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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OO라이크? 하나의 장르가 된 게임들

'로그'부터 '뱀서'까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4-02-12 11:48:20
RPG, 슈팅, 격투​, 어드벤처, 전략, 스포츠... 게임의 장르는 정말 다양합니다. 심지어 계속 늘어나고 있죠. 로그라이크, 소울라이크, 최근에는 뱀서라이크라는 표현도 종종 보입니다. 

만약 <P의 거짓>을 누군가에게 간단하게 소개해야 한다면? '3인칭 ARPG'라는 설명보다는 '스팀펑크 소울라이크'라는 표현이 게임의 성격을 잘 전달할 것 같습니다. 단, 설명을 듣는 사람이 소울라이크의 '소울'이 어떤 게임인지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요.

그러다 보니 게이머들 사이에서 종종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떤 게임이 'OO라이크'인지 아닌지를 두고 다투곤 하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하나의 장르가 된 게임들! 으레 장르명으로 사용해온 이름들, 어떤 게임이 '근본'인지, 그리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 봤습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는 AOS가 아니다? AOS는 <Aeon of Strife>!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어떤 장르의 게임인가요? 아마 'AOS'라고 답하는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르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AOS는 개별 게임의 제목입니다. 정확히는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유저 제작 콘텐츠)인 <Aeon of Strife>의 줄임말인데요. 왜 우린 AOS를 AOS라고 부르게 된 걸까요?

<Aeon of Strife>의 전체 지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유사한 라인 단위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장르명이 정립되기 이전 해외에선 이런 게임을 '라인밀기 게임'(Lane-Pushing Game)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LPG도 괜찮은 이름 같네요.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실 MOBA는 라이엇 게임즈가 처음으로 제안한 명칭인데요. FPS(First 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RTS(Real 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와 같이 직관적으로 장르의 특색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외에서 MOBA 장르를 대중화시켰다고 평가받는 게임은 <워크래프트 3> 유즈맵 <Defense of the Ancients>, 즉 <도타>(DotA)입니다. <도타>는 여러 명이 팀을 이뤄 상대 진영의 구조물을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자신이 선택한 영웅을 육성한다는 MOBA의 기본 틀을 바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도타 2>

그래서 해외에선 MOBA 이전에 '도타라이크'라는 명칭이 대중화되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 국내에선 <도타> 대신 유사작인 <카오스>가 인기를 끌었죠. 그 탓에 도타라이크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고 <카오스>의 원류인 <도타>의 원류인 <Aeon of Strife>가 장르명으로 채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초신성이 등장했고, MOBA라는 장르 구분을 제창했습니다. <도타>의 뒤를 이은 밸브의 <도타 2>조차 유저들의 장르 투표를 거친 끝에 도타라이크 대신 MOBA라는 명칭을 적용했죠.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AOS라는 명칭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MOBA는 '국제 표준', AOS는 '한국의 야드파운드법'인 셈입니다. 


# <메트로이드> + <캐슬배니아> = 메트로배니아!

<데드셀>

<데드셀>이나 <할로우 나이트> 같은 게임을 두고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로 구분하곤 합니다. 메트로배니아는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악마성>(캐슬베니아) 시리즈를 합친 이름인데요. 탐색 요소를 강조한 2D 기반 사이드뷰 플랫폼 게임을 주로 칭합니다.

<메트로이드>의 전체 지도
메트로배니아 게임의 특징은 높은 밀도로 디자인된 맵을 탐색하는 요소가 강조된다는 것입니다. <메트로이드>의 경우 몸을 말아 굴러 다니는 모프볼 기술을 얻고 나서야 캐릭터 크기보다 작은 샛길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 초반에 지나갔던 지역도 나중에 다시 돌아와 둘러보도록 했죠. 

이후 나온 메트로배니아 게임들은 높이 점프하는 기술이나 다른 생물로 변신하는 기술 등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죠. 이런 기술은 탐색뿐 아니라 전투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메트로배니아의 문법을 완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캐슬바니아: 밤의 교향곡>(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은 맵 곳곳에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요소를 배치해 탐색의 재미를 강조했는데요. 악마성의 비밀을 찾으면 성이 좌우로 뒤집히며 새로운 챕터가 진행되는 방식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탐색이 주요 콘텐츠인 만큼, 입문자 입장에선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진입 장벽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길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극찬받은 편의 시스템, '환영 기억'

지난 1월 출시된 유비소프트의 메트로배니아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은 나중에 돌아와야 하는 지점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맵 상에 마커로 남기는 '환영 기억' 시스템을 도입해 호평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앞으로 모든 메트로배니아가 참고해야 할 시스템’으로 평가하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메트로배니아는 좋은 기획력만 있다면 적은 리소스로도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기에 많은 인디게임 및 소규모 개발사가 뛰어드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당장 위에서 언급한 <데드셀>과 <할로우 나이트>도 인디게임으로 시작했죠. 


#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 '소울라이크'

<다크 소울>

소울라이크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 소울>로부터 파생된 장르입니다. ARPG로서 소울라이크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어려운 난이도와 상당히 절제된 캐릭터 모션입니다. 적을 처치하면 캐릭터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화(소울)를 얻는 대신, 죽을 경우 보유한 재화를 모두 떨어뜨려 직접 되찾아야 한다는 점도 있죠.

이같은 특징은 전작 <데몬즈 소울>에서도 두드러졌지만, <다크 소울>에 이르러서 일정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크포인트(화톳불), 체크포인트에 도달하면 제한된 수량이 회복되는 회복약(에스트병) 등 '소울라이크'의 문법이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다크 소울>의 전체 맵. 
유기적인 맵 구조가 위의 <메트로이드>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나요?
일부 유저들은 <다크 소울>을 '3D 메트로배니아'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소울라이크에선 (적에 의해 죽어서라도) 체크포인트에 도달하면 미리 정해진 위치에 적과 함정이 다시 나타납니다. 때로는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오히려 학습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낸다는 성장 체감을 가능하게 하죠. 이런 점에서 <할로우 나이트>는 메트로배니아임과 동시에 소울라이크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스팀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무기 조합 시스템을 도입한 <P의 거짓>, 주요 무기로 총기를 채택하고 맵이 무작위로 생성되도록 한 <렘넌트 2>, 삼국지를 주제로 한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등 <다크 소울>에 영감을 받은 많은 게임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다크 소울>과 같이 게임 내 세계관과 합치되는 멀티플레이 시스템이 많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 매운맛 하면 빠질 수 없는 이 바닥 원조, '로그라이크'

스팀에 출시된 <로그>. 원작은 흰색 아스키 아트로만 표현됐습니다.

'로그라이크'의 원류인 <로그>는 오늘 소개하는 게임 중 가장 오래된 게임입니다. 무려 1980년에 탄생했죠. <로그>는 아스키 부호로 출력된 그래픽을 바탕으로 던전을 탐색하는 게임입니다. 중요한 점은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이 없었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판단과 선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변수들 사이에서 플레이어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 이런 <로그>의 시스템은 이후 '절차적 생성'과 '영구적 죽음'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로그라이크의 원칙이죠. 로그라이크를 플레이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죽음을 반복하며 판단력을 길러 나가야 합니다.

<로그>에선 캐릭터를 강화하는 요소가 없이 순전히 플레이어의 기량으로 게임을 클리어해야 했습니다. 재밌는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도무지 클리어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겠죠. 그래서 <아이작의 번제>와 같이 <로그>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되 강화 요소를 집어넣어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한 게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로그라이크를 기반으로 캐릭터의 성장 체감을 극도로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예 '뱀서라이크'라는 개별 장르로 분파(?)되기까지 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가 대표적입니다. 일각에선 이런 게임들을 따로 구분해 '로그라이트'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스팀 공식 소개란에 '최소화한 게임 플레이와 로그라이트 요소를 도입한 생존게임'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로그>는 비디오게임의 태동기였던 1980년에 출시된 만큼, 후대에 만들어진 많은 게임에 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초창기 로그라이크<넷핵>은 <로그>와 TRPG <던전 앤 드래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C)RPG로, STR·DEX·INT 등 능력치 시스템과 주문서를 사용하는 아이템 강화 시스템을 대중화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내 게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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