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TGS) 2009가 시작된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네요. 관계자와 기자들만 들어가던 비즈니스 데이가 끝나고 오늘(26일)부터 일반관람이 시작됐습니다. 다소 한산했던 시연대, 쾌적한 취재 환경과도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3일차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첫날과 비교하면 1/3도 안 될 지경입니다. ‘고작 이 정도로 취재를 포기하다니’하며 살짝 웃어 줬죠.
그런데 정작 개장을 하고 상황을 살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이유가 뭐냐고요? 아래 사진으로 대신하죠.
■ 일반관람, 기자들에게는 재앙?
일반관람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개장과 동시에 홀 곳곳에서 한두 명씩의 인파가 달려 오더니 이내 홀 전체를 채우더군요. 그게 관람객이라는 건 어떻게 아냐고요? 구별법은 매우 간단해요. 행사장 내에서 달리고 있으면 관람객, 걷고 있으면 기자나 관계자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관람객으로 행사장이 가득 차고 나니 이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부스와 부스 사이에 사람이 가득 차서 자신의 의지대로 걸을 수 없는 것은 기본이고, 어느 새 주변에 새로 그려진 라인에 휘말려 원하지 않던 게임 시연대를 향해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마치 서울 시내를 처음 오는 운전자가 도로 표지판을 읽지 않은 채 운전하는 느낌이랄까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 새 스테이지 위의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정신이 드니 어느 새 시연대에 도착해 있다거나….
상황이 이런데 취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덕분에 일찍 취재를 끝마치고 틈틈이 원하는 게임을 찾아서 즐기려던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됐습니다.
■ TGS 2009 3대 위험 지역!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장소를 꼽아 보자면,
① 스테이지: 경계 1순위입니다. 이벤트 시간에 잘못 맞춰 방황하다가는 주변의 유저들에게 떠밀려서 무대 바로 앞까지 튕겨 가기 일수입니다. 만약 이벤트가 아이돌의 노래시간이었다면 위험도는 두 배. 주변의 남성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아이돌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훈훈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넌 왜 우리 ○○ 님의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는 거지?’라는 느낌이 충만한 주위의 눈총과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오도가도 못 하는 시간 소모는 기본입니다.
정신을 차리니 이곳에 합류해 있다거나...
② 체험판 제공 부스: 이벤트 스테이지처럼 폭발력은 없지만 언제나 사람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에 대한 경고는 아래 사진 한 장으로 끝낼까 합니다.
그 유명하신 레벨5 부스 주변의 풍경.
주변에 배신(配信)이라는 한자어가 보이면 가능한 그 지역을 피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③ 기타: 이 외에도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붙잡고 ‘일본어로만’ 앙케이트를 진행하는 대학교 부스와 전자기기만 보이면 파리채(?)부터 휘두르고 보는 스퀘어에닉스 부스 근처도 대표적인 위험지대에 속합니다. 특히 대학생의 앙케이트는 일본어를 모른다고 해도 놓아 주지 않더군요. 그럴 거라면 영어판 설문지를 준비하던가요….
… 파리채를 방불케 하는 스퀘어에닉스의 촬영금지 도구… -_-;;
■ 뛰는 기자 위에 나는 게이머
대단한 것은 일본 게이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참을성이 엄청납니다. 어제 못 찍은 사진이 있어서 오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몇 번 갔는데요, 한 유저는 약 90분을 기다린 끝에 <포르자3>를 즐기더군요. 얼마나 잘 하는 실력일까 싶어서 봤더니 채 1분을 못 버티고 벽에 주차를 시도합니다.
5분 정도 지나니 이건 <포르자>를 하는지 <번아웃>을 하는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에요. 그런데 이 유저는 시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그 시연대 줄에 섭니다. 줄 끝에는 ‘앞으로 80분’이라는 글이 붙어 있더군요.
한 시간 정도 후에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줄 맨 앞에 서서 아예 PSP까지 꺼내 들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거 일인가요? 놀이인가요? 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닌텐도DS용 신작 체험판을 경품으로 주는 레벨5의 유혹(…)에 넘어간 유저들의 기다림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유저는 정확히 3시간 30분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그런데 뽑기를 잘못해서 타이틀이 아닌 영상을 집어왔답니다. 그저 애도를 표할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확신하는데 저 유저 내일 3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또 줄 서러 갈 겁니다. -_-.b;
결국 이렇게 해서 TGS 2009의 일반관람 첫 날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TIG 취재팀은 TGS 취재를 슬슬 마무리 짓고 일본의 게임문화와 관련된 현지 취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비록 장소가 아키하바라와 조이폴리스 등이지만…
물론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쌓여 있기 때문에 당분간 TGS 정리/후속/보충 기사들이 이어질 겁니다. 비즈니스 데이 때 시연대에서 플레이한 기대작의 체험기만 써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정도죠. 그러니 주말을 지나 다음 주까지 계속될 TIG의 TGS 2009 소식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