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서비스를 맡고 있는 더나인이 블리자드와의 연장계약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 외신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2005년부터 중국에서 <WoW>를 서비스해오던 더나인과의 계약을 끝내고 새로운 파트너로 넷이즈를 선택했다.
넷이즈는 지난해 8월 <스타크래프트2>와 배틀넷에 대한 서비스 권한을 확보한 데 이어 <WoW>의 판권까지 가져오면서 완벽하게 블리자드의 중국 파트너가 됐다.
이번 재계약 실패와 관련해 더나인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중국 뉴스사이트인 JLM Pacific Epoch에 따르면 더나인의 ‘Xiaowei Chen’ CEO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WoW>의 중국 라이선스를 잃었다. 최근 경쟁사에서 <WoW>의 서비스 이전을 요구해왔다”고 편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더나인의 주가는 하루에 25% 가까이 주저앉았다. 더나인의 수익 중 90%가 <WoW>에서 발생할 정도로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WoW> 판권 확보를 위해 넷이즈는 2,900만 달러(약 38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현재 넷이즈는 <WoW> 서비스를 위해 대규모로 게임 서버를 구매하는 등 사전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블리자드와 더나인의 <WoW> 서비스 계약이 6월 8일에 종료되는 것을 대비한 움직임이다.
<WoW> 재계약 실패가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더나인은 곤경에 빠졌다. 중국 시장에서는 부도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더나인의 <WoW> 재계약 실패를 어느 정도 예견했다는 눈치다. 게임 재계약의 경우 3개월을 정도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재계약 만료가 6월임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더나인과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 관계자에 따르면 더나인은 지난해 지분 15%를 EA에 매각하면서 블리자드와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또 넷이즈가 5:5라는 파격적인 수익분배 조건을 블리자드에 제안한 것도 <WoW> 판권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더나인은 지난 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WoW> 재계약에 대한 내용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제 2의 한빛소프트 사태 재현되나?
블리자드의 이번 <WoW> 서비스 회사 변경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워크래프트3> 사태와 유사하다.
지난 2003년에 <워크래프트3: 프로즌쓰론>의 출시를 앞두고 있던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등을 유통했던 한빛소프트를 버리고 새로운 유통사인 손오공을 선택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 2004년에 <WoW>의 국내 서비스를 앞둔 상황에서는 기존의 파트너였던 한빛소프트와 손오공을 선택하지 않고 직접 서비스하는 직배방식을 선택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블리자드 코리아는 “우리가 만든 게임을 가장 잘 서비스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으려고 했을 뿐이다. <WoW>의 경우 우리가 직접 서비스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블리자드 패키지 게임의 판권 연장 계약에 잇달아 실패한 한빛소프트는 블리자드에서 나온 빌 로퍼와 손잡고 <헬게이트: 런던>을 국내에 서비스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하면서 회사를 매각하게 됐다.
손오공의 경우에는 일종의 틈새 시장을 노려 블리자드 코리아로부터 <WoW>의 국내 PC방 총판권을 따내면서 어느 정도의 회사 수익기반을 마련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