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 뒤인 9월 1일, 국제 인디게임 페스티벌 ‘부산인디커넥트’(BIC)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연다.
장르와 테마를 넘나드는 각양각색 인디 게임이 선을 보이는 BIC는 바다건너에서 찾아온 해외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볼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가깝게는 일본,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부터 멀리는 네덜란드, 미국, 호주 등에 이르는 총 44개 국가 개발사들이 각자의 소중한 출품작과 함께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수많은 해외 참가 작품 중, 기존에 잘 알려져 있거나 눈여겨볼 만한 게임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전 공개된 타이틀 중 눈길을 끄는 몇 가지를 한 번 살펴보았다.
인도네시아 토게 프로덕션의 비주얼 노벨 <커피토크>의 후속작이다. 현대사회에 엘프, 오크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만든 가상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 카페를 운영하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의 안락한 게임플레이가 특징으로, 만들어주는 커피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진다. 특유의 감성적인 이야기와 아트 스타일에 힘입어 전작은 글로벌한 인기를 끌었다. 한편 스토리를 담당했던 핵심 개발자 모하마드 파미가 지난 3월 32세의 나이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안기기도 했다.
오크 찹 게임즈의 <고블린 스톤>은 고블린 부족을 통제, 발전시키는 경영 요소와 고블린 부대로 전투를 벌이는 턴제 전략 콘텐츠가 조합된 게임이다.
미려한 핸드드로잉 아트, <폴아웃 셸터>를 연상시키는 지하 기지 경영 메카닉, 세대를 거듭하며 더 좋은 후손을 얻어 강해지는 고블린 부대 육성 시스템, 전략적인 전투와 모험을 특징으로 한다. 2021년 텐센트 GWB 어워드에서 결선에 올랐다. 현재 스팀에서 데모를 플레이해볼 수 있다.
싱가포르 개발사 배틀브루 프로덕션의 <퀴지니어>는 아이소메트릭 시점에서 펼쳐지는 전투/경영 게임이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기자기한 아트 스타일과 다이내믹한 전투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적과 보스, 지형이 마련되어 있다.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로 필드 전투를 통해 재료를 모으고, 100여 종류의 음식을 조리해 식당을 운영하는 복합장르로 만들어졌다. 식당 운영 역시 빠른 페이스로 고객들 요구에 맞는 메뉴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나름의 박진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스페인 개발사 트로글로바이츠 게임즈가 만드는 ‘신 에도시대’ 배경의 사이버펑크 사무라이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로봇으로 재현된 일본 전통 요괴들을 처치하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강화 임플란트를 사용해 다양한 감각으로 적을 찾고 강력한 피니셔로 처단할 수 있다고 개발사는 설명한다.
우수한 언리얼 엔진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에픽이 운영하는 지원 프로그램 ‘메가그랜트’에 선정된 점이 눈에 띈다. 트리플A 타이틀만큼의 고퀄리티 그래픽은 아니지만, 몽환적 감각의 사이버네틱 비주얼이 곳곳에서 화려하게 연출된다.
로파이(Low-fidelity) 스타일 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느긋하고 독창적인 리듬 게임. 같은 장르의 여타 게임들처럼 빡빡한 노트를 시간 내에 정확히 소화하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마치 미디 음악을 작곡하는 듯 악기별 트랙을 느긋하게 완성, 감상하는 게임 진행이 독특하다.
인게임에서 자유롭게 비트를 만들어 게임 밖으로 임포트하거나, 거꾸로 외부 음악 파일을 게임 안으로 불러올 수 있는 등의 기능성이 높은 점도 인상적이다. 힘을 뺀 핸드드로잉 아트는 로우 파이의 차분하고 빈티지한 감성에 잘 녹아든다. 현재 인디게임 플랫폼 itch.io등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2일 스팀에 정식 출시한 이후 1만 6,000여 리뷰어로 중 91%에게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신작이다. 평점 종합 사이트 오픈크리틱에서 평균 85점, 추천율 91%를 기록하는 등 전문가 평점 역시 높다.
교주 ‘어린 양’이 되어 컬트(사이비 종교집단)의 세력을 확장하면서 다른 교주들을 처치하는 것이 주된 게임 내용. 던전에서 무기 및 원거리 스킬을 얻거나 카드뽑기, 무기 바꾸기, 골드 모으기 등 혜택을 주는 방을 통과하면서 보스를 처치해야 한다. 던전에서 수급한 재료로 교단을 강화하는 경영 메카닉, 컬트라는 다소 오싹한 테마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아트가 잘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
기후재난이 직접적 공포로 체감되는 요즘 특히나 더 큰 울림을 지닐 만한 환경 테마 게임. 진보한 과학 기술을 지상에 설치해 황폐한 행성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복구 지역을 넓히며 더 높은 단계의 테크를 얻는 과정은 일반적 도시 건설 게임과 비슷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전개했던 모든 시설의 흔적을 없애고 되살아난 행성에서 철수하는 데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의 일반적 흐름을 전복하고 있다. <브로포스>를 개발한 남아공 기업 프리 라이브즈가 개발하고 있다.
중국 비펀 스튜디오가 만든 JRPG 스타일의 역(逆)타워디펜스 게임.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공들이 손님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전투와 비주얼 노벨, 카페 경영 등 여러 요소로 풀어냈다.
다양한 카드 아이템을 이용해 필드에 배치된 ‘타워’들을 무사히 돌파하는 방식의 전투를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과정을 표현한다. '단순히 타워 디펜스를 뒤집은 것 이상의 난도'라고 개발사는 전한다. JRPG식 스토리 전개,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정성들인 캐릭터 아트, 1만 단어에 달한다는 NPC 상호작용 대사 등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만 개발사 18 라이트 게임이 만든 메트로바니아 게임. 수중 도시 로일라를 수호하려는 주인공 프론티와 브론트의 모험을 다룬다.
애니메이션과 같아 부드러운 캐릭터 움직임, 귀여운 주인공 외모에 상반되는 기괴한 몬스터들의 압박감, 긴박한 액션 연출 등 화려하고 다채로운 비주얼이 특히 눈에 띈다. 여타 메트로바니아에서 점프와 중력이 핵심 메카닉으로 작용하는 것과는 달리, 수중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마우스를 이용한 스피디한 이동/전투 방식을 구현한 점도 특징적이다. 2021년 말 스팀에 출시해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