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내에서 랜덤 박스(Loot box -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자율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7월 17일, 영국 정부 산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Sports, 이하 DCM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6월 제기된 "랜덤 박스에 대한 정부의 입장 요구"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문서에서 DCMS는 32,000개 이상의 응답을 포함한 조사 결과 "랜덤 박스가 여러 해악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랜덤 박스 구매와 도박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랜덤 박스가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를 도박으로 규정해 규제할 수 있는 관계성까지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나딘 도리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출처 : 영국 정부)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게임에 돈을 지출하는 자녀를 둔 가정 대다수가 소비에 자녀와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4%가 자녀 보호 기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72%가 자녀 보호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중 62%가 랜덤 박스 규제에 개인적인 제한을 두었고, 이 중 57%가 스스로 부과한 제한을 위반했다.
이에 DCMS는 "랜덤 박스 구매는 부모나 보호자가 활성화하지 않는 한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부모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랜덤 박스를 구입하는 것을 방지할지에 대한 여부를 포함해,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즉, 자율 규제에 힘을 실어주되, 청소년의 랜덤 박스 구매에 대한 보완책과 보다 정확한 확률 명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영국 내 주요 게임 산업 단체 '영국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UK Interactive Entertainment, 이하 Ukie)는 "우리는 보호자의 통제에 대한 인식을 개발하고 높이기 위해 이용자와 부모를 지원하는 추가적인 방법을 모색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비디오 게임에 대해 연구하는 정부 및 기타 조직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최근 랜덤박스에 대한 규제 필요성 의견, 특히 청소년 보호 대책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다양한 규제안이 유럽 국가에서 준비 중에 있다. 이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랜덤 박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디아블로 이모탈>도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두 나라에서 서비스되지 못했다.
2022년 3월에는 네덜란드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오히려 해당 판결로 인해 랜덤 박스 규제에 대한 전용 법안을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6개 정당이 연합해 네덜란드 하원에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안이 발의 준비 중에 있다. 스페인의 규제안은 랜덤박스에 대한 미성년자의 접근을 기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할 때마다 반드시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DCMS의 공식 답변 및 연구에 대한 세부 자료는 영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