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를 맞이해 여러 게임사가 시무식을 열었다. 그중 넥슨의 이정헌 대표이사,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의장,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신년사를 발표했다. 새해를 맞아 주요 게임사를 대표하는 네 사람의 신년사를 모아봤다. 주요 키워드는 '라이브'(넥슨), '업의 본질'(넷마블), '글로벌'(스마일게이트), <미르의 전설>(위메이드)로 뽑을 수 있다.
신년사에서 넥슨 이정헌 대표는 2019년 넥슨이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지만, <메이플스토리>와 <피파온라인4> 등 라이브 프로젝트들이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또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하락의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 12월 공개된 업데이트가 유저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있다고 썼다.
이 대표는 글에서 '라이브'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넥슨의 경쟁력은 10년 넘는 시간동안 온라인게임의 라이브서비스를 해왔으며, 라이브 게임 프로젝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쟁력으로, 2020년에는 라이브 서비스 역량에 더 많은 투자를 해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넥슨의 신규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단기적으로는 넥슨이 보유한 IP 게임들이 신작으로 나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세상에 없던 IP 신작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여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넥슨은 단기적으로 <바람의 나라 연>, <마비노기 모바일> 등 IP 게임을 중점적으로 출시할 계획으로 보인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Xbox의 크로스플레이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V4>와 <카운터사이드>는 '세상에 없던 IP 신작'이다. 넥슨은 2020년 '되는 게임'을 잘 선택해 집중적으로 '라이브'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정헌 대표는 세계적으로 게임 외에 시간을 쓸 수 있는 많은 대체재들이 생겨났기에 2020년은 전열을 탄탄히 정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그를 위해서 사내 '리스펙트'(RESPECT)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은 2일 경영진과 회사 리더들을 불러 시무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방 의장은 '업의 본질'과 '강한 넷마블'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한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아젠다다. 올해 신년사에서 방 의장은 "업의 본질인 게임사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강한 넷마블도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방 의장은 지난 몇 년 간 넷마블이 조직 문화 개선을 통해 건강한 회사로 정착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이어서 2020년에는 업(業)의 본질인 게임 사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어 강한 넷마블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주문했다. 이는 지난 12월 27일 넷마블이 1조 7400억 원을 투자해 대형 렌탈 업체 코웨이를 인수했지만, 회사의 본령이 게임이기 때문에 '근본'을 잃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넷마블은 코웨이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과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사업 외연을 확장시킬 계획이지만, 게임 분야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현재 <A3: 스틸 얼라이브>, <제 2의 나라>,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세븐나이츠 2> 등 다수의 신작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의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9년의 약진을 발판 삼아 2020년과 이후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의장은 "1등이라는 이유로 박수받고 존경받는 시대는 지났다"라며 매출 1등이 아니라 좋은 가치를 창출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더 중요한 시대라고 진단했다. 권 의장은 신년사에 "스마일게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썼다.
이어서 그는 "창사 이래 단순히 매출 1등 기업을 목표로 삼아오지 않았다"라며 "매출과 영업 이익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가 아니라 IP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사랑과 존경받는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스마일게이트는 단순히 게임 제작과 퍼블리싱을 넘어 전반적인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계획이 있음을 천명했다.
<로스트아크>, <크로스파이어>, <에픽세븐> 등 스마일게이트의 IP가 과소 평가 받지 않도록, 글로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CFS'를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 오픈한 <로스트아크>는 1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다. <로건>과 <포커스 온 유>도 스마일게이트의 VR 게임이다.
또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12월 26일, 서태건 전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원장을 WCG의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WCG는 World Cyber Game의 약어로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상표권을 보유한 글로벌 e스포츠 대회다. 권 의장의 신년사에는 2020년 회사의 자산을 잘 묶어내 스마일게이트를 '글로벌 IP 명문가'로 평가받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올해는 <미르의 전설>(이하 미르) 서비스를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신년사에 <미르>가 중국에서 명실상부한 No.1 게임이자 IP지만, 그 주인인 위메이드는 그러한 포지션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회사는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해 왔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장 대표는 회사의 역사를 소송전 등을 통해 <미르> IP의 주인과 그 권리를 따졌던 '시즌 1'과 위메이드 이름으로 IP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시즌 2'로 분류했다. 여태까지의 역사가 '시즌 1'이었다면, 향후 20년은 <미르>를 통해 위메이드가 성장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차이나조이에서 공개된 <미르 트릴로지>를 통해 새로운 성과와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장 대표는 회사가 신작 세 작품은 물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소설, 웹툰 등 미디어 믹스 사업과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통한 블록체인 게임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장현국 대표는 <미르> IP는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이해관계자들의 각종 다툼과 싸움이 있었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삼국지, 서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전(Classic)이 될 정도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생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별도의 시무식이나 신년사 발표를 하지 않았다. 24시간 자사 게임을 서비스해야 하는 체제에서 전 직원이 모이기 쉽지 않고, 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년사를 준비했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