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몸무게의 주인공은 시뮬레이션 장르의 원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최신작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이하 <플심 2020>)이다. 전체 용량, 필요한 DVD 개수가 모두 역대 최대다.
2004년 MMORPG <에버퀘스트 2>가 10장의 디스크로 나왔지만, CD였다. DVD로 2장 분량이다. 2015년 <GTA 5> PC판도 DVD를 많이 썼지만 고작(?) 7장이었다. <플심 2020>은 ‘가장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이라는 평가와 함께 ‘가장 설치 디스크가 제일 많이 든 게임’으로 게임 역사에 남을 듯하다.
설치 DVD가 10장이나 들어간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시리즈가 자랑하는 현실 고증 때문이다. <플심 2020>은 전세계 모든 공항을 구현하고 도시와 지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지형 정보만 2PB에 달한다. 이를 담기 위해선 흔히 쓰는 4TB 외장 HDD 500개가 필요하다. DVD 10장에 담기기는 커녕, 고사양 PC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용량이다. 그렇다 보니 중간중간 플레이에 필요한 지형을 서버에서 스트리밍 받는 형태다.
두 번째 이유는 유럽의 열악한 인터넷 속도 때문이다. 이런 환경 탓에 DVD를 이용하게 됐다. 각국 인터넷 속도를 조사하는 패스트매트릭스(fastmetrics)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평균 인터넷 속도가 10Mbps도 못 넘기고,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17Mbps 정도다.
“패키지판은 느린 인터넷 환경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다운로드 필요 없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설치할 수 있게 해주죠.”
에어로소프트 커뮤니티 매니저 마티아스 콕(Mathijs Kok)이 자사 포럼을 통해 밝힌 패키지판 제작 이유다. 에어로소프트는 <플심 2020>의 유럽 공식 유통을 맡았다. 그는 포럼을 통해 패키지판 구성을 공개하고 Q&A를 진행했다.
그에 따르면 필수 설치 용량은 90GB 정도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DVD+R DL은 한 장당 8.5GB를 담을 수 있다. DVD 10장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을 생각하면 계산이 맞다.
하지만 <플심 2020>의 공식 요구 사양은 150GB다. 앞서 말한 DVD 10장으로는 다 담을 수 없다. 대신 나머지 60GB는 필요에 따라 다운로드하면 된다. 마티아스 콕은 이렇게 알렸다.
“패키지판은 <플심 2020>에 필수적인 구성만 담고 있습니다. 기본 구성 외의 콘텐츠는 추가로 다운로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치과정을 제외하면 디지털판과 100% 동일합니다”
<플심 2020>은 8월 18일 출시된다. 시리즈 전작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 출시 이후 14년 만의 후속작이다. 가이드북이 생각나는 프리미엄 디럭스 에디션의 유럽 패키지 가격은 129.99 유로, 스탠다드 에디션은 69.99 유로다. 유럽 외 지역에서 <플심 2020> 패키지를 판매할지 아직 알려진 정보가 없다. 14년 만의 신작인 만큼 패키지판 수요는 유럽 외 지역에서도 높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