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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건 톰 클랜시가 아니다" 유비소프트 신작에 대한 부정 평가의 원인은?

톰 클랜시의 엑스디파이언트는 유비소프트의 업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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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7-22 13:31:14
"이건 톰 클랜시가 아니다. 유비소프트가 부끄럽다"

7월 20일, 유비소프트가 공식 채널을 통해 FPS 신작 <톰 클랜시의 엑스디파이언트>를 공개했다. 새로운 F2P FPS 신작이라는 점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톰 클랜시>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7월 22일 기준 유비소프트 NA 채널에 공개된 <엑스디파이언트> 동영상의 좋아요는 1.1만, 싫어요는 1.9만.

게임이 발매된 것도 아니다. 동영상을 통해 공개되었을 뿐인데 반응이 별로다. 이유가 무엇일까? 해외 팬들이 <엑스디파이언트>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내는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게임 자체의 평가라기보다는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 대한 종합적인 반응에 가깝다.

 



# 원작 훼손과 기존 게임 관리 부재.

 

먼저 <톰 클랜시> 시리즈의 특징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톰 클랜시라는 이름을 그냥 마케팅을 위해서 가져다 붙였다고 할 정도다.

1947년에 태어나 2013년 작고한 미국 작가 '톰 클랜시'는 장르소설의 한 갈래인 ‘테크노 스릴러’의 거장이다. 국제 관계, 군사기술, 무기체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복잡한 플롯을 현실감 넘치게 풀어내 인기를 얻었다. 

이 톰 클랜시 소설의 판권을 정식 구매해 유비소프트가 출시하고 있는 게임이 바로 <톰 클랜시> 시리즈다. 해당 프랜차이즈 안에는 <레인보우 식스>, <스플린터 셀>, <고스트 리콘>, <더 디비전> 시리즈가 있다. 모두 톰 클랜시 원작 소설을 본따,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밀리터리 요소를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시작으로 이런 흐름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 <시즈> 초창기만 하더라도 등장하는 특수 요원 대부분은 현실에서 존재할 법한 설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즈>의 서비스 기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특수 요원이 등장한 것.

2022년 발매 예정 게임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렉션>도 논란이 됐다.

 

<익스트렉션>은 <시즈> 대원들이 미지의 외계 생물체와 싸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에 팬들은 "아예 판타지로 가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한 해외 유저는 "톰 클랜시 옹이 저승에서 돌아눕겠다"고 평가했다. 이런 와중 캐주얼함을 메인 콘셉트로 삼은 <엑스디파이언트>가 공개되니 불만을 살 수밖에 없었다.

 

<시즈>의 59번째 특수 요원 '플로레스'. 캐릭터 설정은 물건을 훔쳐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대도'다. 덕분에 "이제 범죄자도 레인보우 팀에 입단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부 있었다

 

엑스디파이언트는 공개된 아트워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캐주얼함을 메인 콘셉트로 내세웠다

 

관련 기사 : [기자수첩] 레식 익스트랙션, ‘원작자’ 살아있으면 뭐라 했을까

 

물론 <톰 클랜시> 시리즈는 오래 지속된 프랜차이즈인 만큼, 변화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엑스디파이언트>에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는 이유는 단순한 '원작 훼손'이 전부가 아니다. <톰 클랜시>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는 <시즈>의 사후 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

<시즈>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게임 완성도가 부족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충실한 사후 지원 및 입소문을 통해 유저 풀을 계속해서 늘려 왔다. 다만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업데이트와 관련해 다시 부정적인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신규 특수 요원을 추가하더라도 총은 기존에 있는 것을 재사용하거나, 이전에는 두 명의 특수 요원을 추가했을 때 한 명의 특수 요원을 업데이트했다. 또한, 프로와 유저 양측 모두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을 듣는 너프식 밸런스 패치와 너무나 강력한 신규 특수 요원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데이트 속도도 느려지면서 불만이 커졌다.

 

가장 큰 이슈는 공격 팀과 방어 팀 사이의 밸런스다

 

<익스트랙션>의 공개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시즈>의 업데이트 속도 문제가 불거지는 와중에, <시즈> 개발진을 일부 참여 시켜 만든 <익스트랙션>이 공개됐기 때문. 게다가 발매 연기 끝에 정식 공개된 <익스트랙션>은 기본 시스템을 <시즈>에서 그대로 따 왔음에도 불구, 해외 매체와 <시즈>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게임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유비소프트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22년 1월까지 시간을 더 가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몰입감과 협동, 짜릿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익스트랙션> 발매일을 또다시 연기했다. <익스트랙션>은 2022년 1월 발매 예정이다. 

즉, 다른 <톰 클랜시> 시리즈도 문제를 겪고 있어, 자연스럽게 <톰 클랜시> 타이틀을 달고 나온 <엑스디파이언트>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팬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게임이 아닌, 정통 '신작'을 원한다.

"이 게임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성되었습니다". <엑스디파이언트> 공개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

먼저 <톰 클랜시> 시리즈는 오랫동안 새로운 싱글 게임을 발매하지 않았다. <톰 클랜시>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플린터 셀>은 2013년 발매된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를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중단된 상태다. 새로운 <스플린터 셀>에 대한 루머가 존재하긴 하나, 단순한 루머일 뿐 공식적으로 공개된 정보는 없다.

<고스트 리콘> 시리즈의 최신작은 2019년 발매된 <브레이크포인트>이긴 하나, 해당 게임은 메타스코어 평점 58, 유저 평점 2.6을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너무나 많은 버그와 '유비식 오픈월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슷한 콘텐츠, 지나친 소액 결제 유도가 비판을 받았기 때문.

 

<브레이크포인트>는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재림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유저 평가가 나빴다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는 <시즈>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레인보우 식스 패트리어츠>가 취소된 이후 본가 시리즈를 잇는 정통 밀리터리 게임과 관련된 소식은 없다. <더 디비전>은 최신작 <하트랜드>를 예정하고 있으나, <하트랜드> 또한 <엑스디파이언트>와 비슷한 F2P 게임이 될 전망.

즉, 현재로서 <톰 클랜시> 팬들이 원하는 정통 밀리터리 게임 신작 공개는 요원해 보인다.​ 그리고 <엑스디파이언트>가 '어디선가 본 듯한' FPS라는 점도 불호 요소다.

정식 공개 전 게임 매체와 인플루언서를 통해 <엑스디파이언트>의 짧은 게임플레이가 공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유저 반응은 "<콜 오브 듀티>와 비슷하다"였다. 실제로 <엑스디파이언트>는 <콜 오브 듀티>와 같은 런앤건 FPS며, 몇몇 개발자는 실제로 <콜 오브 듀티: 고스트>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엑스디파이언트>는 여러모로 <콜 오브 듀티>가 생각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다른 게임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끝이 아니다. 사후 지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는 유비소프트가 2020년 8월 11일 정식 출시한 <하이퍼스케이프> 사례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2020년 유비소프트가 <하이퍼스케이프>를 공개할 때만 하더라도 유저 반응은 <엑스디파이언트>만큼 나쁘지 않았다. <하이퍼스케이프>는 당시 유행하던 '배틀로얄 FPS' 게임 공식을 충분히 따랐지만, 공개 트레일러는 '좋아요'가 '싫어요'를 압도했다. 팬들도 유비소프트의 선택에 큰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이퍼스케이프>도 처음 공개했을 때 이정도로 평가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작 게임이 출시되자 문제가 터져 나왔다. 진입 장벽은 너무나 높았으며, 팀 밸런스는 엉망이었다. 수많은 버그와 끝없이 문제를 뿜어내는 서버도 문제였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는 배틀패스와 치장 아이템 위주의 업데이트만 할 뿐, 게임 개선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하이퍼스케이프>의 사례를 들면서 <엑스디파이언트>도 비슷한 결말을 맞게 될 거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즉,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업데이트 문제, <톰 클랜시> 시리즈 싱글 게임 신작 소식이 거의 없다는 것, <하이퍼스케이프>에서 보여준 부족한 사후관리, 어디선가 본 듯한 게임 시스템이 한데 얽혀 부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엑스디파이언트>는 8월 5일 북미와 유럽 유저를 대상으로 클로즈 베타를 앞두고 있다. 또한 전 세계 게이머를 대상으로 클로즈 베타 범위를 확장해 나갈 예정. 물론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게임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속단이다. 

정확한 게임 평가를 위해서는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엑스디파이언트>가 유저 피드백을 통해 호평받는 게임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실제로 <엑스디파이언트>가 새로운 신작 F2P FPS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는 유저도 있다.

유비소프트도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커뮤니티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며 소통을 약속했다.​ <엑스디파이언트>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출시했던 게임과 다른, 확실한 사후 업데이트와 피드백을 통해 팬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