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이 중국에 갈 날이 온 것일까?
KBS가 CCTV(중국중앙방송국)와 2월 22일 제휴했다. 이 포괄적인 제휴에는 방송 프로그램 콘텐츠 협력도 포함된다. 2016년 한한령(限韓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문화 콘텐츠 교류 재개다.
한한령이 풀리는 신호탄일까?
여기서 핵심은 CCTV다. 이 곳은 중국 국가 기간방송사다. 판호 관련 기사에도 자주 나온 중국국가광전총국 직속기관이다. 이런 곳에서 한한령을 뒤집는 제휴를 공식적으로 했다. 탑다운의 시그널 또는 동의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한령은 국가 공식 문서로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당이나 국가 고위 관료가 지시를 내린 기록도 없다. 당연히 한한령 해제도 문서나 공식 지시로 진행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CCTV 대표와 KBS 대표가 계약서를 들고 있는 영상이 중국 전국민에게 방송됐다. 무엇을 의미할까? 한한령 해제를 보여주는 역대 가장 상징적인 신호가 아닐까?
양사 제휴를 다룬 CCTV 뉴스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했다.
今年是中韩文化交流年,为落实中韩两国元首共识,中央广播电视总台与韩国放送公社(KBS)今天(2月22日)以视频方式签署合作协议
올해는 한중문화교류의 해(2021~2022년)다. 양국 정상의 공감대를 구현하기 위해 오늘(2월 22일) 영상 형태의 협력 협정을 체결한다.
코로나로 많은 부분이 막혔지만, 양국 간의 교류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꽤 있었다. 특히 코로나가 없었다면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왔을 것이다. 국가 지도자가 해외에 가면 보통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간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동남아시아에 가면 으레 투자를 얼마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난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 주석이 한국에 오면 가져올 선물로 '한한령 해제'가 언급되곤 했다.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하며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 통화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럼 왜 시 주석은 한국에 오려고 할까? '한중문화교류의 해'라는 명분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미국이 한국,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을 포위하는 구도와 관련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일단 세 가지만 언급하겠다. 먼저 게임 관련 두 가지, 그리고 한국 연예인 관련 한 가지다.
1) 온라인게임은 한한령 해제의 가장 마지막 순서일 가능성이 높다.
게임은 다른 문화 콘텐츠와 다르다. 특히 온라인게임을 그렇다. 중국 유저들은 VPN을 통해 스팀 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충 눈감아 주는 거다. 스팀 게임은 일반적으로 스탠드얼론이고, 커뮤니티가 없다. 사상을 통제해야 하는 중국 정부에게 스탠드얼론 게임은 온라인게임보다 영화에 가까운 콘텐츠다. 얼마 전 <룸즈>가 이례적으로 판호를 받았다. 스탠드얼론 콘솔 버전이었다.
2) 대형 게임사 또는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대부분 한국 게임은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한국과 중국의 경쟁력은 많은 달라졌다.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순위를 보면 알겠지만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훨씬 세졌다. 한한령이 없던 시절,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성공 이후 중국에서 성공한 한국 게임의 수는 1년에 1개도 안 된다. 모바일게임 초창기 한국 게임들은 중국에서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중국에서 이미 검증된 IP, 텐센트나 넷이즈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개발사, 혹은 유니크한 경쟁력 있는 게임을 제외하면 중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닐 확률이 높다.
3) 중국 젊은이도 한국 연예인에 대해 화가 났다.
'한복'이나 '김치' 이슈에서 보듯, 중국 젊은이들의 국수주의적 경향이 매우 강화됐다. 왜 그랬는지는 이 기사로 다룰 사이즈가 아니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한한령 탓에 중국에 가지 못한 한국 연예인들이 한국 방송에서 중국에서 겪은 일은 이야기했다. 대부분 '후지거나 황당한' 경험담이었고, 우리는 웃고 즐겼다. 이를 자막과 함께 그대로 전달 받은 중국 젊은이들은 어떻게 여겼을까? 한국 관련 이슈에 민감해진 혹은 나쁜 방향으로 확증편향이 강해진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여러모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