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을 위해 공들여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이하 배그모 인도)가 정체불명의 이유로 구글과 애플 모바일 마켓에서 퇴출당했다. 외신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마니시 싱(Manish Singh) 기자는 현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나란히 <배그모 인도>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간 인도의 문을 열기 위해 적잖은 공을 들여온 크래프톤은 난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배그모 인도>는 인도 단일 시장을 노리고 출시된 모바일게임으로 인도 이용자만을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들이 담겨있다. 2020년 9월,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과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인도 정부는 중국산 모바일 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거기에 텐센트가 퍼블리셔였던 <배그 모바일>이 포함되어있었다.
이에 한국의 크래프톤이 직접 나섰다. 9월 8일, 크래프톤은 "플레이어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인도 정부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라며 "플레이어들이 현지 법규를 준수하면서 다시금 <배그 모바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7월 2일, <배그모 인도>가 출시되었다. 출시 전날까지 총 4천만 명의 사전 예약자를 확보하였으며,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위를 달성했고, 1달 만에 이용자 3,400만 명을 돌파했다. 크래프톤은 "안전한 인도 서비스를 위해 개인 정보 보호와 정보 보안 규정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으며 개인 정보 보호법과 소프트웨어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기 위한 방침도 강화했다"라고 자신했다.
그 결과 <배그모 인도>는 13억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배그모 인도>는 인도 한 지역에서만 1,650만 명이 넘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확보했다. 이달 초 크래프톤은 <배그모 인도> 누적 이용자 수가 출시 1년 만에 1억 명을 돌파했다고 소개한 적 있다.
크래프톤은 인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10년 11월부터 현지 활동을 총괄하는 인도 법인을 만들어 손현일 투자본부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법인 설립과 함께 크래프톤을 현지 법인 설립에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며, 100명이 넘는 직원 규모를 확보하겠다고 소개했다.
손 대표는 여러 현지 기업에 투자의 손을 내밀었다. 현지 e스포츠 생태계 육성을 위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로코'에 900만 달러(당시 101억 원), '노드윈 게이밍'에 16억 4000만 루피(당시 255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런 투자 기반을 바탕으로 크래프톤 인도 법인은 현지 e스포츠 생태계 확대를 약속했으며, 투자와 함께 <배그모 인도>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21년 들어서는 플랫폼 기업에 여럿 투자했다. 크래프톤 인도 법인은 7월 웹소설 플랫폼 '프라틸리피'에 4,500만 달러(약 515억 원) 투자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소셜 플랫폼 ‘FRND’(프렌드)에는 500만 달러(약 59억 원)을 투자했다. 2022년 3월에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쿠쿠FM' 투자를 리드해 총 1,950만 달러(약 239억 원)를 투자해주었다.
현지 게임사 육성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크래프톤은 2022년 2월에는 모바일 크리켓 게임을 만드는 '노틸러스 모바일'에 540만 달러(약 65억 원)를 투자했다. 이렇게 투자한 기업은 알려진 곳만 6곳, 투자 금액은 대략 1,200억 원 선으로 추산된다. 법인 설립 비용과 100여 명의 직원 임금까지 계산한다면,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에 진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7월 28일부터 구글 애플 양대 마켓에서는 <배그 모바일 인도>가 검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 <배그 모바일 인도>는 인도 앱마켓에서 퇴출된 상태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2020년의 인도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배그 모바일> 제재와 유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구글플레이 측은 테크크런치에게 "요청을 받는 즉시 정해진 절차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발자에게 알리고, 인도 플레이스토어에 남아있던 앱에 대한 액세스를 차단했다"라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자 측은 2020년 <배그 모바일> 차단 때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갑자기 이루어진 게임 접근 차단에 퍼블리셔 크래프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인도 지역 양대 앱스토어 다운로드 중지와 관련하여 정확한 상황을 유관 부서, 기업과 파악 중에 있다"라며 소식이 추가 되는 대로 업데이트를 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