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가 블리자드를 향해 ‘공개 질문’을 던졌다. KeSPA는 기존의 사무국 단일창구가 아닌, 12개 프로게임단과 공동으로 협상에 나설 경우 블리자드가 응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KeSPA는 31일 오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서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블리자드와 곰TV의 e스포츠 독점계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보도자료는 KeSPA가 블리자드에 보내는 공개 질문의 형태로 구성돼 있는데, 질문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블리자드가 프로게임단과 방송사, 유관기관의 경영에 간섭하고 소유권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가?”
“블리자드는 e스포츠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리그 초창기에는 침묵하다가 뒤늦게 지적재산권을 주장하고 나선 의도는 무엇인가?”
“블리자드 한정원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KeSPA 사무국이 아닌, 방송사나 게임단과는 개별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는데, 기존처럼 단일창구로 협상하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 만일 협회와 게임단 대표가 공동으로 협상에 나설 경우, 블리자드는 응할 의사가 있나?”
또한, KeSPA는 비밀유지협약(NDA)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동안 협상 파트너인 블리자드를 존중하는 의미로 비밀을 유지해 왔을 뿐, NDA를 맺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KeSPA는 보도자료에서 “블리자드는 자꾸 협회가 NDA를 파기했다고 비난하는데, NDA가 있다면 먼저 그 문건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KeSPA의 기자간담회는 3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됐으며, 아래는 블리자드에 대한 12개 프로게임단의 공개 질의서다.
※ 블리자드에 대한 12개 게임단의 공개 질의서
한국 e스포츠협회 산하 12개 게임단은 ‘자사 게임을 이용한 대회 운영 및 방송중계 권리를 독점하겠다’는 블리자드의 지난 27일자 주장을 한국의 팬과 선수, 게임단, 방송사, 한국 정부 등 그 동안 e스포츠를 위해 공헌했던 주체들을 무시하고, 한국e스포츠 발전의 과실을 독식하려는 행위로 생각한다.
한국e스포츠의 탄생엔 스타크래프트라는 걸출한 게임이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팬 층이 두터워지고, 프로게이머가 직업이 되고, 게임이 스포츠의 지위로 격상된 것은 팬들의 사랑, 선수들의 노고, 게임단 및 방송사의 지속적인 투자, 게임을 건전한 공공 스포츠로 발전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우리 12개 게임단은 이러한 한국e스포츠의 특성을 무시한 블리자드의 주장이 선수와 게임단, 팬들을 분열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한국e스포츠시장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매우 우려한다.
스포츠는 공공의 소유이지 특정 기업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 12개 게임단은 향후 블리자드를 위해 블리자드가 운영하는 리그는 ‘블리자드 게임대회’일 뿐 진정한 e스포츠 대회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한국e스포츠는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하고 성숙해야 한다. 모두가 합심하여 팬들의 사랑을 키워가야 할 시점에서 ‘과도한 배타적 권리주장’은 이제 피어나는 새싹을 짓밟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우리 12개 게임단은 한국시장에서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거둔 블리자드가 그 동안 e스포츠를 위한 투자가 전무 하다시피 한 점과,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사회환원과 공헌에 인색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블리자드가 과연 한국의 e 스포츠 발전을 진실로 위하겠다는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 12개 게임단은 그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3개 항의 질문을 공개적으로 묻는다.
블리자드의 성실하고 진지한 답변이 없다면 우리 12개 게임단은 블리자드의 이번 주장을 한국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땀과 열정을 쏟아 온 팬과 선수, 게임단 등의 노력과 기여를 무시한 채 팬과 선수를 자사의 마케팅 도구로만 이용하겠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① 우리 12개 게임단이 원저작자에 대한 존중으로 이미 게임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리자드에서는 ∆ 선수와 게임단, 방송사가 만들어내는 2차 저작물 소유권 ∆ 게임사용에 대한 로열티와 함께 대회 및 방송을 통한 모든 수입의 배분 등 서브 라이선스에 대한 로열티 ∆ 방송제작물과 스폰서 유치 등 모든 마케팅 활동에 대한 사전 검열과 회계장부 감사에 대한 권리 등 블리자드의 모든 요구사항이 다 수용되어야만 지적재산권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 지, 원저작자의 지적재산권 범위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또한, 이러한 태도가 블리자드의 과도한 이윤 추구이지 한국e스포츠 발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밝혀 달라.
②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었을 시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었던 유통사인 한빛소프트는 e스포츠협회의 초대 회장사로서 스타크래프트를 공인종목으로 등록, 승인한 바 있다. 이 당시만 해도 e스포츠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으므로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었던 한빛소프트의 대회 개최 추진과 승인, 정식 발매된 패키지의 사용은 협회가 스타크래프트1을 무단 사용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블리자드에서도 이러한 대회의 개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장려하기까지 하였는데, 뒤늦게 스타크래프트1에 대해 한국이 무단 사용함으로써 그들의 지적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지적재산권 침해로 블리자드가 매출 등에서 손해를 본 바가 있는 지, 그리고 지난 2006년까지는 모든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산권에 대해 묵인한 까닭은 무엇인지 밝혀 달라.
③ 블리자드 코리아의 한정원 대표는 기자회견 시, 한국e스포츠협회와는 협상할 것이나 협회 사무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방송사나 개별 게임단과만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인가? 협회와 12개 게임단이 지속적으로 협상 과정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하여 협상에 임하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는 근거가 있는지, 만약 협회와 게임단 대표가 공동으로 협상에 임할 시에는 응할 의향이 있는 지 밝혀 달라.
한국e스포츠협회 산하 12개 게임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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