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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진흥계획①] 법으로 확률형 아이템 막는다고? 정말로?

현재 규제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사행성 잡기엔 부족 ... 올 하반기 공개될 법안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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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20-05-08 19:35:13

정부가 확률형아이템에 본격적으로 규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7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안에는 업계뿐만 아니라 이용자(유저)를 위한 정책도 포함됐다. 특히, 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소식이 담겼다. 바로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다. 

 

이번 계획안은 단순 '계획'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국정 운영에 앞서, 국정 실무진에게 소개하는 단계에 가깝다. 문체부가 그리는 게임 산업의 큰그림인 셈이다. 또 이번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에는 올해 초 발표한 '게임사업법 원안'과 관련 있는 내용이 다수 확인되어, 게임법 규제에 대한 문체부 의지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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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 강화 · 뽑기는 물론 핵 · 대리게임까지 막는다

정부는 '게임이용자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아래 ▲ 이용자 권리 보장 ▲ 게임 사업자와 이용자 간 분쟁 조정 ▲ 불법 프로그램 및 대리 행위 관리 강화 등 이용자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나친 선정성 등 올바른 게임 이용을 해치는 게임광고도 법적으로 제한한다. 이용자(유저)가 지속해서 지적했던 부분이 크게 반영된 셈이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핵이 드디어 법적 규제 대상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용자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안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다.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에 '상자형 아이템'만이 아닌 '강화형 아이템'도 포함했다.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던 강화형 아이템도 확률 공개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또, 게임 아이템 중 종류 · 효과 ·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로 결정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정의한 것으로 보아, 확률이 있는 대부분의 아이템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게임사는 이용자가 유료로 구매하는 아이템만 공개하면 된다.

제도 자체는 이른 시일 내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내에 '전자상거래 상품 관련 고시'를 개정하여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문체부 역시 연내 게임산업법 개정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의를 법적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표시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 정부, 자율규제는 "의미 없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율규제'가 유일하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용이하게 구매화면 등에 안내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자율규제에 대해 실효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자율 규제의 한계는 크게 2가지가 꼽힌다. 자율규제를 미이행하더라도 강제 수단이나 제재할 방법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해외 업체는 상대적으로 자율 규제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업체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91%에 달하지만, 해외업체는 49%에 그쳤다.

 

준수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 관계자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자율규제 자체에 대한 실효성도 지적했다. 해당 규제는 기구가 제시한 사항만 정확히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규제를 12회나 따르지 않은 <브롤스타즈>는 아이템 종류별 확률을 표기했지만, 아이템 각각의 확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준수 게임으로 뽑혔다. 

 

자율규제의 목적은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이다. 단순히 개별 아이템에 관한 확률 표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준수 게임으로 꼽히는 것은 목적과 수단을 헷갈린 처사에 가깝다.

 

▲ <브롤스타즈> 메가 상자 확률 정보. 등급 별 브롤러에 관한 확률은 공개했다. 
하지만, 각 브롤러 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준수 게임이다. 예를 들어, '리사: ~%' 등으로 표기해야 된다는 것이다

 

 

# 뽑기 자체에 대한 실효성은 "글쎄" ... 법적 규제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

 

정부가 직접 확률형 아이템을 정의 및 규제 계획을 내놨지만, 규제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여전히 있다.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해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 과다 결제 유발 가능성으로 사행성 우려 ▲ 복권 당첨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은 확률 ▲ 공표 확률의 진실성 등으로 크게 3가지다. 하지만 단순히 확률 공개를 법제화하는 것으로 사행성을 낮추고 게임 업계가 알아서 아이템 확률을 올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특히, 이미 국내업체는 자율규제 기준으로도 대부분 준수하고 있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에 관한 규제로 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 확률 공개만으로 아이템 확률을 낮출까? 그럴 리 없다

일부 국가는 확률형 아이템에 관해 '사행성'을 이유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확률형 아이템의 강한 사행성을 우려해, 미성년자 판매 금지를 권고했다. 네덜란드는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은 가상세계의 슬롯머신이다"라며 금전 거래가 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판매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를 펼치고 있다. 나아가 최근 북미와 유럽은 등급 분류 단계부터 확률형 아이템 존재 여부를 표기하기로 했다.

다만 공정위와 문체부가 단순 확률 표기에 그치지 않는다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을 제대로 잡는 규제안이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아이템이 '10% 확률로 나온다'고 표기하기보다는, '10번에 한 번 나온다'는 방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이는 일부 게임 장르에서 쓰이는 시스템과 비슷하기도 하며, 이미 중국에서 시행 중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올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