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한국이 세계 3대 게임강국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가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
"그런데 왜 게임산업개발원 예산은 작년보다 줄어든 건가요? 2006년이 게임업체들에게는 중요한 해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예산을 오히려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게임업체 CEO)
24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과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 등 14명의 게임업계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다.
정동채 장관은 이날 한빛소프트 대회의실에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2010년에는 한국이 세계 3대 게임강국에 집입하도록 당면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겠다며 2006년을 그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임업체 CEO들은 좀더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이니엄 최요철 대표는 “게임업체들이 올해 해야될 일이 많은 데 정부의 지원은 뒷걸음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예산을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박양우 문화산업국장은 “전반적으로 예산이 삭감됐지만 그나마 게임쪽 예산이 가장 적게 줄었다. 또 기술지원과 관련된 예산이 컨텐츠진흥원 쪽으로 잡혔고 그쪽 예산이 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게임쪽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게임업체 대표들은 정 장관에게 해외인력 수급, 중국과의 분쟁,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고 간 대화를 정리한 내용.
정책간담회에 앞서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플레이하고 있는 정동채 장관.
개발원 예산 오히려 줄인 이유 뭔가?
이니엄 최요철 대표: 개발원 예산이 작년보다 줄었다. 올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오히려 예산이 줄어들게 된 것이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게임관련 예산을 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문화부의 게임담당 인원이 자주 바뀐다.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문화부 게임담당 인원이 오래 있으면서 전문성 있게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 게임관련 예산이 늘어야 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
문화관광부 박양우 국장: 게임산업개발원 예산이 줄어든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삭감된 폭이 적다. 또 컨텐츠진흥원에서 게임분야 예산이 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빛소프트 김영만 대표: 문화산업동향보고서에 게임이 독립산업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게임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별도의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 게임업체들에 대한 사기진작 차원에서 대한민국게임대상을 대통령상으로 격상시켜주기를 바란다.
정동채 장관: 게임을 별도의 독립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대한민국게임대상도 대통령상으로 격상시키도록 건의하겠다.
중국 무역장벽 해소해달라
엔씨소프트 김화선 부사장: 2010년까지 국내 게임산업의 매출을 10조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을 문화관광부에서 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만 10조원의 매출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빨리 바꿔야 할 것 같다.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가 50만명이다. 전체 국민 100명중 한명은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게임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산업을 음지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국내업체가 중국에 게임을 수출할 경우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이 많다. 이 같은 것은 정부차원에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동채 장관: 지난해 게임 내수시장 규모가 4조원이다. 2010년에 10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인식전환에 대해선 깊이 공감한다. 점심 때 프로게이머들을 만났는데 프로게이머를 마치 게임중독자처럼 쳐다보는 시각이 많아서 힘들다고 한다. 올해 문화부와 게임산업협회가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보완해나갈 부분이다. 특히 게임중독과 관련된 보도를 할 때 프로게이머들이 관련화면으로 등장하는 것은 방송위원회에 요청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수입 허가제 등의 무역장벽과 관련해선 외교통상부와 긴밀하게 협의중이다.
엠게임 박영수 대표: 게임회사가 사회환원 사업을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자기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서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런 부분은 게임산업협회나 문화부 차원에서 진행됐으면 좋겠다.
써니YNK 최정훈 이사: 올해가 게임업체들에게는 해외진출의 중요한 해다. 하지만 중국과의 보이지 않는 무역전쟁이 게임업체들의 중국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좀더 상세한 대응책이 필요할 것 같다.
국정원에서 해외게임정보 수집중
정동채 장관: 국가정보원에서 게임시장에 관한 정보를 이미 수집중이다. 해외게임 산업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개발원을 통해 이 정보를 게임업체들에게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 중국과의 무역마찰과 관련해선 반한류/혐한류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CJ인터넷 정영종 대표: CJ인터넷은 게임 개발보다 유통에 힘을 쏟고 있는 회사다. 특히 해외사업에 힘쓰고 있다. 요즘 해외진출을 노리는 게임업체들이 많다. 하지만 오랜기간 동안 투자해가면서 해외에 진출해 버틸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게임이 겉으로는 산업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하다.
위메이드 박상렬 부사장: 국내 게임업체에는 아직까지 중국이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데 한번 법적 분쟁이 불거지면 좀처럼 해결하기가 어렵다. 2003년 10월에 중국업체와 소송이 붙었는데 아직까지 1심 결과가 안 나왔다. 물론 정부가 직접 나설 사안은 아니지만 해외업체와의 법적 분쟁에 대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원칙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정동채 장관: 해외업체와의 소송과 관련해선 외교통상부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도록 하겠다.
블리자드코리아 한정원 대표: 프로게이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갈 때마다 블리자드에 대한 인식도 더불어 안 좋아지고 있다. 아마도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NHN 최휘영 대표: 국내 게임업체들은 게임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 문화관광부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신속하게 해결되지만 해외수출이나 법적 문제 등 다른 정부부처와 연관된 문제는 더디게 처리되는 것이 사실이다.
박양우 국장: 중국이 문제인 것 같다. 중국정부와 MOU를 맺어 불법복제, 각종 소송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할 예정이다. 좀더 지켜봐달라.
프리서버가 온라인게임 시장 망칠지도
네오위즈 박진환 대표: 최근 모 신문에서 대학에 있는 게임 관련 학생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게임회사를 물었는데 블리자드가 1위, EA가 2위였다. 한국이 온라인게임 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여기에 게임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더더욱 한국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아직까지도 국내 업체보다는 해외 업체를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웹젠 김원선 전무: 게임회사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기회가 된다면 게임업체와 공동으로 게임의 순기능을 홍보하는 사업을 전개해도 좋을 것 같다. 또 한가지 바라는 점은 해외인력 채용에서의 애로다. 해외인력을 채용할 때 입국허가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외국인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넥슨 민용재 이사: 드라마와 가요가 해외 한류 주역이지만 20~30대에 국한된다. 10대들 사이에서 한류를 불어일으키는 컨텐츠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 과거 불법복제가 패키지게임 사업을 후퇴시켰다. 지금은 온라인게임으로 시장이 바뀌면서 불법복제에서 자유로워지긴 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도 불법복제가 또 다시 골치덩이가 될 것 같다. 온라인게임의 불법복제는 프리서버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라그나로크>가 프리서버로 제공된 적이 있다. 심지어 고객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운영되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프리서버 문제를 방치하면 패키지게임의 몰락과 같은 현상이 또 올 것이다.
정동채 장관: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길 잘했다.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신속하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