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포괄임금제 금지법 공동발의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포괄임금제는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고, 시간 외 수당을 함께 산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버스 기사 등 정량적인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마련됐지만, IT 업계에서는 '공짜노동'을 제공하는 주범으로 지적되어왔다. 연장, 야간, 휴일 노동에 대한 수당을 월급에 전부 포함하기 때문. 현재 국내 10인 이상 사업장 절반이 채택 중이며, 근로기준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류 의원의 법안은 포괄임금제 금지를 명문화한 것으로 위반 시 형사처벌 규정을 두었다.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사용자에게 노동시간 기록의 의무를 부여했다. 임금명세서 교부 역시 의무화했다.
현장에 참석한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아직도 게임 업계의 다른 회사에서는 포괄임금제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동료가 많다"고 발언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IT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은 프로젝트별, 부서별로 다르게 적용된다"며 "노조를 만들기 전까지는 이런 부당함을 증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은 후보 때부터 포괄임금제 금지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어 류 의원은 지난 8월 포괄임금제 폐지와 관련한 정책간담회를 열며 입법활동을 예고했다. 그리고 5일, 같은 국회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법안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 류 의원은 같은 당 의원은 물론 타 당 의원에게도 해당 법안의 취지를 설명해 지지를 받을 계획이다.
"월급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초과근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호정 의원은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는 데 쓰이기보다는 기본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작동 중"이라며 지난 국회에서도 같은 취지로 포괄임금제 금지 법안이 발의된 적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군도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제58조)를 통해 연장근로 문제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포괄임금제는 IT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원래 제도는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활용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법정수당의 지급과 법정 근로시간의 준수를 피하려고 악용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포괄임금제로 받는 월급이 100만 원이라면, 하루 10시간, 12시간을, 주 5일이나 6일을 일해도 월급이 고정되기 때문에 사업자는 연장노동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탈법적 임금제도인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3N(넥슨, NC, 넷마블)을 비롯한 대형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했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 제도를 아직도 사용 중이어서 논란으로 남아있다. 정부는 2017년 10월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초안을 만들었지만, 실태조사를 포함한 최종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같은 기자회견에서는 금속노조 주얼리분회와 사무금융노조 비정규센터에서 주얼리 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들이 포괄임금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