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IT 업계의 실적 압박 및 불합리한 성과 평가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이하 스토브)의 사례를 들었고, 현직 스토브 직원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현장에 나와 자신의 사례를 소개한 14년차 웹 디자이너 남영미 씨는 자신의 겪은 일을 소개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남 씨는 '연차·직급 대비 품질이 낮다'며 회사로부터 사실상 권고사직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국감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해당 증언에 관한 입장을 보내왔다. "악의적인 권고사직은 없으며, 사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하겠다"는 것. 국정감사에서 다루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 D등급이 가지는 의미는?
남 씨는 올해 성과평가에서 최하등급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다.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 'D' 등급은 스마일게이트 계열사 통합 2,400명 수준에 달하는 직원 중 10명 미만의 직원이 받는 등급으로 확인됐다. 이 등급을 받으면 당사자의 연봉은 동결되므로, 올해 3월 발표한 전 직원(개발, 비개발 포함)평균 연봉 800만 원 인상에도 제외된다.
남 씨는 2011년부터 스마일게이트에서 근무한 스토브의 창립 멤버로 웹 디자인 등 여러 업무를 맡아왔다. 최근까지도 맡은 업무를 이어가며 팀장으로부터 업무 중 특별한 지적을 받은 바 없었기에 D등급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이전까지 남 씨는 B~C의 성과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 해당 팀에서 그녀를 포함해서 2명의 D등급이 나왔다. 국감에서 임종성 의원은 "속된 말로 나가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고, 남 씨 본인도 사실상 '함께 일할 수 없다'라는 평가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평가를 믿을 수 없었던 남 씨는 D라는 평가가 나온 근거를 알기 위해서 사내 규정에 의거한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남씨와 회사는 총 8차례 면담을 거쳤고, 외부 인사가 포함된 재평가 위원회가 열렸다. 그 결과 남씨의 등급은 최종적으로 C등급으로 조정됐으며, 이를 남 씨와 노조 측은 수용했다.
# "결과를 염두에 둔 평가라는 의심" VS "평가 자체는 공정하게 진행"
논란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나왔다. 임종성 의원은 국감에서 "권고사직을 염두에 두고 평가를 내린 게 아닌가 의심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국감장에서는 녹취록 일부가 재생됐다. 재생된 녹취록에 따르면, "나가라는 건가?"라고 묻는 남 씨의 질문에 회사는 "권고(사직)의 의미도 있고, 이 사람들이 '너 싫어해 어떻게 할 거야?'의 의미도 있다"라고 대답한다.
국감 이후 추가적으로 이루어진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남 씨는 "내 차례 이전에는 같은 팀에서 근속이 높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고 부연했다. 면담 과정에서는 사측이 권고사직을 권유하는 듯한 의사를 내비쳤으며, 관련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는 "모든 인사평가는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도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서 "녹취록 부분도 편집에 따라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재생된 부분 뒤에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라는 발언이 나온다.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상자와는) 3월부터 5월까지 총 8차례에 걸친 심화 면담을 진행했으며, 노조 측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직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려 평가 대상자의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라며 "재평가 결과 C등급으로 조정됐으며, 이 결과를 당사자 본인이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고 밝혀왔다. 사내 괴롭힘 주장에 대해서는 감사팀에서 철저히 조사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판교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 1년 8개월 간 직원 중 60% 가까이 떠난 스토브
국감장에서 남 씨에게 질문한 임종성 의원이 스토브의 고용보험 취득 및 상실을 조사해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59.65%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정확히는 고용보험을 상실했다.) 1년 8개월 동안 직원 절반 이상이 떠나갔고, 그 자리를 새로운 직원들이 채웠다.
잡코리아가 작년 한해 국내 소재 402개 주요 기업을 조사한 결과, 평균 퇴사율은 13.8%에 이르렀다. 59.65%의 비교군으로 제시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퇴사율은 16.05%다. 그간 IT·게임 업계는 퇴사와 이직이 잦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여러 회사가 연봉 인상 등 직원 붙잡기에 나서며, 근속 기간도 3~5년으로 길어지는 추세다.
사원수 280여 명으로 조사되는 스토브에서 1년 8개월 동안 170명이 고용보험을 잃은 것은 일반적으로나 동종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나 이례적이다.
남 씨는 국감장에서 단기간에 직원들이 퇴사한 이유에 대해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한 실적 압박, 잦은 야근, 과중한 업무 반복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객관적 기준 없이 평가 등급이 절하된다"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6일 현장에서 "애초부터 권고사직을 염두에 두고 성과평가를 내린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만한 상황"이라며 성과평가의 대다수가 "연차·직급 대비 품질이 낮다"고 작성됐다고 발언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별 근로감독을 주문했다. 여기까지가 국정감사와 선행 보도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
한때 스토브의 전체 직원 수는 32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80명으로 전체 인원은 줄어들었다.
국감장에서 공개된 스토브의 퇴사 그래프 (출처: 국회방송)
# 매년 사업 확장한 스토브 "사업적 특성"... 노조 "업무 과중 심각한 수준"
사명과 똑같은 이름의 종합 게임 플랫폼 '스토브'는 2015년 7월 공개됐다. 2016년 8월 스토브는 자체 플랫폼 개발을 목적으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로부터 독립했다. 창립 당시 법인의 대표는 권혁빈 의장과 양동기 대표가 함께 맡았다.
권혁빈 당시 의장은 직접 스토브의 발표에 나서며 "스마일게이트의 앞으로 비전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이라고 공언했다. 발표에서는 "모바일 개발사에 글로벌 사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열려있는 플랫폼으로 성장", "간편로그인, 빌링 시스템 통합, 어뷰징 방지 시스템과 고객대응, 웹뷰, 프로모션 등 개발부터 운영 이벤트 전반에 대한 기능을 담았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스토브 키우기는 스마일게이트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알려졌다. 초기 <소울워커>, <테일즈런너> 등의 런쳐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지속적인 투자 끝에 오늘날에 이르렀다.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11월 7일 MMORPG <로스트아크>를 탑재했고, 이듬해 벽두에는 <에픽세븐>의 공식 커뮤니티를 네이버카페에서 스토브로 이관했다.
이어 스토브는 2020년부터 '스토브 인디'를 통해 마켓에 인디게임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 활동을 시작했다. 이 시점을 기해 게임잼을 비롯한 각종 행사가 개최됐다. 현재 스토브에서는 자사 타이틀을 비롯한 수십개의 게임 타이틀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2019년부터 스토브는 한영운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권 전 의장은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CVO(Chief Visionary Officer)를 맡고 있다.
인디게임 수십 개가 입점한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스토브의 몸집이 크는 동안 회사의 업무 또한 계속 확장된 셈이다. 스토브 법인은 사업 확장에 따라서 웹, 런쳐, 인증 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커뮤니티 관리에 게임 유통, 현지화 관리 업무까지 맡았다. 그렇지만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인원은 320명 대에서 280명으로 감소했다. 일은 늘어가는데 사람은 줄어든 것이다.
제보자 남 씨는 통화에서 회사의 업무 체계에 대해 "스토브에서는 서비스 오픈일이 찍혀서 나온다. 업무 비중과 상관 없이, 오픈 날짜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놓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디테일이 나오지 않으면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의 차상준 지회장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나 사업까지 생각한다면 스토브의 업무 과중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토브의 높은 퇴사율에 관해 "사업적 특성"이라고 말했다. "스토브는 일반적인 게임사에서 시도하지 않는 플랫폼으로 새로운 게임을 발굴하고 선보이는 업무가 있으며,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여러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높은 퇴사율)이 있었다"라는 입장이다.
# 1조 클럽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는 매년 적자
2021년 스마일게이트는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들어갔지만, 현재 알려진 스토브의 재무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등재된 스토브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스토브의 당기순손실은 343억 원을 기록했다.
스토브의 보통주 100%을 소유한 스마일게이트 홀딩스는 수년간 유상증자와 투자를 거듭했지만, 같은 보고서에는 2020년 스토브의 이월결손금이 약 1,3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종합하면, 스토브는 부진한 재무 상황 속에서 플랫폼의 성공을 위한 '모험적인 시도'를 해왔다. 이는 일부 직원들에게 '업무 과중'으로 다가왔다. 고용보험 상실 건수를 통해 추측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전체 직원의 60%에 가까운 퇴사율은 이렇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감장에 오른 남영미 씨는 스토브가 업무평가를 통해서 직원들을 내보내는 '악의적 권고사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스토브의 퇴사율은 '사업적 특성'이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토브 감사보고서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