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LCK에 등장한 오프닝 대부분은 선수들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팀별로 비정한 표정의 선수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한편, 주변 환경이나 텍스트를 통해 특정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덕분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면 많은 팬의 관심이 오프닝에 쏠리곤 했다.
그런데 10주년을 맞아 공개된 2022 LCK 스프링 오프닝은 왠지 조금 색다르다. 선수와 팀보다는 지난 10년의 역사를 체감할 수 있게끔 '명장면'을 리스트업하는 형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2년 아주부 프로스트와 CLG EU의 결승전부터 2021 LCK 서머 결승 '쇼메이커' 허수의 슈퍼플레이 등 열 살 LCK가 준비한 오프닝의 핵심 장면을 꼽아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정리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열 살 LCK의 로고에는 LCK를 거친 수많은 스타 선수들과 팀의 이름이 담겨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오프닝의 시작을 장식한 건 아주부 프로스트와 CLG EU가 격돌한 2012 <리그 오브 레전드> 더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윈터 결승전이다.
당시 2 대 0으로 코너에 몰려있던 아주부 프로스트는 3세트부터 연달아 승리를 따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있었다. 매드라이프는 4세트에서 블리츠크랭크를 활용, 그랩과 궁극기를 멋지게 활용한 데 이어 5세트에서는 상대 핵심 픽인 다이애나를 집중 마크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서포터도 '슈퍼 캐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 기억된다.
김동준 해설: 알리스타가 꿈에 나오겠어요, 꿈에!
2013 롤챔스 서머 결승전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 매치로 꼽힌다. 전통의 통신사 라이벌 SKT T1 K(이하 T1 K)와 KT 롤스터가 결승에서 맞붙었음은 물론, 코너에 몰려있던 T1 K가 연달아 3승을 챙기며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 그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이 5세트에서 나온 '페이커' 이상혁과 '류' 류상욱의 제드 맞대결이다.
당시 페이커와 제드는 미드 억제기 타워 근처에서 궁극기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혈투를 펼쳤는데, 그 과정에서 페이커는 침착한 스킬 및 아이템 활용으로 불리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킬을 따내는 명장면을 선보였다.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만큼 다양한 스킬이 오간 이 장면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강 민 해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대박입니다!
2015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CJ와 T1의 4세트는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당시 2 대 1로 경기를 리드하던 CJ는 4세트에서 T1을 상대로 50분이 넘는 장기전 끝에 T1 선수 네 명을 잡아내고 상대 본진으로 돌진하며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 '마린' 장경환이 신의 한 수를 선보인다. 텔레포트로 적 미니언을 끊는 판단을 내린 것. 설령 죽더라도 상대가 타워를 쉽게 밀 수 없도록 보급로를 차단한 셈이다. 결국 CJ는 고개를 돌려 마린을 잡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시간을 번 T1은 극적으로 4세트를 따냈다. 이 경기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는 '상대 보급로를 차단하는'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현우 해설: 마린이 한 턴 번 것 같습니다.
2015년 내내 좋은 성적을 올린 타이거즈는 꿈에 그리던 롤드컵에 진출했지만, 한 가지 악재를 마주했다. 당시 스폰서였던 KOO TV가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지원도 철회된 것. 때문에 타이거즈는 제대로 된 숙소나 연습 환경도 갖추지 못한 채 힘겹게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이후 타이거즈는 이를 악물고 2016 LCK에 임했고, 끝내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꿈에 그리던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그중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경기는 KT와의 2016 LCK 서머 결승 5세트다. 당시 타이거즈는 바론 근처에서 정글러 '피넛' 한왕호가 잘리며 최악의 위기를 마주했지만, '스멥' 송경호가 갱플랭크의 궁극기를 활용해 극적으로 바론 스틸에 성공하며 '드라마'를 만들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이현우, 김동준 해설의 코멘트도 큰 화제가 됐다. 바론 스틸을 확인한 김동준 해설은 연신 "스틸이에요!"를 외쳤고, 이현우 해설은 "KT는 하늘이 정녕 우릴 버리시나이까를 외칠 수밖에 없다"라며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도아' 에릭 론퀴스트(Erik Lonnquist): 이 팀은 은퇴했거나 다른 팀에서 외면받은 선수들이 모인 팀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큰 스폰서도, 화려한 숙소도 필요 없죠. 왜냐하면 그들이 LCK 서머 챔피언이기 때문입니다!
This group of Players that have either retired or been rejected by other teams. Comes in no big sponsor. No big team house. It’s not necessary. Because they are going to win LCK Summer!
2019 LCK 스프링 펼쳐진 그리핀과 T1전은 '백도어'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로 꼽힌다. 당시 그리핀은 초반 탑에서 킬을 올리며 타워는 물론 드래곤까지 다수 확보하는 등 기세를 올렸지만, T1은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호시탐탐 역전의 각을 노렸다.
이후 27분경 바론 근처에서 T1이 다수 킬을 가져감에 따라 더이상 정식 한타는 성립되지 않는 상황, 그리핀은 요릭을 활용해 라인을 만든 뒤 '백도어'로 T1의 본진을 공략하는 판단을 내렸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진다. 조합적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별동대를 구성해 상대 허점을 노린 그리핀의 스마트함이 잘 드러났던 경기.
김동준 해설: 요릭도 와요! 으아아아악! 그리피이이이인!
LCK 10주년 오프닝의 마지막은 향후 LCK를 이끌어갈 미드라이너로 꼽히는 '쵸비' 정지훈과 '쇼메이커' 허수의 슈퍼플레이로 채워졌다.
2020 LCK 서머, DRX 소속으로 젠지를 마주한 쵸비는 갈리오를 활용해 엄청난 슈퍼 플레이를 선보였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시야의 허점을 이용, 점멸 도발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는 명장면을 연출한 것. 이 승리로 인해 DRX는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현우, 강승현 해설: 쵸오오오오오오비이이이이이!
또한, 쇼메이커는 2021 LCK 서머 결승 T1과의 4세트 후반, 과감한 앞점멸 활용을 통해 엄청난 대미지를 넣으며 쿼드라킬을 만들어내고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2020 LCK 서머, 2020 롤드컵, 2021 LCK 스프링, 2021 LCK 서머로 이어지는 담원 기아의 '왕조'가 탄생한 순간으로 꼽힌다.
이현우 해설: 쇼메이커! 이 선수 진짜 미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