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가 우리 게임 출시를 막기 위해 비밀리에 개발사를 와해시켰다."
아직 한 쪽의 '주장'일 뿐이다. 게임사 ‘라그나로크 게임즈’가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로 판결난다면 어마어마한 사건이고, 베데스다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베데스다를 인수한 MS도 골치 아플 수 있다.
10일 2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와 모기업 제니맥스가 고소당했다고 보도했다. 원고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두 기업이 자사 RPG <룬2>를 개발하던 ‘휴먼 헤드 스튜디오’와 공모, 게임 출시를 의도적으로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휴먼 헤드 스튜디오를 먼저 고소했다. 고소 내용에 따르면 휴먼 헤드는 <룬2> 출시가 가까워지던 시점에 갑자기 게임 개발을 중단했다. 심지어 게임의 소스코드도 넘겨주지 않아,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프로젝트를 다른 개발사에 대신 맡길 수도 없었다.
최근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휴먼 헤드를 상대로 진행하던 소송을 확대, 베데스다와 제니맥스를 피고로 포함시켰다. 두 기업이 이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는 것이 라그나로크 게임즈의 주장이다.
2019년 11월 <룬2> 출시일 직전에 휴먼 헤드는 돌연 폐업했다. 그 후 직원들은 모두 베데스다 산하 신생 자회사 ‘라운드하우스 스튜디오’에 ‘재집결’했다.
휴먼 헤드 측은 자사 폐업과 베데스다 편입이 서로 별개의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라그나로크 게임즈의 판단은 다르다. 베데스다와 휴먼 헤드가 '공모'해 <룬2> 출시를 방해한 뒤, 휴먼 헤드측 인력을 고스란히 흡수한 것으로 본다. 고소장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됐다.
라그나로크 게임즈가 제출한 고소장 중
휴먼 헤드 스튜디오는 계약상 비밀유지조항 및 신의성실 의무를 명백히 위반, 베데스다와 제니맥스에게 출시 전 대외비 버전의 <룬2>를 플레이할 수 있는 ‘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베데스다와 제니맥스는 <룬2>가 자사 흥행 프랜차이즈 <스카이림>, <엘더스크롤>에 얼마나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인지 직접 확인했다. 원고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이러한 배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룬2> 출시 2주 전, 제니맥스는 비밀리에 신규 자회사 ‘유한책임회사 라운드하우스 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이 회사 명의로 휴먼 헤드의 모든 장비를 구매하고 임대차 계약을 양수했다.
이때 매입한 장비에는 라그나로크 게임즈의 기업 비밀이 저장돼 있었으며, <룬2>, <오블리비언 송> 등 게임에 쓰인 소스코드 및 자료가 포함됐다. 동시기에 제니맥스는 사실상의 합병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휴먼 헤드에서 퇴사한 직원을 모두 고용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제니맥스는 11월 4일부터 휴먼 헤드 스튜디오 직원들에 통제력을 행사, <룬2>와 <오블리비언 송> 개발 중단을 직접 명령했다. 뿐만 아니라 <룬2>의 프로젝트 리더 크리스토퍼 라인하트를 <룬2> 출시 당일 텍사스로 출장 보냈고, 휴먼 헤드의 폐업 발표문 역시 대리 작성했다.
그렇다면 <룬2>는 어떤 게임일까?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게임 매체 ‘비디오게이머’의 <룬2> 프리 알파 버전 리뷰를 인용했다. 이 게임이 ‘스테로이드 맞은 스카이림’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스카이림>에 준하는 게임성을 지녔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카이림>은 계속해서 베데스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데스다가 <룬2>에 큰 위협을 느꼈다는 주장이다.
소송에서 라그나로크 게임즈는 ‘최소 1억 달러(약 1,134억 원)’의 전보배상권(compensatory damage)을 주장했다. 전보배상권이란 채무자의 변제능력이 사라졌을 경우, ‘본래 채무가 이행됐다면 얻었을 이익’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권리다. 이 경우 휴먼 헤드가 폐업해 사라졌기 때문에 주장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게임 개발비, 변호사 선임비, 기타 피해 등에 대한 배상금도 요구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은 <룬2>는 라그나로크 게임즈가 신설한 ‘스튜디오 369’에서 개발을 이어받았다. 11월 13일 스팀에서 출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