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플레이의 기사회생 프로젝트 ‘폴아웃 MMO’가 무산됐다. <폴아웃> IP를 소유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이하 베데스다)가 “더 이상 인터플레이는 폴아웃 MMO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베데스다는 지난 10일 미국 매릴랜드 지방법원에서 인터플레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내용은 ‘상표권 침해, 2건의 계약 위반, 불공정 경쟁’으로 모두 <폴아웃> 프랜차이즈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다.
특히 베데스다는 “(이제) 인터플레이는 더 이상 ‘폴아웃 MMO’를 개발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터플레이가 베데스다와 맺은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 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폴아웃 MMO’의 개발권리가 소멸되었다는 것이다.
<폴아웃>과 <발더스 게이트>로 명성을 쌓은 인터플레이는 지난 2004년 파산했다. 같은 해 7월 인터플레이는 <폴아웃3>를 포함한 프랜차이즈의 차기작 판권을 베데스다에 팔았다.
이후 2007년 4월 인터플레이는 온라인 버전을 포함한 <폴아웃>의 모든 권리를 베데스다에 매각했다. 자금이 절실했던 인터플레이는 575만 달러(약 70억 원)를 손에 쥐었고, 베데스다는 <폴아웃>의 완전한 주인이 되었다.
당시 베데스다는 인터플레이가 직접 ‘폴아웃 MMO’를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 주었다. 다만, 계약이 효력을 갖는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폴아웃 MMO’의 전체 개발에 필요한 자금 3,000만 달러(약 365억 원)를 확보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만일 조건을 달성하지 못 하면 인터플레이는 계약에 따라 ‘폴아웃 MMO’에 대한 권한을 모두 잃게 되는 일종의 ‘허들’이었다.
인터플레이는 결국 ‘허들’을 넘지 못 했다. 2007년 4월 체결된 ‘폴아웃 MMO’ 계약은 올해 4월 4일에 약속된 기한인 2년을 맞았다. 그러나 인터플레이는 2년 동안 약속했던 개발 자금 3,000만 달러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폴아웃 MMO’의 개발·서비스 권리는 당초 계약에 따라 베데스다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매스트헤드 스튜디오가 진행하던 ‘프로젝트 V13’의 아트웍.
베데스다는 인터플레이가 매스트헤드 스튜디오와 ‘폴아웃 MMO’ 투자·개발 파트너쉽을 맺은 것도 베데스다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인터플레이는 매스트헤드의 ‘프로젝트 V13’이 ‘폴아웃 MMO’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베데스다는 V13이 <폴아웃>의 대표적인 장소인 볼트 13(Vault 13)이며, V13의 아트웍에 <폴아웃> 세계관에 있는 ‘누카 콜라’ 같은 요소가 담겨 있어 사실상 ‘폴아웃 MMO’였다고 반박했다.
<폴아웃>의 대표 소품 누카 콜라가 나와 있는 ‘프로젝트 V13’의 아트웍.
이번에 베데스다는 인터플레이가 ‘폴아웃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소송도 제기했다. 인터플레이가 베데스다 몰래 <폴아웃> 1, 2편과 <폴아웃 택틱스>를 묶은 <폴아웃 트릴로지>를 발매했다는 것이다.
베데스다는 “인터플레이가 기존에 나온 <폴아웃> 게임을 판매할 수는 있지만, 사전에 패키지와 광고, 홍보물을 베데스다에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플레이는 사전 승인 없이 판매를 했다”며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폴아웃 트릴로지> 때문에 베데스다가 개발·유통한 <폴아웃3>의 판매에 악영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보통 ‘트릴로지’로 판매되는 게임은 1/2/3편이 함께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터플레이의 <폴아웃 트릴로지>는 1, 2편과 외전격 타이틀 <폴아웃 택틱스>를 합본으로 만든 제품이다.
베데스다는 ‘3편이 포함되지 않은 트릴로지’가 <폴아웃3>의 판매와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베데스다는 인터플레이가 상표권 협약을 어기고 스팀(Steam), 게임탭(GameTap) 등과 <폴아웃> 타이틀의 온라인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지적했다. 이것도 사전에 베데스다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베데스다가 인터플레이를 다각도로 기소하며 압박하자 해외 게이머들은 “비극”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데스다가 너무 심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베데스다를 비난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과거는 과거다. 이제 폴아웃은 베데스다가 갖고 있기 때문에 권리를 주장하는 건 정당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