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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에이펙스 레전드'의 해킹은 '타이탄 폴' 방치에 따른 공론화?

타이탄폴이 공격받고 있으니, 에이펙스 레전드도 공격하겠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1-07-05 13:42:03

동접자 수십만 명 규모의 게임이 해킹당해 ‘먹통’이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EA 산하 리스폰의 게임 <타이탄폴>과 <에이펙스 레전드>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이다. 7월 4일 밤부터 7월 5일 새벽 사이 10여 시간 동안 <에이펙스 레전드> 유저들은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 분노한 <타이탄폴> 유저가 서버를 해킹해 매치메이킹을 차단했기 때문.

 

해킹이 벌어진 몇 시간 동안 <에이펙스 레전드>에 접속해 매칭을 진행하려 하면, 매치메이킹 메시지 대신에 다음과 같은 해커의 메시지가 출력됐다.

 

출처: 레딧 유저 MinusPlep

 

SAVETITANFALL.COM

<타이탄폴>이 공격받고 있으니, <에이펙스 레전드>도 공격하겠다. 

 

리스폰은 대응에 나서 서버를 복구했고, 7월 5일 11시 40분 기준 매칭이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용의자’가 해킹을 직접 감행한 것인지, 누군가에 의뢰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해킹의 목적 자체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제시된 링크는 “<타이탄폴>을 살립시다”(Let’s save Titanfall)라는 제목의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해당 페이지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타이탄폴>의 문제를 대중에 알리기 위해 수개월 전 개설된 곳이다. 정상적 플레이가 불가능한 <타이탄폴>의 현 상황, 그리고 개발사 리스폰의 방관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이탄폴>은 리스폰이 2014년 출시한 멀티플레이 전용 FPS다. 2016년에는 싱글 플레이 스토리 모드를 포함한 2편이 출시됐고, 2019년 해당 세계관에 기초한 배틀로얄 <에이펙스 레전드>가 발매됐다. 계통상 <에이펙스 레전드>의 ‘직계 조상’인 셈.

 

페이지의 고발처럼 <타이탄폴> PC판은 정상적 플레이가 어려운 상태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서버가 아예 다운되거나, 일부 유저가 해킹으로 플레이어 접속을 막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에 따르면 유저들은 리스폰에 약 3년 전부터 해결을 요청해왔으나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타이탄폴>은 오리진, 스팀 등에서 계속 판매되어 왔다.

 

출처: '<타이탄폴>을 살립시다' 홈페이지

 

유저들은 리스폰과 EA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개발사 리스폰은 이 소식을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접했다. (중략) 포럼에는 수년에 걸쳐 셀 수 없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EA와 리스폰은 모두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광고와 달리 정상작동하지 않는 게임을 팔면서 이를 고치지 않고 고객을 무시하는 것은 사기 행위다. 리스폰은 명백히 능동적으로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 리스폰과 EA는 문제를 고칠 역량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한편, 리스폰이 <타이탄폴> 커뮤니티의 원성에 완전히 침묵한 것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타이탄폴>에 대한 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을 인지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년 간 지속한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답변은 많이 늦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사용자가 더 많은  <타이탄폴2>에 똑같은 DDoS 공격이 감행되고 나서야 리스폰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약속은 현재까지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30일 스팀 <타이탄폴> 사용자 평가를 살펴보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불만이 여전히 확인된다.

 

<타이탄폴> 유저들을 '최대한 빨리 돕겠다'던 리스폰의 트윗 (출처: 리스폰 공식 트위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스폰은 '해킹으로 인한 <에이펙스 레전드>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없었다'고 알렸지만, 아직까지 <타이탄폴>에 관련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에이펙스 레전드> 이용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유저는 <타이탄폴>의 현황을 비로소 알게 됐다며 리스폰의 정상적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해킹 피해를 알리기 위해서 해킹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며 해킹 용의자의 공론화 방식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