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야심차게 시작했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구글 스태디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회사는 내부 자체 게임 개발 스튜디오 'SG&E'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즉, 자체 게임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것.
필 해리슨 구글 스태디아 부사장 겸 GM은 한국시간으로 2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는 "AAA급 게임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막대한 비용이 투자돼야 하며, 스태디아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SG&E의 핵심 인력으로 꼽히던 제이드 레이몬드도 퇴사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자체 개발 스튜디오가 폐쇄되면서, 스태디아는 타사 게임의 퍼블리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실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첫 시작 끊으며 주목 받기 성공... 제이드 레이몬드 영입하며 콘텐츠 강화도 내세워
스태디아는 2019년 GDC 구글 세션에서 처음 공개됐다. '모두를 위한 게임 플랫폼'이라는 슬로건으로 오직 구글 크롬만 있으면 디바이스와 상관없이 고화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기에 따라 최대 4K 해상도, 60fps, HDR,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한다.
2019년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하던 해이기도 하다. 구글 스태디아의 공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X클라우드,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등이 시장에 하나둘씩 뛰어들었다.
특히, 구글은 단순 서비스만 하는 것이 아닌 자체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쌔씬 크리드>와 <어쌔씬 크리드 2> 프로듀서로 알려진 제이드 레이몬드를 게임 스튜디오 대표로 임명하는 등 콘텐츠도 신경 썼다.
E3 2019가 열리기 전까지, 구글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회사가 보유한 각종 인프라, 기술력이 스태디아에 적지 않은 시너지를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회사는 같은 해 11월 론칭한다고 밝혔다. 북미 및 유럽 14개국에서 서비스되며 기본 버전 무료, 고급 버전은 한 달에 9.99달러다.
# 구글 스마트폰만 지원, 극심한 입력 지연... 콘텐츠 부실. 시작은 좋았지만 아쉬운 결말
그러나, 전망과 다르게 구글은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해 2019년 7월, 구글은 FAQ로 스태디아가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의 최신형 '픽셀3', '픽셀3a'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M(마시멜로), iOS11 이상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도 게임을 구매하고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안드로이드, iOS에서는 단순 관리만 가능할 뿐, 스태디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선 출시국가 14곳 중 현저히 낮은 점유율을 가진 픽셀폰만 스태디아를 제공한다는 얘기에 많은 이들은 의아해했다. 혹자는 자사 플랫폼만 강요하는 모습에 '제2의 구글 플러스'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게다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게임의 제공을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기본적으로 스태디아 플랫폼에 입점하는 게임사의 게임을 구매해야 해당 게임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유저는 스태디아를 이용하기 위한 비용을 구글에 내야 한다(베이스 버전의 경우 기본 비용 제외).
타이틀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부분 타 플랫폼에서 수개월 전 출시된 게임이었으며, 일부 독점이 있기는 했지만 타사 AAA급 혹은 그에 준하는 퀄리티는 아니었다. 작년 초, 120개 이상 게임 출시를 밝히며 10개 이상이 독점으로 출시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기간독점일 뿐이다.
일부 부실하다는 지적 속에 2019년 11월 스태디아가 드디어 북미, 유럽 14개국에 론칭했다. 론칭 전 우려와 지적을 반전시킬까 하는 기대를 일부 갖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스태디아는 반전을 맞이하지 못했다.
론칭 당시, 스태디아는 극심한 입력 지연 현상과 부족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당연히 혹평 일색이었다. 서비스를 위한 모든 카테고리에서 부실함을 드러내며, 불안 요소를 안은 채 무리하게 론칭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약 3개월 뒤인 2020년 2월, 구글은 결국 일정 기간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불안정한 서비스 환경, 그리고 부족한 콘텐츠 등 무리한 상용화에 대한 단계적 조치의 시작으로 보였다. 코로나19 여파를 위해 프로 버전을 2개월 무료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스태디아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쟁사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구독자수 확보, 그리고 차세대기 출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얻는 동안 스태디아는 넋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 콘텐츠부터 서비스까지 경쟁력 부진... 대안인 타사 게임 퍼블리싱도 미지수
필 해리슨 구글 스태디아 부사장 겸 GM은 포스트에서 '파트너와 게임 커뮤니티에 최고의 클라우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라고 스태디아의 비전에 대해 밝혔다. SG&E가 폐쇄되지만 스태디아와 기본 플랫폼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서비스 실패로 결론 난 스태디아가 구독자를 확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앞서 얘기했듯 스태디아는 자체 개발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대신 타사 게임의 퍼블리싱에 주력한다.
완벽한 검증과 확신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게다가 타사에 서비스된 게임을 무리하면서까지 스태디아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현재 북미, 유럽에서만 서비스 중인 스태디아가 X클라우드, 지포스 나우가 이미 서비스 중인 타 국가에서 점유율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