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믹 하트> 판매 수익이 러시아 정부에 흘러 들어간다.'
21일 정식 출시를 앞둔 <아토믹 하트>의 개발사 먼드피쉬와 러시아 정부 사이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아토믹 하트>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소비에트가 막강한 로봇공학을 바탕으로 나치 독일을 빠르게 패퇴시켰다는 설정의 대체역사 FPS 타이틀이다. 그런데 이 게임이 가상의 소비에트뿐만 아니라 현실의 러시아와도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개발사 먼드피시와 러시아 정부의 연관성이 문제시되는 근본적 원인은 물론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침공 이후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전방위적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 역시 러시아 내에서의 사업 운영을 중단하면서 전쟁 반대 기조를 드러냈다.
게임 업계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이어졌다.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EA, 에픽게임즈, 유비소프트, 테이크 투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러시아 내 상품 판매와 서비스 운영을 중지한 바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곧 출시 예정인 <아토믹 하트> 개발사 먼드피쉬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먼드피쉬 공식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현재 기업 본사는 키프로스에 위치해있으며, 특정 국가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비즈니스 소셜 플랫폼 링크드인에 등록된 기업 정보를 살펴보면 먼드피쉬 구성원 중에는 다양한 국가 출신이 많고, 그중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자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 먼드피쉬와 러시아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중이다.
우선 먼드피쉬는 지난 201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설립됐던 기업이다. 최초 먼드피쉬를 설립한 4명의 인물 아르템 갈레예프(Artem Galeev), 로베르트 바그라투니(Robert Bagratuni), 올레크 고르디셰닌(Oleg Horodishenin), 예브게니야 세도바(Evgeniya Sedova) 또한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더 나아가 먼드피쉬의 4개 투자사 중 하나인 ‘GEM 캐피탈’의 CEO 아나톨리 팔리는 서방의 대러 제재 대상 중 하나인 러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Gazprom)의 자회사에서 근무한 바 있다. 또한, 먼드피시 CEO 바그라투니 역시 러 정부가 관리하는 IT 기업 VK(프콘탁테)의 전신 Mail.ru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다만 이들 정보만을 근거로 현시점에서의 먼드피쉬와 러 정부 간 연루성을 주장하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 관련 인물들의 과거 이력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아, 먼드피쉬와 러 정부의 재정적 연계를 뒷받침할 결정적 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드피쉬의 태도에서 몇몇 석연치 않은 지점을 찾을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먼드피쉬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키르기기스탄, 몰도바,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지역에서 ‘VK 플레이’ 플랫폼을 통해 <아토믹 하트>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는 글로벌 게임사들이 러시아 및 벨라루스 등지에 대한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과는 대조되는 결정이다. 더 나아가 ‘VK 플레이’는 VK 산하 플랫폼이며, VK는 앞서 언급된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혀 달라는 게이머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먼드피쉬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1월 16일 먼드피쉬는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쟁에 관한 자사 입장을 발표했다. 먼드피쉬는 “우린 혁신적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팀으로 구성된 개발사이자 스튜디오로서, 분명히 평화를 지지하는 조직이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정치나 종교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겠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글로벌 팀으로서 <아토믹 하트>를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전달하는 데 열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공격적, 혐오적, 차별적, 폭력적, 위협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쟁 반대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라고 분명히 지칭하지 않고 ‘사람들을 향한 폭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에 네티즌들은 실망과 분노를 표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출신인 레메디의 게임 디자이너 세르게이 모호프는 “그 폭력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도 못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