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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왜 '게임사업법'을 걱정하나?

'법률의 제명', '선언적 조항', '대통령령 위임' 등 크게 3가지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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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20-02-19 19:00:55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18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개정안에 대해 문체부는 초안 개념으로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완성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게임산업법은 2006년 신설 이후 처음으로 '전부개정' 되는 큰 변화다.

하지만, 업계는 마냥 환영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토론회가 시작하기 전에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문체부에 전달했다. 지스타로 친숙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넥슨코리아,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70곳이 넘는 게임사가 가입한 협회다. 주요 한국 게임사가 모여있는 협회가 문체부의 게임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들은 크게 ▲ 법률의 제명 ▲ 선언적 조항 ▲ 대통령령 위임 등 크게 3가지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협회의 지적이 기우에 그칠지 아니면 이유 있는 지적인지 살펴봤다.  



# 게임'사업'법은 규제를 위한 법?

먼저,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사업법', 법률의 제명 자체를 반대했다. "사업법은 철도・항공・항만 등 공공 부문, 또는 허가 사업을 대상으로 규제사항을 다룬다"라며, 민간이 주체가 되는 사업을 사업법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또한, 문체부 소관의 법률 중 사업법이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협회는 게임사업법이 게임 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법 개정안 용역 연구 총괄을 맡은 순천향대 김상태 교수는 “게임 이용자 보호 및 의무 규정 등 기존에 없던 규제가 반영되고, 기존 법에 있던 규제가 사라진 게 아니다 보니 업계 입장에서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업법으로 이름이 변했다고 규제법은 아니라며 "업계가 진흥법이라는 명칭을 원한다면 문체부 의견에 따라 진흥법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법제명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김상태 교수의 해명에도 논란은 대토론회에서도 계속됐다.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의 정정원 연구원은 '게임사업'은 게임 산업과 관련된 경제활동이므로, 게임산업이 게임사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개정안의 목적은 게임사업 외에도 게임이용자 보호 및 올바른 게임 이용 환경 조성이라며, 법률 목적이 잘 드러나는 제명 변경을 권하기도 했다.

 

▲ 게임산업법 개정안 용역 연구 총괄을 맡은 순천향대 김상태 교수


# 선언적 조항 · 대통령령 위임 조항 다수 포함 ... 새로운 게임 규제 단초될까?

게임사업법의 많은 선언적 조항 역시 지적받았다. 

협회는 "(많은 선언적 조항이) 향후 신규 규제 도입의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게임사업자의 의무와 관련된 내용 중 제4조(게임사업자의 책무), 제34조(사행성 확인), 제63조(결격사유), 제68조(게임사업자의 준수사항), 제75조(게임과몰입 예방조치) 등이 선언적 조항으로 구성했다. 

특별한 제제가 정해지지 않은 선언적 조항은 현실적으로 명확한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게임사업법이 입법된 이후, 일부개정을 통해 제제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조항 해석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협회는 이 같은 점을 우려한 것이다.

또한, 협회는 게임사업법 다수 조항에 대통령령 위임이 포함된 것 역시 불안 요소라고 설명했다. 게임사업법은 9장 96조로 구성됐다. 이 중 86개 조항이 대통령령을 따른다. 

대통령령은 크게 긴급조치와 시행령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대통령령은 시행령이다. 이 시행령이 공포되기 위해서는 일주일마다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심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시 말해, 대통령령은 빠르게 사회 변화를 담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오히려 모든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자 한다면, 법안 수정 등을 위해서는 발의부터 몇 개월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맹점 역시 존재한다.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으로 구성된 장관진이 게임 규제 또는 관리에 뜻을 모은다면, 어렵지 않게 규제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정권마다 변할 수 있는 제도에 발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개정안 초안 논란: '정부 불신'이 본질적인 문제

 

법률의 제명이 '게임사업법'으로 바뀌는 것부터, 선언적 조항과 대통령령 위임 모두 정부 입김에 따라 법률이 규제의 탈이나 진흥의 탈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우려는 개정안 초안 자체보다 정부마다 변하는 게임 산업 정책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한국 게임업계는 정부의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특정 정부 부처가 힘을 얻고, 게임 산업 방향이 변하게 되는 상황을 숱하게 겪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Gaming Disoder)'를 국제질병코드를 포함하며, 각 정부 부처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콘텐츠 사업을 위해 게임 진흥을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소년 정신 건강을 위해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역시 "정권이 바뀐 뒤 선언적 조항으로 된 법률이 상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라며, 게임사업법의 불확실함 대해 지적했다. 또한, 게임산업법 개정 자체는 환영하지만,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먼저 진행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협회는 중장기 계획을 통해, "게임 업계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정안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게임산업법 개정을 위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가 업계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 기울일지, 그리고 어떤 개정안을 가지고 나올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 정부 관계자가 업계 의견을 더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