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게임의 귀환을 선언하며 <애니팡 4>가 출시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지표는 기묘하다. 오래된 IP,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쟁작 등 여러 암초에도 불구하고 인기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 반면, 매출 순위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부분 유료화' 게임이 이토록 낮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선데이토즈의 야심작, <애니팡 4>에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의 말처럼 정말 <애니팡 시리즈>의 신화는 끝난 것일까.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애니팡 4>는 지난달 출시 후 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달 3일, 본격적으로 순위권에 진입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양대 스토어 무료 게임 인기 순위 10위권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 또한, <애니팡 4>가 플레이스토어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인기 순위는 '3위'다. 그만큼 많은 유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높은 인기에 비해 매출 순위는 저조하다. 오늘(21일) 기준, <애니팡 4>의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는 83위, 앱스토어 매출 순위는 72위에 불과하다. 이는 전작 <애니팡 3>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가 67위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성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게임에 존재하는 '인앱광고'다. 인앱광고는 Daily Active User(일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노출 수익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주로 광고를 클릭해 영상을 시청하거나 특정 앱을 설치하면 아이템을 지급하는 구조를 띤다. 이에 따라,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를 타깃으로 한 캐주얼 장르에 어울리는 수익 모델로 꼽힌다.
하지만 인앱광고는 왠지 모르게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낯선 분야다.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름잡는 장르가 '캐주얼 게임'이 아닌 'MMORPG'이기 때문이다. MMORPG는 게임 내 체류 시간을 늘려 유저가 다른 게임으로 이탈하지 않게 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는다. 때문에 인앱광고는 MMORPG에 수익 이상의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자칫 유저가 다른 게임으로 이탈할 위험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캐주얼 게임은 인앱광고를 넣는다 해도 유저가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 한 게임이 짧게 진행되는 데다가 스테이지 형태로 구성된 만큼, RPG처럼 흐름을 이어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는 이러한 인앱광고 전략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출시 초 유료로 판매된 <앵그리버드>는 해킹과 불법 복제 이슈에 시달리며 무료화를 선언, 인앱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후 <앵그리버드>는 2011년 한 해 동안 매달 100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많은 캐주얼 게임이 인앱광고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구글 애드몹(AdMob)이나 유니티 애즈(Unity ADS) 등 인게임 광고를 다루는 업체도 등장했다. 캐주얼 게임의 특성을 활용,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개발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애니팡 4> 역시 '보상형 동영상'을 통해 인앱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팡 4>가 다소 낮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까닭은, 각 스토어가 앱에서 직접 판매한 매출만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니팡 4>가 인앱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이 매출 순위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당장 <애니팡 4> 매출 순위가 다소 낮다 하더라도 섣불리 '부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캐주얼 퍼즐 게임의 구조적 특징이다. 많은 퍼즐 게임들은 쉬운 난이도를 통해 유저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준 뒤, 일정 구간부터 난이도를 끌어올려 과금을 유도한다.
또한, 유저들이 난이도 높은 스테이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게임 초반 인게임 재화를 무료로 풀기도 한다. <애니팡 4> 역시 출시 초기 핵심 재화 '하트'를 무제한으로 뿌린 바 있다. 이처럼 캐주얼 퍼즐 게임은 유저들의 게임 진행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해야만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띤다.
실제로 그간 <애니팡 시리즈>는 최고 매출 순위를 기록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2016년 9월 출시된 <애니팡 3>는 최고 매출 순위인 11위를 기록하기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애니팡 2> 역시 2014년 출시 후 최고 매출 순위 13위에 오르기까지 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애니팡 4> 매출 순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출시 초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96위에 불과했던 <애니팡 4>는 8일 176위, 13일 123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일 8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앱스토어 역시 부침이 있긴 했지만, 상승 곡선을 그리며 탑 100 진입에 성공했다.
높은 인기 순위에 비해 저조한 매출 순위. <애니팡 4>의 겉모습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 <애니팡 4>는 인앱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출 순위에 집계되지 않는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 달째 인기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많은 유저를 끌어들이고 있는 <애니팡 4>의 특성상, 인앱광고의 효율성은 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애니팡 4>의 정확한 매출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애니팡 4>가 오랜 시간 양대 마켓의 인기 순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꾸준히 인앱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데이토즈는 이미 자사가 개발한 다른 캐주얼 게임에서 이와 같은 인앱광고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하이 애니팡>은 '보상형 동영상'을, <스누피 틀린그림찾기>는 '설치형 보상광고'를 통해 인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재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광고 플랫폼 모펍(MoPub)에 따르면, 선데이토즈의 수익은 인앱광고를 추가한 뒤 최대 95%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과도한 과금 유도 대신, 꾸준히 유저를 확보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앱광고가 캐주얼 퍼즐 게임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