 게임사들의 수도 늘었으며, 한국 공동관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산 게임들의 수준도 전보다 높아졌다는 인상입니다.


▶ 붉은사막, 인조이, 카잔... 게임스컴 어워드에 한국 게임 역대 최다 선정 (바로가기)
▶ [게임스컴 2024] 세계 시장에 도전장 던진 한국 인디를 만나다 (上) (바로가기)
▶ [TGS 2024]'카잔'의 일본 공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목 집중' (바로가기)
▶ “익숙한 듯 새롭다” TGA에서 첫 트레일러 선보인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바로가기)

<인조이>
<카잔>
  

<붉은사막>


# 실패의 쓴맛도 컸던 AAA게임 시장

올해를 빛낸 망작(?)을 꼽으라면 역시 SIE(소니) 산하의 파이어워크 스튜디오가 만든 <콘코드> 얘기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스튜디오 인수 비용과 개발지원비로 4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500억 원)를 투자했지만, 출시 2주 만에 세상에서 사라진 비운의 게임입니다.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결국 폐쇄되는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유비소프트의 야심작 중 하나였던 AAA급 히어로 FPS <엑스디파이언트​> 또한 6개월이 조금 넘는 서비스 기간 끝에 서비스 종료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게임을 개발한 유비소프트 샌프란시스코와 오사카의 제작 스튜디오는 폐쇄됐고, 시드니 스튜디오는 제작 공간이 축소되는 등 해고 및 이직 소식이 이어졌죠.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에 대한 과도한 강요 등 게임의 방향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시장에 수요보다 더 많은 AAA게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중입니다. AAA게임의 개발비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데, 수요와 판매 가격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적잖은 AAA게임들이 고배를 마시고 있던 중에도 호평을 듣거나 성공을 거둔 타이틀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오공>, <스텔라 블레이드> 외에도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호평을 들은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도 있었죠. <마리오>와 <동키콩>의 아버지인 닌텐도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 펠로우는 AAA게임 시장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발비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창작에 더 중요하다. 개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부 영역에서의 개발비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매력적 아이디어가 있으면 대규모 개발비를 동원하지 않고도 매력적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 한물간 FPS의 당연한 실패, 콘코드 (바로가기)
▶ SIE, '콘코드'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 폐쇄 결정 (바로가기)
▶ 유비소프트 '엑스디파이언트' 서비스 종료 또 다시 찾아온 겨울 (바로가기)
▶ [기자수첩] 콘코드의 퇴장​이 의미하는 것 (바로가기)
▶ [리뷰] '감상하는 맛'으로 즐긴다, ‘인디아나 존스’ (바로가기)
▶ 미야모토 시게루 “매력적 게임, 개발비 아닌 창의력 문제” (바로가기)
▶ 前 스퀘어 에닉스 이사가 설명하는 "게임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 (바로가기)

이제는 역사 속에 사라진,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콘코드>입니다.


# 언더독의 반란, 스팀 패권은 누가 잡았나

2024년은 언더독의 기세가 굉장했던 한 해였습니다. (<바나나> 같은 유사 NFT 게임을 제외하더라도) 연초부터 포켓페어의 <팰월드>와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의 <헬다이버즈 2>가 시장을 뒤흔들었죠. 1인 개발로 만들어진 포커 로그라이크 게임 <발라트로>가 GOTY 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팰월드>의 초반 기세는 굉장했습니다. 스팀 최대 동접은 210만 명을 넘겼고, 얼리 액세스 출시 36일 만에 2,500만 명이 <팰월드>를 즐겼죠. 그리고 게이머들의 입에 다양한 주제가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하게는 <팰월드> 흥행 이유에 대한 분석부터,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이 대세가 된 게 아니냐는 논의,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그 동안 채워주지 못했던 영역들에 대한 명확한 인지까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인 게임이었죠.

<팰월드> 흥행 전후로 가장 뜨겁게 불이 붙은 주제는 '오리지널리티'와 '유사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팰월드>가 인기를 확장하기 위해 미디어 믹스 전략을 공표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가자, 닌텐도는 포켓페어가 "<포켓몬스터>가 가진 복수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고소까지 진행하게 됐습니다. 


▶ '발라트로'가 성공한 이유, 아무에게도 게임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바로가기)
▶ 포켓페어, 소니 그룹과 손잡고 '팰월드' IP 키운다 (바로가기)
▶ [지스타 2024] '팰월드' 미조베 타쿠로를 만나다 (바로가기)
▶ '팰월드 서비스하지 마라' 포켓페어, 닌텐도와의 소송 내용 공개 (바로가기)
▶ 7년 개발한 '헬다이버즈 2'가 1,200만 장을 팔고 성공한 이유는? (바로가기)


<팰월드>


# 의문과 잡음을 낳은 국내외 시상식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는 매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 발표와 함께 시작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아쉬운 뒷말이 참 많았죠. 특정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결과가 사전 유출되는 '스포일러'도 있었고, 김규철 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공로상을 받을 땐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대체 왜?"라는 반응이, 받는 사람의 입에서도 "대체 왜 나에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글로벌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곤 했습니다. 권역별로 부문을 정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구글플레이 베스트 게임 시상에서도 "올해 나온 수많은 모바일게임 중에 이 게임이 상을 받는다고?"라는 반응이 나올 법한 결과가 적잖게 있었습니다. 애플이 꼽은 올해의 게임도 마찬가지였죠. <명조>나 <젠레스 존 제로>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 게임들도 물을 먹기 일쑤였습니다.

GOTY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죠. 시상식 이전에는 아무리 <엘든 링>이어도 DLC가 본상 후보에 오르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게이머들이 있었습니다.(참고로 리메이크, 리마스터, 큰 규모의 DLC 등이 최근 계속해서 많이 나오는 추세라서, 이런 콘텐츠도 후보작으로 오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더 게임 어워드 측에 많이 전해졌기 때문에 후보군을 넓힌 결과입니다.) 시상식 이후에는 게임사이언스가 <오공>이 GOTY를 못 받은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죠.

TGA에서 수상작을 뽑는 방식을 고려해보면 쉽게 납득이 됩니다. 글로벌 게임 매체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서구권 매체이기 때문에 아시아 게임들이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2025년에도 대형 타이틀이 다수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시상의 권위를 막론하고 어떤 게임이 상을 받느냐-를 두고 많은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상작의 선정 과정이 더 공정하고 투명해져, 게이머들이 자신이 응원한 게임이 아니더라도 수상 결과를 더 납득하기 쉬운 환경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 [기자수첩] 결국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었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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